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에 “불행한 운명은 바로 자신의 입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한마디 말로 화를 자초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들을 통해 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 『조선의 역사를 바꾼 치명적 말실수』(개정판)가 출간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말실수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조선 시대 인물 7인의 삶을 24개의 에피소드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뛰어난 지략으로 조선 왕조 창업을 이루어냈지만 독선적이고 안하무인격인 언행을 반복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정도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오만불손한 태도로 죽음을 자초한 왕의 처남 민무구 4형제, 지나친 자신감에서 비롯된 거침없는 말로 인해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남이 장군, 아빠 찬스를 누리며 거짓말과 갑질을 일삼다 사약을 받은 신숙주의 아들 신정,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여 멸문지화를 당한 연산군의 처남 신수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말실수로 동・서 붕당을 초래한 심의겸, 노론의 사주를 받아 사도세자의 비행을 폭로한 뒤 대역죄로 참형을 당한 나경언. 이들의 설화 스캔들을 저자 이경채는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 등 사료를 바탕으로 마치 한 편의 사극이나 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지진하게 서술한다.
말실수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람들을 통해
역사에 대한 지식과 미래의 처세술까지 배우는 책
저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인물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탁월한 경륜으로 왕조의 기틀을 세우는 치적을 남겼지만 도량이 좁은 성품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스스로 몰락을 재촉했다는 평을 받는다. 과거 자신의 혈통적 약점을 끄집어내 끈질기게 공격했던 우현보의 세 아들을 곤장으로 장살(杖殺)한 것이나 자신과 항상 반대 입장에 섰던 스승 이색 부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일은 그의 정치 인생에 큰 오점으로 기록되었다. 또한 그는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며 자신이 태조 이성계보다 우위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곤 했다.
결정적인 실수는 점쟁이에게 내뱉은 말이었다. 정도전은 태조의 정실 신의왕후 한씨 소생의 다섯 왕자를 제거하는 거사를 계획하던 중 심심풀이로 점쟁이에게 일곱 왕자의 사주를 적어주고 점을 보게 했다. 점쟁이가 2남 방과와 5남 방원이 용상에 오를 거라고 말하자 정도전은 “저 둘을 용상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죽여버리면 되는 것이다. 저들은 곧 죽게 될 터이니 용하다는 네놈 점괘가 오늘은 틀린 모양이다.”라며 점쟁이를 쫓아냈다. 이 말은 곧 이방원의 귀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1차 왕자의 난’은 정도전이 평소에 내뱉는 말투나 점쟁이에게 내뱉은 말실수 때문에 빚어진 잘 짜인 한 편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정도전을 제거한 태종대에 쓰인 것이지만 『태조실록』의 ‘정도전 졸기’에는 이런 단평이 실려 있다. “그는 도량이 좁고 시기가 많으며, 옛날에 품었던 감정은 기어코 보복하려 했다.”
성종 대의 남이 장군 또한 지나친 자신감에서 비롯된 거침없는 언행으로 화를 당한 인물 중 하나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무과에 장원 급제한 남이는 세조의 총애를 받아 20대 초반에 당상관에 올랐으며, 이시애의 난을 진압한 후로는 백성들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세조가 죽고 즉위한 예종은 남이를 중용하지 않았다. 예종은 세자 시절 늘 남이와 비교를 당하며 주눅이 들었기에 자신만만하게 거침없는 언변을 토해내는 그를 누구보다 경계했다. 하지만 남이는 한직에 있으면서도 위축됨 없이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언행을 쏟아냈는데, 어느 날 밤하늘에 나타난 혜성을 보고 무심코 던진 말이 피바람을 몰고 왔다. “내가 듣기로 해성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나타나게 하려는 징조”라는 말.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위험수위가 높은 말이었다. 당대 최고의 모사꾼 유자광은 이를 절호의 기회라 여겨 신진세력이 모반을 꾀하는 것이라며 예종에게 고했고, 남이가 예전에 지은 시까지 그 증거로 내밀었다. 남이가 이시애의 반란을 토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은 시였다,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없어졌네./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평정치 못한다면/ 후세에 그 누가 대장부라 이르리요.” 시를 읽은 예종은 즉시 남이와 주변 인물들을 역모죄로 잡아들였다. 터무니없는 무고였기에 남이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누구도 나서서 변호해주는 이가 없었다. 그제야 남이는 지난날을 후회했다. 자신의 거침없는 언행을 대장부답다 여기고, 젊은 나이에 높은 벼슬을 하면서도 겸손하지 못하고 경거망동한 그는 모반죄로 거열형에 처해졌다.
말을 함부로 하다가 설화에 휘말리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말실수만 줄여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말도 나오는 이유다. 『조선의 역사를 바꾼 치명적 말실수』는 ‘어제는 오늘의 교훈이며 오늘은 내일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재구성했다. 격동의 역사 속에서 잘못된 언행으로 화를 자초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말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자신의 언행을 살피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역사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쌓으면서 미래를 위한 처세술까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작가 소개
이경채
전남 나주 출생. 소설가, 동화작가, 출판 기획자다. 지은 책으로 『도시의 파랑새』, 『낮에 뜨는 달』, 『후폭풍』, 『폭력교실』 등의 소설과 『책사와 모사』, 『한국 인물 사전』, 『세계 인물 사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복』, 『반신목욕술』, 『할미꽃이 하늘을 향해 피었어요』, 『고양이 밥 주는 할아버지』 등 많은 작품이 있으며 『기본형 인간』, 『산소는 생명이다』 등 여러 권의 책을 기획・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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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설명은 흥미로운데, "말실수" 라는 토픽에서 멀어 보이는 것들도 다수라서 아쉽
dan***
2025.02.19
소설처럼 전개되어 몰입감 있음
032***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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