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내용을 요약하자면 주인공 성격 모나고 부정적이면 안되고 사이다 맛을 어떻게든 봐야겠다 싶으시면 이 소설 보지 마십시오. 참고로 저는 해석하는 보람이 있는 성격을 좋아하는 변태입니다.
근대 무렵의 여성이 이리저리 굴러가며 자기 삶과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소설이다보니 여성서사가 아주 낙낙해요. 근데 캐 성격 보면 아시겠지만 꽤 현실적인 편입니다. 귀족 말벗으로 들어가서 살았으니 일반적인 여성보다는 훨씬 안전한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그래도 여자가 살기 참 힘든 환경…….
주인공들 성격이 굉장히 특이합니다. 현실적이고 결함있는 인간상! 요즘 이것도 보기 드물어요ㅠㅠ
엘리는 엠벼 나르시시스트 이후로 꽤 화제였던 HSP에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감수성이나 감각이 굉장히 예민하고 모든 감정을 극단적으로 느껴요. 평소 무던한 사람은 엘리의 감정 서술을 보면 뭐야 너무 꼬인거 아냐? 뭐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같은 사람이 보면 뭐 익숙한 맛이군 하는거고요.
신분제가 있는 사회에서 본인의 이상적인 삶과 거리가 먼 평민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때문에 부모에게 고아원에 맡겨지고 벨루트가에 말벗으로 팔려가는 경험은 엘리의 이 예민한 감정에서 수치심, 열등감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강화시키는데 상당히 일조를 하죠……. 또, 부모의 결정으로 버려지고 벨루트 부인의 결정으로 말벗이 되고 남주인 에인절의 결정으로 도련님의 약혼녀가 될뻔하고…. 엘리의 인생은 타인의 의지로 결정될 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엘리는 자신의 삶을 갈망하지만 수동적이고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소년기를 보냅니다.
수동적이라고 하면 선량한 피해자를 생각하지만 세상에 그런건 없다는거 아시죠? 제가 표현한 엘리의 저 성격을 보세요. 엘리는 정말 모난 돌입니다.(ㅋㅋ) 속에 불만과 열등감은 가득 차있는데 여러 현실적인 요인과 반복된 학습으로 행동은 하지 못하고 불평만 하고있는 어떤 인물을 생각해 보십시오. 본인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이용해먹고 거기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는 그런 하찮은 인간이란 말이죠.
청년기에 들어서 변화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사람은 결심한다고 쉽게 바뀌지 않잖아요? 자기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 이후의 엘리도 한참을 헤매고 다시 되돌아오고 주저앉고…. 솔직히 보는 내내 정말 갑갑하실 거예요.
근데 그런 인물이라서 더욱 엘리가 성장하는 모습,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 엘리를 스쳐지나가는 소중한 사람들 이런것들을 같이 겪으면서 이 사람의 흠집 많은 삶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거예요…. 모든 것을 거친 후의 엘리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랑이야기보다도 돌아오지 않을 시간과 추억들이 더 반짝거리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남주인 에인절! 솔직히 좋아하는 성격상의 남주는 아니예요. 근데 신기한 유형이기는 함.
엘리가 성장을 담당하고 있다면, 에인절은 그러니까 사랑을 담당하는 인물인데요. 이 인간 하나로 사랑의 많은 유형을 맛볼수있습니다.
한 인간이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한다면 그가 나이를 먹는 동안 그 사랑은 어떻게 변화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같은 인물이거든요.
갑작스럽게 질병을 앓게 된 어린아이가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타인에게 의존하다가 친애의 감정을 가지게되며 시작된 사랑이라 그런지 일단 에인절의 감정은 굉장히 맹목적이에요.
집착이 섞인 친애가 에인절이 나이가 먹으며 성장한 엘리를 마주하게 되니 육욕이 추가되고, 엘리가 떠나고나니 애증이 되고, 그럼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니 최종적으론 거의 아가페에 가까운 형태가 되더라고요. 상대를 갈망하고 의존하지만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그사람을 갈망하는 것조차 포기할 수 있는 그런 헌신….
다른 사람에겐 너무하다는 말 잘 안하는데 엘리는 종종 에인절에겐 좀 너무하기는 해요…? 비록 에인절도 엘리가 있을곳을 두번이나 없애버린 전적이 있지만요. 안 너무한가? 안 너무합니다.
아무튼 솔직히 에인절의 사랑은 엘리의 사랑보다 이해가 안가는 구석이 많은데 사랑하다보니 오직 사랑하는것이 삶의 목적이 된 사람같다고 생각합니다. 여주를 사랑하는 것 말곤 삶에 아무것도 없어서 좀 부담스럽고 엘리 스핀오프로 에인절이 나와야 얘가 자기 삶을 살려나 싶기도 하고…… 그렇기는 한데…. 오늘도 저의 마음에 드는 작품 합리화 뇌는 열일을 합니다.
그외에도 재밌고 좋았던 인물들이 정말 많은데, 너무 길어져서 자세한 인물들은 직접 보고 확인해주세요.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마냥 호감을 사긴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본 사람이라면 알수있는 우리네 모습이 거기에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더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던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