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총서의 21세기판, 오서오경독본五書五經讀本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 설립 당시 광복光復 이후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조선조의 기본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사서삼경四書三經조차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어, 많은 학자들이 통탄을 금하지 못하였다. 본회에서는 이러한 실정을 감안하여 사서삼경을 우선 번역하기로 하였다. 1990년 동양문화의 근간이자 한문교육의 기본원전 번역 사업인 동양고전국역총서 발간에 착수하여 1998년 ≪서경집전≫과 ≪주역전의≫를 끝으로 근 10년 동안의 노력에 마침내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번역사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뿐 아니라 조급하게 번역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오류가 발견되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내외 연구 성과가 쌓임은 물론이고 동양학 열풍으로 높아진 독자의 지적호기심을 채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마침내 2005년 개정증보판改訂增補版 사서四書를 발간하였으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21세기판 동양고전번역의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총서를 기획하였다. 이것이 바로 ‘오서오경독본’ 시리즈다. 오서는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소학小學≫을, 오경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예기禮記≫, ≪춘추春秋≫를 가리킨다. 오서오경은 유학儒學과 동아시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고전古典이다. 본회에서는 치밀한 준비와 연구로 장장 10년 만에 드디어 첫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오서오경독본은 2019년까지 10종 22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공자孔子와 ≪논어論語≫, 주자朱子와 ≪논어집주論語集註≫
공자는 위대한 사상가?정치가?교육가로 유학儒學을 창시한 사람이다. 주周나라의 질서가 무너지고 열강이 발호하는 암흑기인 춘추시대 노魯나라에서 출생하였다. 당시 열국의 군주는 공리功利만을 추구하여 백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자는 이를 가슴 아프게 여겨 주나라의 질서를 회복할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아, 갖은 고난을 무릅쓰며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인의도덕仁義道德으로 집정자를 설득하였으나, 공자에게 정치를 맡긴 군주는 없었다. 결국 공자는 물러나 전적典籍을 정리하고 후생을 교육하여 자신의 사상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였다. 공자 사후, 공자가 위정자爲政者와 문답한 말, 제자를 교육할 때 일러준 말, 사람을 품평한 말 등을 모아 엮은 것이 ≪논어≫다.
주자朱子는(이름은 희熹, 호는 회암晦庵) 송대 이학宋代理學을 집대성한 도학자道學者다. 이를 주자학朱子學?정주학程朱學 등으로 부른다. 주자가 사서四書를 제창한 이후, 중국경학中國經學을 혁신하여 중국은 물론 주변 동아시아 사회의 사상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원元?명明?청淸은 물론 조선朝鮮까지도 관학官學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획득하였고, 교육의 측면에서도 공자 이후 제일로 꼽힌다.
≪논어집주≫는 주자가 40대 후반인 순희淳熙 연간에 훈고訓?를 중시한 한漢나라 학자의 설과 의리義理를 중시한 송宋나라 학자의 설을 집대성한 ≪논어≫의 주석서다. 주자의 제자이자 사위인 황간黃幹은 “≪논어집주≫에 한 글자라도 께름칙하거나 한 마디라도 순조롭지 못한 것이 있으면 잡념을 떨쳐버리고 깊이 생각하여 고치기를 그치지 않았다.”고 하였고, 제자 진순陳淳은 “≪논어집주≫는 문장이 명결明潔하고 해석이 친절하며, 문사文辭는 간략하나 이치는 풍부하며, 의리가 정미하고 의미가 심장하다.”고 평가하였다.
책 속으로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人不知而不?이면 不亦君子乎아
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서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으랴?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면 또한 즐겁지 않으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움을 품지 않으면 또한 君子가 아니랴?” -(<學而> 1장)
?子曰 學而不思則罔하고 思而不學則殆니라
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爲政> 15장)
?子曰 譬如爲山에 未成一?하야 止도 吾止也며 譬如平地에 雖覆一?나 進도 吾往也니라
子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흙을 쌓아> 산을 만드는데 한 삼태기의 흙을 붓지 않아 산을 이루지 못하고 중지하는 것도 내가 중지하는 것이며, 비유하면 평지에 비록 한 삼태기의 흙을 부었으나 <그 일을 하기 위해> 나가는 것도 내가 나가는 것이다.” -(<子罕> 18장)
?子曰 過猶不及이니라
子께서 말씀하셨다. “지나침이 미치지 못함과 같다.” -(<先進> 15장)
?顔淵問仁한대 子曰 克己復禮爲仁이니 一日克己復禮면 天下歸仁焉하리니 爲仁由己니 而由人乎哉아
顔淵이 仁을 묻자, 자子께서 말씀하셨다. “사욕을 이기고서 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이니, 하루라도 사욕을 이기고서 예로 돌아가면 天下 사람이 모두 仁人으로 許與할 것이다. 인을 하는 것이 자기에게 달린 것이지 남에게 달린 것이겠는가.” -(<?淵> 1장)
?子曰 道不同이면 不相爲謀니라
子께서 말씀하셨다. “道(主義)가 같지 않으면 서로 일을 꾀할 수 없다.” -(<衛靈公> 39장)
?子曰 年四十而見惡焉이면 其終也已니라
子께서 말씀하셨다. “나이 40이 되어서도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그는 그대로 끝날 것이다.” -(<陽貨> 2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