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877호
2014년 6월11일 새벽 4시. 경찰 버스 50여 대가 밀양시 부북면에 집결했습니다. 경찰 2000여 명, 밀양시 공무원 200여 명은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농성장을 시작으로 위양마을 127번 농성장,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농성장, 단장면 용회마을 101번 농성장 등을 순서대로 이동하며 ‘행정대집행’을 강행했습니다. 농성장을 철거하라는 국가의 명령에 따라 단행된 강제 철거였습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은 단일 국책사업에 대해 최장기간 최대 규모로 이어진 주민 저항이었습니다. 383명이 입건되었으며, 현장 응급 이송 사례가 100건이 넘었습니다. 이후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10년 동안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두 명이 분신과 음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송전탑은 모두 완공됐고, 사람들의 기억은 시들해져갔습니다. 그동안 밀양 각 마을 공동체는 처참할 정도로 파괴되었습니다. 한전과 밀양시는 돈과 행정으로 시시각각 마을 주민을 압박하고 분열시켰습니다. 밀양시 공무원들은 마을 주민의 성향까지 분석하며 한전과 발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18개 마을 143가구는 보상금을 거부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 상처 입은 곳, 상처 속에서도 연대와 나눔이 빛났던 곳, 혹은 우리 사회에서 ‘탈핵’과 ‘에너지 정의’의 첫 발자국을 뗀 곳. 우리에게 밀양은 어떤 곳일까요.
제877호에서 이오성 기자가 밀양 행정대집행 이후 10년을 되짚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