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874호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관련 보고를 받고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와 같이 말했다는 이야기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VIP 격노설’입니다.
‘VIP 격노설’의 전달자로 지목된 해병대 사령관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격노’ 자체를 부인해왔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최근 드러났습니다. 이종섭 전 장관 측은 세 차례 통화가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나 인사 조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11시45분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이종섭 당시 장관에게 전화를 건 사실 등을 고려하면, 항명죄 수사를 대통령이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직권남용 혐의 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법적인 결론과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이 권한에도 없는 혐의 대상자 변경을 지시한 순간 정치적 책임은 이미 발생했습니다. 직권남용 수사라는 칼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휘두른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검사 출신 대통령이 정치세력의 의무를 져버린 셈입니다.
제874호에서 전혜원 기자가 채 상병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무슨 죄인지, 왜 문제인지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