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의 어느 금요일, 고급 룸살롱 호스티스 김난영이 자택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녀의 사건을 맡게 된 강력범죄수사 7팀은, 우연히 찍힌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바탕으로 키 185센티미터에 김난영을 죽일 만한 동기가 있는 남성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시작한다. 빼어난 미모와 도도함으로 수많은 남성들의 돈과 마음을 빼앗았던 김난영.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김난영의 집에 침투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과연 누구일까…?!
※ <트루 페이스 오브 이블> 은 19금 성인용으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리보기]
정호영도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아! 혹시!”
“뭐죠?”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어떻게요?”
“제가 그날 7시 30분에 주영이한테 왔다고 했죠?”
“네. 그러셨잖습니까.”
“제가 그날 차를 가지고 왔는데 그 다세대 주택엔 주차공간이 별로 없어서 다른 곳에 주차하고 전화번호를 남겨뒀습니다. 주택에서도 차가 보이고 차에서도 주택이 잘 보이는 곳에 주차를 했었는데 제 차 블랙박스에 영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새벽 3시까지도 전화가 걸려오지 않아서 그대로 뒀는데 그때까지 영상이 남아 있을 겁니다.”
“아!”
이팀장과 고형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팀장은 ‘고형사 이 친구. 이것 봐라?’ 하는 생각을 했다.
고형사도 신이 나서 계속 정호영에게 질문했다.
“그것 좀 당장 확인해볼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저도 각도나 구도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주차 모드에서도 촬영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아마 남아 있을 겁니다.”
“차 가져오셨습니까?”
“가져왔죠. 그럼 당장 나가보죠. 허허, 오늘 제가 오길 잘한 것 같군요.”
정호영과 윤주영 그리고 이팀장과 고형사는 즉시 커피전문점에서 나와 정호영의 차로 향했다. 오늘은 주차공간이 비어있었는지 윤주영의 집 바로 앞에 차를 주차를 해놓았다. 차는 기아 소렌토. 2, 3년 된 모델인 듯했다. 화려한 선남선녀의 외모에 비해 소박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BMW 5 시리즈 같은 모델이 등장할 거라 생각한 이팀장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차가 소박합니다.”
“네? 하하, 네. 좋은 차 살 능력이 안 됩니다. 이 정도면 되었죠 뭐. 주영이도 별로 불만 없답니다.”
“어디 블랙박스 좀 봅시다.”
정호영은 블랙박스 컨트롤 화면을 열더니 주차 모드를 해제하고 재생모드를 켰다. 블랙박스는 800메가픽셀의 전면 캠과 250메가픽셀의 후면 캠 2채널식으로 전후면이 동시에 녹화되는 제품이었다.
재생목록을 보니 약 5일 정도 되는 분량의 영상이 주행 모드와 주차 모드로 나뉘어 저장되어 있었다.
“영상이 적군요. 5일 정도밖에 저장이 안 되어 있네요.”
“아. 그게요. 이건 메모리카드가 8기가짜리인데 대충 한 달 쓰면 다 찹니다. 그럼 포맷하는 식이죠. 얼마 전에 싹 지워서 얼마 없는 겁니다.”
“사건 당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주차 모드이군요.”
“네. 그날 7시 15분쯤 짐에서 퇴근하여 차를 가지고 여기로 왔습니다.”
“근무하시는 짐이 가깝습니까?”
“네. 가까워요. 차로 10분 정도 거리죠.”
정호영은 조작을 하여 목요일 7시 30분부터 영상을 재생시켰다. 블랙박스 자체에도 스마트폰만 한 화면이 붙어 있어서 작지만 화면을 재생시켜 볼 수가 있었다. 7시 30분에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정호영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녁이다 보니 낮처럼 화면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사람의 얼굴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의 다세대 주택은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채로 5층까지 찍혀있었다. 우연이겠지만 기가 막히게 화면 상단에 5층이 딱 맞게 찍혀 있었다. 정호영은 곧 1층 현관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1층 엘리베이터 홀의 천장의 센서등이 켜졌다. 그 집이 윤주영의 집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모양인데 문이 열려도 계단에 가려져 문을 열고 닫는 게 보이진 않았다. 정호영은 이미 문을 닫고 윤주영의 집으로 들어간 거 같은데 센서등은 그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켜져 있었다. 약 10초 정도? 반면 그 앞집은 불만 켜져 있으면 문을 열고 닫는 게 잘 보일 거 같았다. 다만 촬영 각도상 1층에 비해 5층은 문을 열고 닫는 게 잘 보일지는 미지수였다. 큰 화면에서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볼 필요가 있었다.
“이거 매우 중요한 자료군요.”
“그러게요. 생각보다 잘 찍혀 있군요.”
“정호영씨. 이거 메모리카드 좀 빌려 가도 되겠습니까?”
“아. 음. 좋습니다.”
“여기 있는 고형사 시켜서 카피만 하고 바로 갖다 드리죠.”
“네. 좋습니다. 어차피 주영이랑 같이 있다가 저녁에나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예상외의 수확이었다. 이걸로 수사는 활기를 띨 것이다.
“음 또, 그리고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마도 더 이상 물을 건 없겠군요. 이따 메모리카드 보낼 때 여경 한 명 보낼 테니 동영상 확인만 한 번 부탁합니다. 주영씨. 그걸로 두 분 뵐 일은 없을 듯하군요. 범인은 최선을 다해 검거하겠습니다. 혹시나 생각나는 게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김진백이 범인일 가능성이 큰가요?”
“조사해 봐야죠. 부검 후 김난영의 유해는 오늘 유족들에게 인계했습니다. 내일 장례식인데 갑니까?”
“당연히 가야죠.”
“그럼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네. 수고하셨습니다.”
정호영과 윤주영은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무언가 퍼뜩 생각난 이팀장은 재차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