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과 동양학 연구의 미래, 삽삼경주소十三經注疏 번역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에서는 한국학 및 동양학 연구의 초석礎石으로서, 학계를 비롯하여 사회 각계의 요구에 따라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 역주譯註 사업에 착수하였다. 동양사상의 원류原流라 할 수 있는 십삼경주소는 동양고전東洋古典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동아시아 사회를 이끈 학문과 문화의 보고寶庫였으며, 오늘날에도 수십억 세계인이 삶의 지침으로 존중하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동양 정치문화의 원류原流를 만나다
≪상서尙書≫는 동양의 가장 오래된 사서史書이자 공문서公文書이다. 이는 유학 최고最古의 경전經典으로 ≪서경書經≫으로 불리기도 한다. ≪상서≫의 상尙은 상上의 뜻이며, 서書는 사관史官이 기록한 글이나 공문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상서’는 상고시대上古時代의 글이란 뜻이다. 여기에는 중국 전설상의 성군聖君인 요堯와 순舜에서부터 춘추春秋시대 열국列國의 기록까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상서≫가 경전으로 인정되면서 동양 여러 나라의 정치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상서≫는 상고시대의 글이기 때문에 그 문장이 매우 난해하다. 당대唐代 명문장가 한유韓愈도 <대고大誥>와 <강고康誥>, <반경盤庚>의 문장이 몹시 까다롭고 어려워 읽기 힘들다고 하였을 정도이다. 또한 ≪상서≫는 진 시황秦始皇의 분서焚書 이후 금문今文과 고문古文으로 나누어져 그 체제가 복잡하게 되었고, ≪고문상서古文尙書≫에 대한 위작僞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 위작 논쟁은 이후 동양 정치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동진東晉 때 매색梅賾이 헌상한 ≪고문상서≫를 저본으로 하여 한漢나라 공안국孔安國의 위전僞傳과 ≪금문상서今文尙書≫의 내용이 포함되어 총 58편으로 이루진 ≪상서전尙書傳≫은 당唐나라 때 오경정의五經正義로 편입되어 공영달孔穎達의 소疏(정의正義)가 달리게 되었다. 매색의 ≪고문상서≫가 송대宋代를 거쳐 명⋅청대明淸代에 위작으로 확증되면서 ≪위공전고문상서僞孔傳古文尙書≫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1,700년간 경전으로서 동양 사회에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높다.
≪상서≫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학계에서는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시대까지 ≪상서≫ 연구는 주로 ≪상서정의≫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고려말 채침蔡沈의 ≪서집전書集傳≫이 수입된 뒤로 지금까지도 학습과 연구에 ≪서집전≫을 이용하고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들은 이러한 ≪서집전≫의 독점적 지위에 의문을 품었으며, ≪상서정의≫의 연구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상서정의≫ 번역은 우리나라의 ≪상서≫ 연구에 초석礎石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매우 깊다고 하겠다.
책 속으로
•若有疾하면 惟民이 其畢棄咎하며 若保赤子하면 惟民이 其康乂하리라
병이 있는 것처럼 한다면 백성들이 모두 허물을 버릴 것이며, 赤子를 보호하듯 사랑한다면 백성들이 편안히 다스려질 것이다. -(<康誥>)
•天이 降威하사 我民이 用大亂喪德도 亦罔非酒의 惟行이며 越小大邦이 用喪도 亦罔非酒의 惟辜니라
하늘이 위엄을 내리시어 우리 백성들이 크게 어지럽혀 德을 喪亡하게 한 것도 역시 술의 행패 아닌 것이 없으며, 그리고 작은 나라와 큰 나라가 망한 것에도 역시 술의 죄가 아닌 것이 없다-(<酒誥>)
•亦厥君이 先敬勞니 肆徂厥敬勞하라
또한 그 임금이 먼저 경건한 마음으로 <백성들을> 위로하여야 하니, <너는 맡은 나라로> 가서 <백성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위로해야 할 것이다. -(<梓材>)
•惟王受命이 無疆惟休시나 亦無疆惟恤이시니 嗚呼曷其오 奈何弗敬이리오
王께서 <대신> 天命을 받으신 것이 무궁히 아름다운 복이시나, <오늘 받은 것이 다른 날 갈아치움이 될지 모르므로> 이것이 또한 무궁히 걱정을 하셔야 할 일이니 아! 어찌하리오. 어찌 우려하고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召誥>)
•惟帝不畀일새 惟我下民秉爲니 惟天明畏일새니라
상제께서 紂에게 <命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백성들이 마음을 굳게 가져 <우리를> 위하<여 우리가 얻은> 것이니, 하늘의 밝은 德을 두려워한 효험 때문이다. -(<多士>)
•周公曰 嗚呼라 君子는 所其無逸이니다 先知稼穡之艱難이오사 乃逸하면 則知小人之依하리이다
周公이 말씀하였다. “아! 군자는 어디에서나 <德을 유념하여> 안일함이 없는 것입니다. 먼저 농사짓는 어려움을 알고 나서야 안일에 처한다면 小人(小民)들이 의지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無逸>)
•天命은 不易(이)라 天難諶이니 乃其墜命하면 弗克經歷이니 嗣前人하여 恭明德은 在今予小子旦이니라
天命은 보전하기 쉽지 않은지라 하늘은 믿기 어려운 것이니, 天命을 실추하면 장구한 歷年을 가질 수 없으니, 前人<의 大業을> 계승하여 그 밝은 德을 공손히 받드는 것은 지금 나 小子 旦에게 매여 있느니라. -(<君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