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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감각과 사고를 지배한다. 바닥에 납작 업드려 강아지나 벌레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늘 보던 세상, 늘 보단 사물, 똑같은 것임에도 그것이 얼마나 이질적으로 다가오는지를. 고층 아파트의 꼭대기층에서, 동네 뒷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늘 생활하던 곳임에도 새롭고 어색하기도하며 심지어 무언가 벅찬 감동을 전해주기까지한다. 이제 그 높이를 조금씩 더 높여 400킬로미터를 넘어서면, 그 시점의 관찰자에게 보이는 세상에서 인간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그 광활한 우주의 티끌도 안되는 지구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그런 평범한 우리들의 삶을 400킬로미터 높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수십명이 채 안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체험은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롭다.
아이들과 우주정거장에서 활동하는 우주비행사들의 NASA 영상을 찾아보면서 신기했던 생각이 났다. 무중력 상태의 공간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며 이동하고, 침대에도 안전벨트가 달려있어서 몸을 묶고자는 모습, 방울방울 날아가는 물방울을 칫솔에 붙여서 이를 닦고 머리를 감는 모습 등 너무 신기했었다. 2024년 부커상 수상작 <궤도>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여섯 우주비행사의 하루. NASA와 ESA의 기술 자료, 실제 우주비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이 소설이다. 스물네 시간 동안 열여섯 번의 일출과 열여섯 번의 일몰을 마주하는 기이한 감각, 최신 공학 기술의 정점인 우주선에서 더없이 작고 평범한 지구를 낱낱이 보는 일의 의미, 흉포하고 맹렬한 검은 우주에 몸을 맡길 때 찾아오는 완전한 평화와 위로가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로, 리드미컬하게 펼쳐진다. 우주선에서 함께 생활하는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도 상당히 흥미롭다. 지구 위에서는 국제관계 상 나라간에 긴장관계에 있든 말든 우주공간에서는 모두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탈국적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을만큼 강도높은 훈련을 통과한 우주비행사들일지라도 우주에 홀로 떨어진 같은 생경한 느낌을 이겨내야 하고, 좁은 공간에서 외로움을 함께 나누며 의지할 수밖에 없는 동료들과의 관계는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는데 엄마의 장례식이 벌어지고, 어찌할 수 없이 슬픔을 삼킬 수밖에 없는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낯선 국적의 동료밖에는 없다. 책 속에는 막막한 우주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 의식의 흐름대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순서없이 흘러가는데, 마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지구로부터 쏟아져나오는 각종 무전기 전파들을 우주비행사들이 우연히 잡아서 대화하는 장면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죽은 남편의 무전기로 우주비행사들과 뜻하지 않은 교신을 하게 된 테레즈. 낯선사람에게 자신의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녀의 마음속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꾹꾹 억눌려있었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우주공간에서의 외로움과 지구 위의 외로움이 교통하는 순간. 길든 짧든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운같이 느껴진다. _______ 지구의 소리는 오케스트라처럼 복잡하다. 조율하지 않은 채 활을 켜고 목관 악기를 부는 밴드 연습 소리,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뒤틀리는 엔진의 광활한 소리, 은하계 부족들이 빛의 속도로 벌이는 전쟁 소리, 습한 열대 우림 아침에 반사되어 퍼지는 새들의 지저귐, 일렉트로닉 트랜스 음악의 도입부, 그리고 배경으로는 울림소리가, 빈 목구멍에 모이는 소리가 깔린다. 화음이 어설프게 형체를 잡아 간다. 아주 멀리 떨어진 목소리들이 합쳐진다. 천상의 지속음이 잡음을 뚫고 길게 펼쳐진다. 아주 신중하게 시작되는 합창 소리처럼 노래가 터져 나올 것 같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그리고 윤이 나는 구슬 행성은 잠깐이지만 아주 달콤한 노래를 부른다. 지구의 빛이 합창한다. 그 빛은 1조 개 물체들의 앙상블이다. 짧은 순간에 모여 하나가 되고는, 거칠고 경쾌한 세상의 잡음 은하계 목관 악기 열대 우림 트랜스 음악으로 요란하게 뒤죽박죽 다시 흩어진다. 궤도 | 서맨사 하비, 송예슬 저 #궤도 #서맨사하비 #서해문집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시를 읽는듯한 느낌. 우주인들의 시간속에서 나을 들려다볼수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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