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한국강점, 8·15해방, 한일조약과 국교재개,
경쟁과 협력의 21세기로 나아가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직시해야 할 바로 그 역사
현대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지나온 백 년을 돌아본다
현대 한일관계사 개설서 최초 출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른 폭넓은 시야
한일관계사를 보면 한국 경제발전사가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수많은 정치적 격동기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헤쳐왔다. 그러는 동안 한국은 자금과 기술을 건네받는 입장이었다가 세계시장에서 선두권을 다투는 산업강국이 되어 일본과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었고, 문화적으로는 ‘한류’ 붐을 통해 일본사회에 큰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양국이 맺고 있는 관계의 실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떼놓고 하나만 들여다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총체이다. 지금까지 한일관계의 정치적 측면(특히 식민지 시기에 집중하여)이나 문화적 측면(‘한류’에 집중하여)을 단편적으로 다룬 성과는 드물지 않았지만, 이 모든 측면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역사서는 없었다. 독자들은 이제 이 책을 통해 비로소 ‘한일관계사’라는 복합적인 다면체를 한눈에 살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양국의 굵직한 정치적 변동이 양국 관계의 변화 및 양국 경제발전의 계기들과 맞물려 돌아가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놀라운 깨달음과 함께 더 큰 역사공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본 수상은 왜 자꾸 야스쿠니신사에 갈까?
독도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는 어디서 시작됐지?
한일관계의 첨예한 쟁점들을 역사적 시야로 풀어내다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보상 문제, 원폭 피해자를 위시한 전쟁 피해자들의 구제 문제, 재일한인을 비롯한 강제적 디아스포라들의 역사와 현실,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일제강점기의 ‘과거사’ 청산과 역사적 화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서 비롯된 수많은 역사(인식) 문제들은 오늘날까지 한일 양국의 정부와 민간을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양국의 역사인식의 골이 깊고 크지만,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역사를 아는 일’이다. 바로 지금 첨예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현안들을 역사적 관점에서 차분히 풀어낸 이 책은 양국 국민들의 ‘역사 바로알기’와 ‘대화 시작하기’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국교재개 50년, 그러나 가깝고도 먼 한국과 일본
역사인식의 깊은 골을 메워 나갈 첫 걸음
한국과 일본은 곧 국교재개 50주년을 맞이한다. 1910년 일제의 한국강점부터 1965년 한일조약 체결까지의 국교단절 기간과 엇비슷한 시간이 흐른 셈이다. ‘한일조약’의 한계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도 냉철하게 살피고 있지만, 국교재개 이후 50년 동안 한국과 일본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공유하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온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베스트셀러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한국과 일본을 “쌍둥이 형제” 같다고 비유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한일관계는 어떤가? 두 나라는 현재 정상회담을 열지 못할 정도로 불편한 최악의 관계에 놓여 있다. 두 나라 국민들 중에 서로를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섯 명 중 한 명이 채 안 된다. 그렇다면 한일월드컵을 공동개최하고 ‘한류’ 붐을 통해 대중문화를 함께 즐긴 우호와 친선은 허상이었을까? 기술과 자본의 협력으로 포항제철을 건설하고, 학자와 시민의 연대로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을 바로잡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 정재정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꾸준하게 한국과 일본의 역사대화를 추진해온 경험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묻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은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현대 한일관계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틀린 것을 맞다고 확신하면서 목소리만 높여온 것은 아닌가?” 작금의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적·종합적 관점에서 현대 한일관계의 역사를 균형감각을 가지고 거시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제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오랜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 재레드 다이아몬드
point lesson
현대 한일관계사의 시대별 특징
제1기(1945~1965)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야기된 ‘과거사’를 정리하고 국교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한 시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틀 안에서 14년에 걸친 ‘한일회담’을 진행한 양국은 역사인식과 손해배상 등을 둘러싼 견해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한 채 정치적 편의에 따른 제각각의 해석이 가능한 불완전한 ‘한일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이후 한일 역사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제2기(1966~1979) 한국과 일본이 수직적·비대칭적 관계를 맺은 시기. ‘한일조약’을 통해 청구권자금을 받게 된 한국은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곧 아시아의 신흥공업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일본으로부터 소재와 설비를 수입함으로써 수직적 분업관계가 고착화되고, 정치적으로는 박정희 정권의 ‘만주인맥’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적 유착관계가 자리 잡은 시기였다.
제3기(1980~1997) 한국과 일본이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상대적 수평화 단계로 진입한 시기. 자본과 기술 면에서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선두를 다투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났다. 정치적으로는 국제냉전이 약화되면서 한일의 반공연대도 느슨해지고, 양국의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적 다원화가 진전되었다. 일본의 국력은 답보하는 반면 중국 세력이 강대해져, 동아시아 국제정세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제4기(1998~현재) 한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거나, 한일합작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스포츠와 예술, 대중문화의 협력과 경쟁도 활발해졌다. 그러나 일본에서 자민당 독주의 보수정치가 강화되면서 역사인식과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이 노골적인 대립을 벌이는 상황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또한 미국이 동아시아를 중시하는 태도로 돌아서면서 중국과 겨합 또는 마찰하는 정세가 조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