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려온 곳에서 시작된 17세기 조선의 이야기
★★★ 지성의 광장, 클래식 아고라
지루하기만 한 고전은 가라!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새로운 품격의 고전 시리즈!
중역과 낡은 번역으로 점철된 고전이 아니라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고전의 새 시대가 열립니다.
◎ 도서 소개
하멜표류기
〈하멜표류기〉는 일본으로 가던 네덜란드 무역선이 난파되어 조선에 도착한 후, 선원 하멜이 13년간 조선에 머물며 겪은 이야기를 기록한 문서이다. 이는 조선의 문화와 생활상을 서양인의 시각에서 전한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다.
“너희는 서양의 크리스챤(古利是段)인가?” 하니, 다들 ‘야야(耶耶)’ 하였다
[효종실록11권, 효종 4년 8월 6일 무진 2번째 기사 1653년 청순치(順治) 10년]
후팅크판 하멜표류기 번역본과 그 배경까지 한눈에
네덜란드 선원이었던 헨드릭 하멜이 쓴 〈하멜표류기〉는 외국인이 쓴 조선에 대한 기록 중 가장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기존의 번역본들이 원서의 영역본을 재번역하거나 원서의 구성을 편집하여 출간된 경우가 많았으나 이 책의 〈하멜표류기〉 본문은 1920년 린스호텐 협회가 출간한 후팅크판 〈스페르베르호의 난파 기록. 그리고 난파선 생존자들이 제주도와 조선 본토에서 경험한 기록(1653~1666년)과 조선 왕국에 대한 서술〉을 직접 번역한 것이다. 원문의 내용을 직접 번역하여 실어 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부록에서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공문서’ 자료와 ‘후팅크의 서문’도 추가로 다루었다. 특히 이 공문서에서는 하멜이 조선에 표류했던 시기인 17세기 네덜란드와 일본의 관계, 그리고 하멜 일행이 일본에서 본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이는 한국 최초로 공문서 번역본으로 하멜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조선, 일본, 중국 등에 대한 동인도회사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자 후기에는 간략하게 당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정리하였다. 조선에 표류된 네덜란드인들을 묘사한 모습과 그들을 조정으로 보내기까지의 여정, 일본으로 탈출한 네덜란드인들의 소식을 들은 조선의 반응에 이르기까지 표류된 네덜란드인들에 대한 조선인들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하멜표류기 원서 번역 본문과 함께 다양한 부록 자료와 사료를 함께 살펴보며 17세기 조선의 생활상과 국제 정제를 다각도로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단순한 표류 기록 이상의 역사적, 학문적 가치를 지닌 이 번역본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길 기대한다.
이방인 하멜이 본 13년 동안의 17세기 조선
1663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VOC) 선원이었던 헨드릭 하멜은 나가사키로 가려던 중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불시착하게 된다. 조선인을 만난 그들은 손짓과 발짓을 모두 이용해 나가사키로 가는 방법을 묻지만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조선 땅에 발을 디디게 된 하멜을 포함한 네덜란드 선원들은 13년간 조선에 몸담게 된다. 조선은 그때까지만 해도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심했던 나라였고, 그에 따라 하멜 일행은 항상 지역 관리자의 감시 아래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표류된 지 몇 개월 후, 그들은 조정의 명령에 따라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가 왕(효종)을 만난다. 왕에게 심문을 받은 후에는 전라도 각 지역으로 분산되어 그곳에 정착해 살게 된다.
이후 하멜은 전라도에 정착하여 13년에 걸쳐 살아가며, 조선의 일상, 언어, 예절, 제도, 행정 체계 등을 몸소 경험하며 살아간다. 특히 하멜표류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의 예의범절, 백성들의 생활상,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관청의 과세 방식과 부패 구조까지 낱낱이 묘사하며 17세기 조선의 실상을 기록한다. 그의 기록을 보면 항상 지역 관리자의 감시하에 있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자유가 허용되었으며, 조선인 백성들과도 관계를 맺고 지냈던 것을 알 수 있다.
1666년, 하멜은 결국 일행과 함께 조선인들의 감시를 피해 탈출을 시도하고, 최종 목적지였던 나가사키로 도망쳐나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일본에서 또 한 차례 심문을 받은 후 본국(네덜란드)로 돌아가 조선에서 겪었던 일을 기록하여 〈하멜표류기〉를 출간했다. 이 보고서는 유럽에 조선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글로써, 17세기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조선에 대한 최초의 실증적 기록이며, 당시 조선의 생활, 문화, 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 책 속에서
타요안 주재의 총독과 위원회는 우리에게 다시 일본으로 출항할 것을 명령했다. 우리는 짐을 싣고 총독과 작별인사를 한 후, 하느님의 은총 하에 가능한 빨리 항해를 이어가고자 같은 달 30일에 출항을 했다.
-하멜 보고서 11쪽
정오가 되기 전에 천막에서 대포 사정거리 정도 떨어진 곳에 한 남자가 보였다. (…) 그에게 우리 쪽으로 오라 손짓했지만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도망쳐버렸다. 정오가 지나자 머스킷총 사정거리쯤 떨어진 곳에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의 옷차림은 중국인과 비슷했지만, 말총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어쩌면 이들이 해적이나 추방당한 중국인들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하멜 보고서 19쪽
아침에 우리는 육지에 내렸고, 그들이 데려간 곳에서 동인도회사 통역관들의 환영을 받았다. 통역관들은 우리에게 그동안의 모든 것에 대해 질의를 했고, 그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총독에게 제출했다.
-하멜 보고서 69쪽
〈일본의 질의서〉
국왕에게 보내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습니까? 그렇다면 왕은 왜 그 요청을 거절했습니까?
우리는 국왕과 조정 대신들에게 일본에 보내줄 것을 여러 번 요청했으나, 그들은 항상 나라 밖으로 외국인을 내보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들의 나라를 다른 나라에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멜 보고서 82쪽
조선 사람들은 순수하고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이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그들을 믿게 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이방인들을 좋아하는데, 특히 승려들이 이방인에 관심이 많다.
-조선 왕국과 사회에 대한 기술_민족성 111쪽
조선의 국내 무역과 대외 무역에 대해 말해보겠다. 이 나라로 거래하러 오는 사람들은 쓰시마섬에서 오는 일본인들 뿐이다. 이들은 동남쪽 해안가 도시인 부산에 무역 거점지를 두고 있는데, 이곳은 쓰시마 섬의 도주가 관활한다. 그들은 후추, 인도네시아산 목재, 명반, 물소 뿔, 사슴 가죽과 가오리 가죽 등의 물건과 우리 네덜란드인과 중국인이 일본으로 가져가 거래하는 다른 상품들을 이곳으로 가져온다.
-조선 왕국과 사회에 대한 기술_무역 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