1억원 고료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진흙탕 속에서도 영롱한 빛을 잃지 않는 에메랄드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이야기의 궁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스타일』(백영옥),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등 개성 넘치는 문제작들을 발굴해왔던 세계문학상이 2013년 제9회 수상작으로 『에메랄드 궁』을 선보인다.
대도시 외곽 허름한 모텔을 배경으로 이 시대 ‘변두리’ 인생들의 피곤한 일상과 적나라한 욕망, 도전과 좌절을 그린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시선과 박향 작가 특유의 맛깔난 문장으로 독자들을 매혹한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구경미, 김도언, 김미월, 김석진, 신승철, 심진경, 이순원, 정은영, 정이현)은 이 작품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주변부 인생들에게 제 몫의 욕망과 고통, 삶의 환희를 분배하고 저 스스로 움직이고 말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찬사를 보냈다.
『에메랄드 궁』은 ‘에메랄드 모텔’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등장인물의 실타래처럼 엉킨 과거와 현재가 한 올 한 올 풀려 다시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직조되면서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힘과, 그 이야기의 결을 가만가만 쓰다듬는 섬세한 문장들을 통해 이 시대 주변부 삶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풀어내는 저마다의 사연을 평면적 방식이 아닌, 추리적 기법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흡인력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박향 작가는 1994년 등단 이래 두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선보여 늘 ‘과작(寡作)’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라다니는 작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문장 하나, 이야기 한 편 속에 눌러담은 시간의 힘이 그 안에서 환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욱더 궁금해지고 기다려진다.
★ 세계문학상 대상 심사평
박향의 <에메랄드 궁>은 모텔을 중심으로 통속 속에서 빚어지는 일상의 세부적 진실들이, 얼마나 긴박한 내적 열망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매우 균형 잡힌 서사를 통해 보여주는 수작이다.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독자들에게 어서 이 소설을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오랜만에 마음이 바투 설렜다. _김도언(소설가·웅진 문학임프린트 ‘곰’ 대표)
어두움 속에서도 빛이 드는 자리를 찾아내고 볼품없는 인물들에게서도 아름다운 표정을 발견해내고 마는 작가의 빼어난 관찰력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결국 낡고 허름한 모텔을 에메랄드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이야기의 궁전으로 만들었다. _김미월(소설가)
“독자가 믿을 만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라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표현처럼 박향의 『에메랄드 궁』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독자들을 한껏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오히려 손에 잡힐 듯한 현실성을 바탕에 둔 내러티브가 우리 주변의 삶을 보는 듯하면서도 마치 재래시장의 살아 있는 활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 더 돋보인다. 작가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루저들의 삶을 통해서 좌절감이 아닌 에메랄드 보석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호흡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_김석진(인터파크 파워북피니언)
왜 사랑 때문에 난리인가. 파스칼은 말한다. 사람은 지나친 사랑을 하지 않을 때는 충분히 사랑하지 않은 것이라고. 『에메랄드 궁』이 이룬 문학적 성취는 서사와 개성에도 있겠지만, ‘지나친 사랑’이라는 또다른 폭력성에 노출된 현대인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깊은 애정으로 그려내고 위무한 주제의식에도 있다. 사랑과 욕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중이다. _신승철(소설가·도서출판 비채 주간)
‘에메랄드 궁’엔 그 모텔을 지키며 영업을 하는 주인에서부터 그곳에 이런저런 사연으로 드나드는 여러 사람들의 꿈이 모여 있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은 색이 바래 너덜거리는 듯하지만 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곳 에메랄드 궁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한 축소판처럼 핍진하다. 소설의 읽는 재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_이순원(소설가)
에메랄드 궁은 잘난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의 허름한 욕망의 성(城)이다. 그곳에서 누구나 꿈을 꾸고 누구나 배신당한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앞으로 거리를 걷다 휘황하게 번쩍이는 모텔 네온사인을 만나면 이 책이 떠오를 것이다. 목울대가 시큰할 것이다. _정이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