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860호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숫자 하나가 한 사회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0.72명. 2월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합계출산율입니다.
지난해(2022년 통계) 발표한 0.78명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고질적인 저출생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악화되고 있습니다. 매년 2월에 발표되는 전년도 합계출산율은, 한국 사회가 매년 받아드는 일종의 성적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0.72명이라는 숫자가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체감하기 쉽도록 한 국가의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해봅시다.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면 이들의 자녀(2세대) 수는 총 36명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2세대가 낳아 기르는 손자녀(3세대)는 다시 13명까지 쪼그라듭니다. 단 두 세대(약 60년) 만에 공동체가 소멸하는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듭니다.
통계청이 2월28일에 발표한 ‘출생·사망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암담한 내용이 많습니다. 일단 출생아 인구 절대치가 줄었습니다. 2022년 약 25만명이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3만명으로 2만명 감소했습니다. 2012년 출생아 수(48만455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입니다. 자연스럽게 총인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사망자는 35만2700명으로 출생아 수보다 약 12만명 더 많습니다. 그만큼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작년 한 해에 경남 통영시 총인구만큼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줄어들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세종 쇼크’가 강하다. 2022년 합계출산율 발표 당시에는 세종특별자치시가 그나마 희망처럼 여겨졌습니다. 합계출산율 1.12명을 기록하며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1.0명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세종마저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떨어졌습니다. 2022년 0.59명으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서울 역시 올해 0.55명으로 더 악화되었습니다. 인천(0.69명), 경기(0.77명) 등 수도권 나머지 지역도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지난해보다 합계출산율이 감소했습니다.
제860호에서는 김동인 기자가 해외 언론도 주목한 ‘대한민국 출산율 쇼크’를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