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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사회 상세페이지

하청사회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

  • 관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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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21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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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6.8만 자
  • 25.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87708421
ECN
-
하청사회

작품 정보

“갑과 을은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하청사회’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를 포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열쇳말이다. 하청이란 제도 자체가 최근에서야 등장한 것은 아니며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처럼 근로자의 절대 다수가 열악한 ‘을’의 처지에 놓여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 소수의 ‘갑’이 저지르는 온갖 ‘갑질’을 감내해야 하는 이러한 형태의 하청사회가 등장한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실태를 표현하는 용어로 ‘99-88’이란 말이 있다. 이는 한국 전체 사업체 수의 99.9퍼센트가 중소기업이며, 전체 근로자의 88퍼센트 가량이 중소기업 종사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그 압도적 비중에도 불구하고 국내 총생산의 절반 수준을 차지할 뿐이다. 반면 겨우 0.1퍼센트에 해당하는 대기업 혹은 재벌이 국내 총생산액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갑이 이토록 많은 사회적 부를 움켜쥐게 된 까닭은 을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쥐어짜내 가로챘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화된 대한민국이란 하청사회는 극소수의 갑만 이익을 챙기고 대다수의 을은 희생을 당하게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하청사회는》갑은 어떻게 갑이 되고, 을은 어떻게 을이 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갑을관계를 바탕으로 한 갑질이 가능한 조건, 이로써 탄생하는 갑질사회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인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와 ‘외주화’(outsourcing)를 분석하여 살펴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1: 지대추구행위

2016년 5월, 구의역 김군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하청사회의 실체를 드러내는 집약적 사례였다. 김군은 서울의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일을 했지만 그의 소속은 서울메트로가 아니었다. 그는 원청인 서울메트로가 위탁 계약을 맺은 하청인 은성PSD에 고용된 근로자였으며, 그것도 월급 144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죽은 김군의 가방에는 컵라면 하나가 담겨 있었는데 그것조차 먹지 못하고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끼니도 때우지 못한 채 과도한 업무의 압박에 쫓겼을 안타까운 처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젊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원칙적으로 스크린도어 점검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김군처럼 한 사람이 담당하고 있었다.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점검 업무를 수주한 하청업체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극도로 인력을 축소한 상태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2인 1조 점검이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러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서울메트로는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비정규직 근로자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하청사회의 문제가 집약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서 하청사회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즉 ‘지대추구행위’와 ‘외주화’를 읽어낼 수 있다. 이때 ‘위험의 외주화’라는 자명한 현상을 인식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대추구행위’를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서울메트로는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며 특정 업무들을 외주화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는 내보내는 퇴직자들을 협력업체, 보다 정확히 말해서 하청업체에 무조건 고용되도록 보장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에서 수령하던 임금의 최소 60퍼센트에서 최대 80퍼센트 수준을 확보해주었다. 서울메트로의 퇴직자가 하청업체의 임원직으로 들어가서 받는 연봉은 서울메트로 정규직보다는 적었지만, 그럼에도 하청업체 근로자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상당한 액수였다.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이 약 434만 원을 받는 동안에, 목숨을 걸고 정비 업무를 수행하는 김군 같은 비정규직은 겨우 월급 144만 원을 받았으며, 김군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은 180~220만 원을 받았다. 이처럼 가장 큰 문제는, 임직원의 급여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반면 최저입찰가로 이루어지는 서울메트로의 용역을 따내려고 하청업체 직원의 인건비를 최소한으로 책정했다는 점이다.
‘지대’(rent)란 토지 사용료에서 유래된 개념이며, 경제학에서는 토지와 유사한 성격의 재화나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토지 소유자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다른 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토지에서 나오는 지대를 얻는다.
‘지대추구행위’ 개념은 근본적으로 지대에 근거한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고서 비생산적 방식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노력이 지대추구행위이며, 더 넓게 보면 기득권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 얻는 초과 이익을 가리킨다. 이때의 지대는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추구되는 이윤과는 전혀 다르다. 지대추구행위란 독점적 특혜나 특권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타 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인 E. K. 헌트(Hunt)는 이를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일컬었다. 공정한 경쟁으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어 다수에게 이익을 준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은유와 상반되는 이 현상을 기발하게 개념화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2: 외주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간 자유경쟁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는 기업과 개인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신자유주의 아래에서는 성공이나 실패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국가나 공공의 책임을 일개 기업과 개인에게 전가하는 거대한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의 개인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균열일터(Fissured Workplace)라고 할 수 있는 노동의 외주화가 바이러스처럼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균열잍터 중의 하나는 음식을 퀵서비스처럼 배달하는 음식 배달 대행업이다. 기존 퀵서비스가 다양한 물품을 신속히 배달하는 서비스였다면, 음식 배달 대행업은 그 대상을 음식물로 확장한 것이다. 음식 배달 대행업은 배달원이 음식점에 속했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운영된다. 음식점에 고용되지 않고 콜을 받는 실적에 따라 수익을 얻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회에서 근로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야쿠르트 아줌마,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프랜차이즈헤어숍디자이너,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채권추심원, 골프장캐디, 방송구성작가, 화물트레일러기사, 요구르트판매원, 택배기사, 학원강사, 간병인 등을 포함한 소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 역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로 간주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근로자도 아니고 사업주도 아니면서 근로자의 특성과 개인사업자 특성을 모두 지닌 이러한 직종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청사회에서 을은 이중의 착시효과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을은 자발적으로 각자도생하는 신자유주의적 주체로 남는다.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간파한 것처럼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의 성과사회에서는 성과주체인 개인은 자기를 착취하면서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고 매진한다. 이러한 자기 착취의 동력은 할 수 있다는 믿음, 즉 긍정성의 과잉이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부정된다. 모든 개인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자기 탓이다. 이 시대의 을들은 성과주체로서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라 믿으며 끊임없이 앞만 보고 내달린다.
인간을 합리적, 이기적 동물로 여기는 경제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을 하청사회에서 쉽게 목격하게 된다. 하청사회는 막다른 골목으로 을들을 내몰고 상호 변절을 강요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을들은 협동보다 생존을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게 된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을의 눈에는 옆의 을이 동료라기보다는 경쟁자로 보일 뿐이다. 이는 을이 성과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일어나는 착시효과 때문이다.
이처럼 외주화는 하청사회에서 갑이 을을 딛고 서서 우위를 유지하는 가시적 장치이다. 을들 사이에 연대감과 공동체의식 없이 외주화가 극단으로 진화하면서 하청사회의 을들 사이에도 엄청난 격차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이 어려운 외주화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을들’이 법률과 제도 사이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한다면, 갑은 현재와 같은 하청사회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극단적인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으로 쪼개어져 균열된 일터에 홀로 남은 을들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을들’을 발견하고 손잡지 않으면 안 된다. 을들이 하청사회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힘, 특히 갑의 지대추구행위와 외주화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연대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작가

양정호
국적
대한민국
경력
중앙대 행정대학원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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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청사회 (양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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