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국가의 시선에 비친 19세기 최후의 개방국 조선의 모습. 영국 정론지 「이코노미스트」가 본 조선과 그 주변국 이야기. 책이 묘사하는 개화기 조선의 모습은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읽기에 불편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행정은 부패하고 권력층은 정권 다툼에만 몰두하며 민중은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린 나라. 스스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주변국들의 정세에 휘말려 운명이 결정되고야 말 허약한 나라가 바로 조선의 모습이었다.
개항 이후 조선의 경제는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일본은 가망 없는 조선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손해 보는 투자를 한다고도 했다. 심지어 지배층에 착취당하는 조선 민중에게는 일제의 국권 침탈조차 오히려 약이 될 거라는 신랄한 평가마저 내려버린다. 저자가 친일파라서, 혹은 한국에 억한 심정이 있어 이렇게 적은 것은 아니다. 당혹스럽지만, 이것이 당시 서구 사회가 조선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책에서 저자가 메인 텍스트로 인용하는 영국의 정론지, 「이코노미스트」 지가 개화기 조선에 내린 평가이기도 했다.
작가 소개
초등학생 때 읽었던 『장발장』에서, 자베르 경감은 착한 장발장을 집요하게 뒤쫓는 나쁜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완역본으로 다시 읽은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은 그저 악당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는 경찰로서의 자기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었고, 시대의 한 부분을 대표하는 비중 있는 주인공이었다. 요약본인 『장발장』과 완역판인 『레미제라블』은 그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소설 말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원래 경제학과 행정-정책학을 전공했다. 이런 분야에서도 요약본이나 개론서를 읽는 것과 원본을 한 줄 한 줄 읽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원본이 요약본 등으로 가공되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저자의 시각에 따라 변질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이런 경향이 가장 큰 것은 역사 관련 서적인 것 같다.
서점에는 전공자들이 쓴 역사책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전공자가 쓴 역사 분야의 개론서나 요약본은 마치 적힌 내용 ‘모두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쉽다. 박식한 저자가 복잡한 내용을 명쾌하게 정리해놓은 결과물로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역사의 상식’이란 것이 과연 진실이었을까 자문해보면 회의가 들 때도 많다. 원전과 완역본을 챙겨 읽게 된 요즘에 와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원래 필자의 전공은 역사가 아니지만, 그렇게 원전을 한 권 두 권 쌓아가고, 질문을 하나 둘 모아두다 보니 어느덧 역사 관련해서 3번째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원전도 만능은 아니다. 원전도 나름의 시각을 독자에게 강요한다. 다만 현대에 만들어진 책의 시각과는 달리 원전이 강요하는 시각은 현대가 아닌 그 시대의 시각이라 사료적 가치가 있다. 원전을 읽는 것만으로 세상에 대한, 특히 역사에 대한 객관적 진실을 알고 구성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독자로서는 역사를 보는 시각과 관점을 늘려간다는 점에서 마냥 비관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를 찾아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이 역사의 즐거움을 찾고 역사의 다양한 시각, 관점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첫 책은 드라마 [오로라 공주]로 보는 한국 사회 대중심리를 연구한 『우리는 왜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가』이다. 그 뒤 『경영학은 쉽다』라는 경영학 입문서를 집필하고 『대한민국 규제백과』,『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인가』로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짚었다. 한때 사학도를 꿈꾸었고, 경영학 교수가 된 뒤에도 『조선왕조실록』 400권을 완독할 정도로 역사를 향한 변함없는 열정은 『말하지 않는 한국사』와 『말하지 않는 세계사』의 집필로 이어졌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Assist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현재 동양미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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