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863호
3월4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로 임명했습니다. 3월6일 이종섭 대사가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이 MBC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섭 대사는 3월7일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 조사를 받았고, 이튿날인 3월8일 법무부는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종섭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습니다. 3월10일 이종섭 대사가 호주로 출국했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3월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사가 즉시 귀국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종섭 대사는 3월21일 귀국했습니다.
불과 17일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의문을 자아냅니다. 대통령은 왜 수사 중인 사람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을까요? 대통령실은 방위산업 분야에서 호주가 새롭게 떠오르는 우방국이기에 “통상적 외교관이 아닌 국방 분야 전문성이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국방부 출신이 이종섭 대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종섭 대사가 “국방부 장관 시절 국방 및 방산 협력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종섭 대사가 국방부 장관에 재직할 때 터진 사건이 있습니다. ‘채 상병 사건’입니다. 지난해 7월20일 수해 복구 지원을 나간 해병대 채 아무개 일병(순직 뒤 상병으로 추서 진급했다)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채 상병이 속한 1사단 지휘부는 병사 안전보다 해병대 이미지와 언론 노출에 신경을 썼고, 현장에서 구명조끼 등 장비는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사건 수사를 담당한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사보고서를 7월30일 오후 4시30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해 결재를 받았습니다. 7월31일 오후 2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 2시간 전인 오전 11시57분 이종섭 장관 지시로 이 브리핑은 돌연 취소됩니다. 박정훈 대령은 이후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 취지의 말을 반복해 들었다고 합니다.
제863호에서 전혜원 기자가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채 상병 사건의 전모를 심층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