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849호
“진실이 규명되고 정의가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3년 12월7일 ‘항명’ 재판 1차 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박정훈 대령(52)에게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거냐’고 묻자 한결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박 대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다. 28년 차 군인인 그의 삶은 수사 외압 의혹이 일던 지난 7월31일을 기점으로 송두리째 뒤흔들렸습니다.
〈시사IN〉은 박정훈 대령을 ‘2023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조사 결과를 왜곡하고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선 군인입니다. ‘정의’와 ‘진실’을 중히 여기는 공직자가 2023년을 기억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징 인물이라는 사실은, 거꾸로 두 가치가 빛바랜 시대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8월2일 예정대로 사건을 경찰에 넘긴 뒤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 징계, 구속영장 청구, 기소 등을 겪었습니다.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불복했다는 혐의입니다. 박 대령은 여전히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 대령을 지켜보는 건 어쩌면 낡을 대로 낡아버린 정의와 진실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호가 송년호입니다. <시사IN>은 매년 국내외 다큐멘터리 작가, 그리고 소설가 시인 등과 협업해 송년호를 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짧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글로 독자들에게 한해를 소장케 하자는 취지입니다.
올해도 김민, 김흥구, 도요다 나오미, 박미소, 박창환, 신선영, 양경준, 이명익, 임병식, 조남진, 주용성, 최형락, 최혜영 등 국내외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참여해 주었습니다.
금정연, 김소연, 김숨, 김지연, 김혜영, 노순택, 서영걸, 서효인, 송승언, 오은, 이동은, 이서수, 임재정, 정보라, 정세랑, 정지돈, 조해진, 진은영, 최은미, 최의택, 최진영, 홍은전 등 소설가·시인·작가들이 글을 보탰습니다.
〈시사IN〉과 함께 2023년을 간직하고, 2024년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