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9단

‘위기는 곧 성장의 기회’라는 흔한 말을
직접 결과로 이룬 강소기업의 저력을 찾아서

국내 제조업에 불어 닥친 위기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건비 상승, 해외 후발주자들의 추격,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근무환경과 비전에 대한 고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펜데믹 사태 때문에 제조업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 침체와 청년층 취업난까지 겹친 국내 중소기업의 시름은 깊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루하게 통과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런데 제조분야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성장과 혁신을 거듭해온 기업이 있다. 매출과 실적으로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철학과 행보가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 유압 및 친환경제조 분야에서 한길을 걸어온 ㈜현진금속의 홍종국 대표가 써낸 《센스 9단》에는 중소기업 경영의 묘수에 대한 통찰력과 경영전략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 분야의 한길만 걸어온 경영자가 제시하는
제조업만을 위한 지속가능 생존 전략 공개!

어느 기업이나 시작은 작다. 대표 혼자 또는 겨우 몇 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매출과 거래처가 늘고 경험과 시행착오의 지혜가 쌓인다. 그러다가 기회 또는 계기를 맞아 회사는 단단하게 자리를 잡는다. 그 과정에는 저마다의 피땀과 눈물, 절절한 얘기와 사연이 녹아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지닌 자질은 성실함과 끈질김이었다. 회사생활을 승승장구하다가 식당을 차리려고 알아보다가 “그냥 네가 잘하는 거 해!”라는 선배의 한마디가 분수령이 됐다. 제일 잘하는 일을, 사서 고생한다는 우직함으로 뚫어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되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저만의 성공 비결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는 금수저와 인맥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안정적인 가업을 물려받을 운명일 수도 있고, 자원과 기반이 부족한 누구에게는 강인한 의지와 인내력일 수도 있다.
작게 시작해서 탄탄한 기반을 일구게 된 중소기업 이야기에서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다는 진리를 목격함으로써 얻는 신뢰감이다. 기본 원칙을 잘 다진 다음 뒤따라오는 것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와 요령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만 통하는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개인이 삶을 대하는 자세와 그 과정에서 겪는 고민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직원, 대표, 제품 제조...
성장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장기 침체와 성장률 저하만을 말하는 세상이다 보니 생존, 지속성장 같은 말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대기업도 휘청거리는 경제 분위기에서 그 어렵다는 제조업 중소기업이 조용히 성장하는 비법이 무엇일지 사뭇 궁금하다. 저자는 지속성장의 메시지로 다음 9가지를 들었다.

1단. 거둔 만큼 나누는 기쁨이 있다
2단.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3단. 누리고 성장하는 데서 보람을 찾는다
4단. 위아래가 따로 없이 소통한다
5단. 사람을 자산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한다
6단. 오늘이야말로 최고의 자산이다
7단. 품질이 최고의 마케팅이다
8단. 리스크는 나눠 담을수록 좋다
9단. 최고의 경쟁력은 혁신에서 나온다

각 항목을 요약하면 이익 공유, 사람 중시, 인재 육성, 열린 소통, 인재 경영, 현재에 집중하기, 품질 최우선주의, 리스크 관리, 혁신 추구로 볼 수 있다. 9가지 메시지 중에 5가지가 사람 중심 경영, 교육, 소통과 관련이 있다. ‘성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저자의 신념이 강하게 드러난다.
또, 기업의 생산성은 직원의 자긍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자긍심이란 직원이 회사에 몸담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이다. 자긍심은 직원의 도전정신을 부추기며 결국 생산성을 높인다. 저자는 “직원 자녀가 ‘우리 아빠 현진금속에 다녀요’라며 자부심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면서 의지를 다졌다. 그만큼 인재에 대한 경영자의 의지와 자세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사람 중시 경영을 회사 외부로 확대하면 고객 전략이 된다. 고객인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불만을 품는 점을 개선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제품 개발, 마케팅, 품질 관리 등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경영이 유효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만의 강점을 잘 살려낸
‘센스 9단’ 의 원칙은 무엇인가?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랜 기간 경영에 대한 고민과 답을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과 경영인의 사례를 분석하고, 여러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을 책과 글로 접하면서 요약한 메시지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보편적인 진리를 담은 메시지들은 늘 기초와 기본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기업과 경영인에게 통하는 경영 전략은 있었다. 불황과 경기 침체를 통과하면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역사와 사례도 많다. 기업 수, 고용 담당 비중을 압도적으로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게다가 업종 특성상 경영 환경이 열악한 제조업을 영위하면서 시선을 끌 만한 성과를 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