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동아시아를 뒤흔든 근대화의 물결
조국의 미래를 설계한 다섯 지성의 이야기
미중 갈등과 양안 전쟁 위기,
다시 한번 격변을 맞이한 오늘의 우리에게
그들이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도서 소개
2024, 2025년은 21세기에서 유례없는 변곡점으로 손꼽힐 것이다. 심화하는 미중 갈등과 양안 전쟁 위기, 끝나지 않는 우러 전쟁을 비롯한 격렬한 국제 분쟁 등 세계는 다시 한번 거대한 분쟁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따라잡기 힘든 AI 발전과 전 지구적 기후 위기까지 더해지며 인류를 전례 없는 변화의 압력을 마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시대는 거세게 요동치며 새로운 질서와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150여년 전, 19세기 후반 동아시아 역시 같은 요구를 받았다. 아편 전쟁, 페리 내항 등 서구 제국주의의 마수는 동아시아의 문호를 우악스럽게 열어젖혔고, 그로 인해 동아시아의 낡은 체제와 질서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도전을 맞이했다. 국가와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세계를 마주한 동아시아에는 새로운 체계와 지식이 필요했다. 이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시대의 길을 밝혔던 사상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조국의 자주적 발전을 위한 지적 자원을 완성하기 위해 사상의 변혁과 실천으로 운명의 전환점을 헤쳐 나가려고 했다.
이 책은 시대의 전환기에서 변혁의 물결을 일으켰던 다섯 명의 사상가를 조명하는 책이다. 에도 막부 말기, 사상적 전환과 단호한 실천으로 일본 근대화의 뿌리가 된 요시다 쇼인, 지식을 연료 삼아 문명의 길을 밝히며 국민을 계몽했던 유신의 등불 후쿠자와 유키치, 망국의 위기를 사회 전반적 개혁을 통해 벗어나려 했던 중국 근대화의 선구자 리다자오, 삼민주의를 바탕으로 민중을 위한 공화국을 꿈꿨던 중국 혁명의 아버지 쑨원,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접목해 붉은 혁명의 씨앗을 심은 중국 최초의 마르크스주의자 리다자오까지. 조국의 근대화를 온 생애를 바친 다섯 지성의 사유와 행보를 추적하며 그들이 어떤 혁신을 통해 시대를 개척하고 이끌어나갔는지 살핀다. 그리고 그 궤적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곱씹는다.
다시금 역사적 전환기에 도달한 오늘날, 그들이 남긴 사유와 실천은 우리가 당면한 도전과 위기를 이겨낼 지적 자양분으로서 함께한다. 낡은 질서를 넘어 사유하고, 새로이 문명과 국가의 방향성을 탐구했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을 넘어 미래를 사유하고 질문하는 방법과 태도를 배울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이 골몰했던 질문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시리즈 소개
시대정신으로 읽는 지성사, ‘역사의 시그니처’
국내 최고 연구자들의 입체적 해설로 만나는 인문 앤솔러지
‘역사의 시그니처’는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각 세기의 대표적 시대정신을 소개하는 인문 교양 시리즈입니다. 한 시대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들을 엄선해 그들이 남긴 말과 글을 소개하고 인류의 사상이 어떤 갈래로 이어져 왔는지 살펴봅니다.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시대별로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되어 오늘의 21세기를 만들었는지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를 통해 만나보세요.
◎ 본문 중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과 자강을 추구했던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유산은, 여전히 이 지역이 직면한 복합적 도전에 응전할 사상적 자양분이 된다.
【12쪽_서문_변혁의 시대, 동아시아를 이끈 다섯 지식인의 분투】
만일 나의 진심에 찬동해서 존왕양이의 뜻을 계승하는 자가 나온다면, 그 뜻은 소멸되지 않은 것으로, 나 자신의 인생이 좋은 열매를 맺은 것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자 한다. 동지여 이 뜻을 잘 새겨주길 바란다.
【58쪽_PART 01_05 야마가타 타이카와의 국체 논쟁】
후쿠자와는 문명을 외형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외형적인 문명은 받아들이기 쉬우나 내부의 정신 적인 문명은 획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외형적인 문명이란 “의복·음식·기계·주거에서 정령(政令)· 법률에 이르기까지 모두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외형적인 것은 그 내부의 정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내부의 정신을 무시한 채 외형적인 것만을 받아들여서는 참된 문명이라고는 할 수 없다.
【68쪽_PART 02_01 문명과 야만】
량치차오가 주장하는 대민족주의는 혈통이나 언어, 풍속을 초월하는 것으로, “나는 중국인이다”, “나는 중화민족의 일원이다”와 같이 스스로 자각하는 민족의식의 발현에 의해 구현된, 이른바 근대적 의미의 민족 관념이다. 량치차오는 이 주관적 민족의식에 의해 구성된 대민족을 ‘중화민족’이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종족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주의, 나아가 국가주의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훗날 중국 혁명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쑨원(孫文)이 중화민국 초기 한족을 포함한 제민족을 규합하는 통합의 상징으로 제창한 ‘중화민족론’은 바로 량치차오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117쪽_PART 03_02 민족주의에서 민족제국주의로의 지향】
영화 ‘송가황조’를 보면, 들것에 실려 베이징역에서 내린 쑨원을 환호하며 수많은 군중이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만세’란 황제를 칭송하는 표현이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쑨원은 ‘혁명이 일어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만세를 외치는가’라며 개탄한다. 자신을 황제에 빗대어 만세를 외치는 군중을 질책하는 것이지만, 자유롭고 평등한 중국을 건설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도 보인다.
【182쪽_PART 04_05 시대를 향한 혁명가의 유언, 아직도 혁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리다자오는 인민의 자각 위에서 중국을 재생하는 문제를 단지 중국의 국내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제국주의 열강에 압박받는 중국 인민을 ‘세계 프롤레타리아계급’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가 계급투쟁을 실천하는 가운데 노동자계급은 역사적 임무를 자각해 나간다고 보았다.
【214쪽_PART 05_04 마르크스주의와 중국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