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장렬하게 전사한 시대의 영웅 이순신. 그는 투철한 조국애와 뛰어난 전략으로 왜적들을 방어하고 격퇴하면서 매번 해전에서 승리해 한민족 역사상 가장 추앙받는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순신과 관련된 책만 해도 150여 권이 넘게 출판되었고 심지어는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인기몰이를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민족이 낳은 세계적 위인 이순신에 대한 후세들의 관심과 탐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한 영웅이 남긴 생애와 업적은 후세들의 정신에 깊은 영향을 주고 삶의 본보기가 되어 그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평역 이순신 자서전』은 지금까지 출간된 이순신 관련 서적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저술된 책이다. ‘이순신 자서전’이라는 생경한 제목에서 어쩌면 독자들은 약간 당황스럽고 의아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150여 권이 넘는 이순신 관련 서적 중에서 ‘자서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순신 자서전’으로 소개된 이 글의 원문은 『이충무공 전서』에 부록으로 수록된 기사들이다. 그 기사는 지금까지 이순신의 조카 이분(李分)이 쓴 이순신의 ‘전기’로 세상에 알려져 왔다. 그 글이 ‘이순신 자서전’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저자는 이 책이 ‘이순신 자서전’이라는 이름으로 출간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로 요약해서 말하고 있다. 그 첫째가 이순신은 당시 전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둘째는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쓴 전기가 사실은 이순신이 직접 쓴 자서전이라는 것이고, 마지막 셋째는 거북선의 창시자는 나대용이 아니라 이순신이라는 것이다.
우선, 이순신은 전사하지 않았다, 라는 것과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쓴 전기가 사실은 이순신이 직접 쓴 자서전, 이라는 두 가지의 사실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순신이 쓴 글이 확실함에도 그것이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쓴 전기로 전해지고 있다면, 그것은 이순신이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그러니까 이순신은 당시 전사하지 않고 전사한 것처럼 위장하고 여러 해 동안 더 살아 있었다는 명제와, 이분이 쓴 것으로 전해지는 이순신의 전기가 사실은 이순신이 직접 쓴 자서전이다, 라는 명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래서 그 글이 누가 쓴 글인지 판별하는 일은 역사상으로 볼 때도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저자는 그 중요성에 기점을 맞추어 그 글이 이순신이 쓴 자서전이 확실하다는 것을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증명하고 있다.
첫째, 그 기록에는 21년 후에 출생한 조카가 좀처럼 알기 힘든 사소하고 은밀한 일화들이 적혀있다. 당시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을 만큼 상황묘사나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정확하게 적혀있는 점으로 보아 이순신이 직접 쓴 글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둘째, 전기란 한 위인의 훌륭한 업적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쓰는 글이다. 그런데 조카 이분이 쓴 글들에는 전기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이 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도 이분이 쓴 전기가 아니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셋째, 그 기록에는 고관들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고발하는 것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있다. 그런데 이는 그들을 중상하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순신의 속마음을 몰랐던 조카로서는 쓰기 어려운 글이라는 점이다.
넷째, 거기에는 왕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이로 볼 때, 당시 이순신은 자신도 죽을 뻔 했으며 왕이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죽였다는 것을 기록에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쓴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이는 조카로서는, 숙부를 불경죄에 빠뜨리고 싶어서라면 몰라도, 그것이 아닌 이상 도저히 쓸 수가 없는 내용들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거북선의 발명자는 나대용이 아니라 이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거북선의 발명자로 이순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찾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거북선에 대한 지나친 영웅시 때문인데, 저자는 나대용의 후손들이 보관하고 있는 ‘나대용의 상소문’과 『이충무공 전서』의 기록을 살펴보면서 나대용이 거북선 제작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남천우는 평소 위인전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또한 이순신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이 없던 순수한 물리학자이다. 다만 당시에 있던 거북선 모형이 잘못되어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자는 도해사신선의 설계도를 보게 되었는데 그 도면에는 한국식 노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것이 2층 구조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저자는 거북선과 판옥선도 일사천리로 복원할 수 있었다. 저자는 거북선이 기동력이 뛰어난, 기막히게 우수한 전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우수한 전선 때문에 이순신이 매번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을 알게 된 저자는 이순신의 해전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순신의 전사에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의문을 시작으로 이순신의 전기가 혹시 자서전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품게 되었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결국 그것이 이순신의 자서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마침내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분의 조카가 쓴 글이 이순신이 직접 쓴 자서전임을 밝히고, 이순신이 전사한 것처럼 위장하고 살 수 밖에 없었던 험난했던 그의 일생을 재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