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31만, 누적 조회 수 1억 7천 ★★
★★ 유튜브 대표 한일 부부 채널 ‘아로치카’ 본격 도서화 ★★
◎ 도서 소개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자전적 에세이에
‘책 출간 요망’ 댓글 폭주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 있는 편집, 의외성 있는 유머로 31만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튜브 한일 부부 채널 ‘아로치카’가 말하는 연애, 결혼, 가족, 행복. 아로치카 채널의 운영자 아론이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구독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부르며 ‘책 출간 요망’ 댓글이 쏟아졌고, 그 결실로서 유튜브 대표 한일 부부 아로치카의 이야기가 도서화되었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을 보강하여 다듬은 한편, 그곳에서 공개하지 않는 내용을 대거 집필해서 실었다.
『나는 내가 결혼 못할 줄 알았어』는 흔해 빠진 결혼 독려 스토리나 국제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평생 ‘결혼 못할 줄 알았던’ 한 남자의 뼛속까지 솔직한 고백이다. 스펙도, 경제력도, 직업도 심지어 작은 머리도, 아무것도 없던 한 남자가 좌충우돌하며 사랑과 인생을 깨달아가는 휴먼스토리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형(오빠)도 했는데 나도 결혼할 수 있을지도….’
◎ 책 속에서
과거 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떨었으나 지금은 그 불안을 많이 해소했다. 아내는 매우 단단한 사람이지만 나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사람이었다. 우리는 사귀고 반년 동안 싸우기만 한 위태로운 관계였으나, 이제 그 다툼은 잦아들었다. 나 같은 놈은 아빠가 되기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나는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안 될 것 같은 일이 너무 많았는데, 지금은 어찌어찌 다 되어 있다. 인생은 내 걱정과는 다르게 흘러갔고, 그걸 알아 가는 과정에서 했던 삽질은 무수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보내온 시간을 활자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겼으니, 누구보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가보자고. --- p.7
흑백논리가 장악하던 내 어린 시절에는 모든 대상이 내 편인지 적인지가 중요했다. 훗날 세상의 모든 개념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우며,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우리 편과 적을 나누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같은 편이라고 말하기 꺼려지는 나라다.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는 건 알겠는데 또 미워할 수밖에 없는 나라. 동경과 증오가 공존하는 양면성의 나라. 이래서는 판단이 쉽지 않았다. 그놈의 빵이라도 한번 먹어봐야 판단이 될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서 일본에 살고 있으니 신기한 모순이다. 따라서 이 책에 적힐 이야기는 이런 모순에서 시작할 것이다. 여느 한국인과 다를 바 없이 일본이라는 두 글자에 동경과 증오를 느끼던 한 남자가 일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모순 말이다. --- p.19
분명 부모님은 내게 이렇게 살라고 하신 적이 없다. 어른들 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착실하게 산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벗어나지도 않은 인생이었는데, 대학 졸업 후 해외에서 살기로 하면서 인생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자고로 책의 저자란 엄마 말 잘 듣고 산 사람이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예외일 듯하다.
그럼에도 인생은 참 재미있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해외로 나간 한국 남자가 1년간 진하게 놀고 돌아와서 직장인으로 살았더라면, 애초에 이 글을 쓸 일도 없었을 테니까. 좋든 나쁘든 이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이 내 인생을 극적으로 만들었다.
1년만 놀다가 돌아가야지 했던 내가, 13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에 있다. 일본에서 직장을 잡고, 몇 번의 이직을 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려서 살고 있다. 딱히 거창한 목적 없이 한 선택이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우리 부모님이 원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단지 놀기 위해 왔던 일본에서 결과적으로 삶의 안정을 누리게 되었다. 이제야 엄마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나는 네 걱정은 별로 안 했다.” --- p.59-60
“…늦었네?”
“일이 늦게 끝났어.”
너무도 태연한 목소리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네가 일이 늦게 끝난 사람이라는 건 이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후의 이야기가 중요했다. 그때 그녀가 어린아이 달래듯 토닥토닥해줬다면 ‘지금이라도 괜찮다’며 만나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치카코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갈게.”
“뭐? 오늘 밥 먹기로 한 거는?”
오늘 만나기로 한 걸 그녀도 알고 있을 터, 약속 이행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 나는 그녀의 의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언제나 불길함은 들어맞는다. 그녀의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추격자〉에 나오는 ‘개미슈퍼 아줌마’급이었다.
“엄마가 잡채를 만들어놔서 가봐야 해.”
‘아… 잡채? 잡채면 집에 가는 게 맞지. 당면의 쫄깃함과 각종 채소가 한데 버무러져 새콤달콤하게 집으로 쳐가겠다고? 지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세상에 잡채 때문에 버림받은 남자가 나 말고 또 있을까? 찜닭에 들어간 쫄면이었다면 조금은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잡채는 안 된다. 잡채 때문에 약속을 파투 놓을 수는 없다. --- p.91-92
식당에 자리 잡은 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나는 조속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나도 살면서 처음 겪는 상황이라 참고할 레퍼런스가 드라마밖에 없었다. 드라마에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래서 본 그대로 했다. 문제는 내가 참고한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였다는 것이다.
“따님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결혼식은 내년 연말쯤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전에 1년 정도 함께 살길 희망합니다.”
사전 지지율 조사에서 압승을 거둔 지역구 후보의 확신에 찬 거리유세처럼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스피치였다. 이 정도 설득력이면 제갈공명도 한 큐에 촉나라에 합류했으리라는 희망적 느낌! 긴장의 와중에도 우리의 계획을 당당히 피력했으니 ‘당선 유력’ 마크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치버지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건 좀 더 지켜봐야 하겠죠.”
나는 교과서에 적힌 대로 이야기했는데, 답변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계획과는 다른 전개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 p.154-155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날 걱정한 일들은 대부분 벌어지지 않았고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국영수 성적이 곤두박질쳐도 나는 망가지지 않았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인생은 굴러갔다. 토익 점수 900점 이상을 못 땄어도 사람 구실을 하며 살고 있고, 취업 시기를 피해 외국으로 튀어나갔어도 잘만 일하고 있다.
평생 혼자 살 것 같은 두려움도 현실을 빗겨나갔으며, 집을 마련하지 못 하면 인생의 동반자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 동반자, 지금 소파에서 낮잠 중이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인생 X될 것 같은 두려움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지만, 인생은 잡초처럼 끈질겨서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 않았다. 혹자는 너는 다 잘 풀려서 이런 말을 하는 거라 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그때는 진짜 뭐만 하면 다들 인생 망할 것처럼 겁을 줬었다고.
우린 그때 왜 그렇게 걱정했을까? 어떤 형태로든 결국 지금 다 살고 있지 않은가. 남들이 말하는 정답처럼 인생을 살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계속하는 이상, 결국에는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25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