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853호
검사와 기자는 ‘동료 시민’일까요? 수사를 당할 때 두 직업의 행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검사는 스마트폰에 20자리의 비밀번호를 설정해뒀다가 수사기관에 알려주지 않는 것으로 압수수색을 무력화합니다. 함께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은 검사들은 신기하게도 거의 동시에 한결같이 스마트폰을 분실합니다.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예정이면 데스크톱을 초기화해버립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기자들은 대체로 유순하게 수사에 협조합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6일,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입니다. 이진동의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에 담긴 자료들이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되어, 검찰이 상상한 그의 취재 및 데스킹 ‘의도’를 입증하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포렌식 다음 수순은 대면 조사입니다. 지난해 9월에 이미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았습니다. 검찰은 무려 416개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의 모든 순간이 조사 대상이었다는 뜻입니다.
수사에 대처하는 행태로 볼 때, 이진동-한상진과 검사 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말 ‘동료’ 시민이 맞을까요?
검찰의 최근 압수수색은, 기자들이 ‘불온한 의도하에’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것입니다. 해당 기자들과 〈시사IN〉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이 공모했으며 심지어 특정 정치세력의 조종까지 받고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습니다. 검찰의 야망은 해당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 그 ‘검은’ 의도를 밝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종태 기자가 제853호에서 언론 자유를 거리낌 없이 제약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를 고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