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사랑하는 까닭에 상세페이지

사랑하는 까닭에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500원
판매가
500원
출간 정보
  • 2022.10.06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4.1천 자
  • 9.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
ECN
-
사랑하는 까닭에

작품 정보

번번이 잘도 끊어지는 기타의 높은 E선을 새로 갈고 멜스의
「빠아카로올」을 익혀 갈 때 한 소절 한 소절에 열정이 담겨지고 E선은 간장을 녹일듯한 애끊는 멜로디를 지어 갑니다. 나는 그 멜로디 속에 아름다운 뱃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고요한 정경을 그리고 그대의 환영을 그려 보곤 하오. 그러나 이상스런 것은 가장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그대의 얼굴이 깜박 잊혀져 아무리 애써도 생각나지 않은 때가 있는 것이요. 애쓰면 애쓸수록, 마치 익히지 못한 곡조와도 같이 얼굴의 모습은 조각조각 부서져 마음속에 이지러져 버려 ─ 문득 눈망울이 똑똑히 솟아오르나 코 맵시는 물에 풀린 그림같이 흐려지고 턱의 윤곽이 분명히 생각날 때에는 입의 표정이 종시 떠오르지 않는구료. 코, 입, 눈, 이마, 턱, 귓불 ─ 이 모든 아름다운 것은 한 군데 모여 똑똑히 조화되는 법 없이 장장이 날아 떨어진 꽃판과도 같이 제 각각 흩어져 심술궂게도 나의 마음을 조롱합니다. 흩어진 조각을 모아 기어코 아름다운 꿈의 탑을 쌓아 보려고 안타깝게 애쓰나 이렇게 시작된 날은 이지러지기 시작하는 「빠아카로올」의 곡조와도 같이 끝끝내 헛일예요. 어여쁜 님이여!
심술궂은 얼굴이여! 나는 짜증을 내며 악기를 던지고 창 기슭을 기어드는 우거진 겨우살이를 바라보거나 뜰에 나가 화초 사이를 거닐거나 하면서 톡톡히 복수할 도리를 생각하지요. 요번에 만날 때에는 한시라도 그대를 내 곁에서 떠나게 하나 보지. 하루면 스물네 시간, 회화할 때나 책을 읽을 때나 풀밭에 앉아 생각에 잠길 때나 내 눈은 다만 그대의 얼굴을 위하여 생긴 것인 듯이 그대의 얼굴에서 잠시라도 시선을 옮기나 보지. 한 점 한 줄의 윤곽을 끌로 마음 벽에 새겨놓거든. 그것이 유일의 복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까말요.
화단의 꽃이 한창 아름다울 제는 여름도 아마 거의 끝나나 보오. 올에는 그리운 바다에도 산에도 못 가고 무더운 거리에서 결국 한 여름을 다 지나게 되었구려. 화단에는 조개껍질이 없으니 바다소리를 들을 바 없고 뜰 가운데 사시나무 없으니 산속의 숨결은 느낄 수 없으나 다만 그대를 생각함으로써 나는 시절시절을 결코 무료하게는 지내지 않는 것은 그대를 그리워함으로써의 모든 안타까운 심정이지 시절의 괴롬쯤이 나에게 무엇이겠소.
그러나 가을. 가까워 오는 가을! 아름답게 빛나면서도 안타깝게 뼈를 찌르는 가을 새어드는 가을과 . 함께 그대를 그리워하는 회포가 얼마나 나의 간장을 찌를까를 나는 겁내는 것이요. 물드는 나뭇잎도 요란한 벌레소리도 그대의 자태가 내 곁에 없고야 무슨 값있는 것이겠소. 나는 그대를 생각지 않고 자연을 그리워한 적은 한 번도 없었소. 벌레소리 그친 찬 새벽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채 나는 필연코 울 것이요. 자칫하다가는 어린애같이 엉엉 울 것이요. 이 큰 어린아이를 달래줄 어머니는 세상에 없을 법하오. 사랑은 만족을 모르는 바다 속과도 같다 할까. 가령 나는 진달래꽃을 잘강잘강 씹듯이 그대를 먹어 버린다고 하여도 오히려 차지 못할 것이며 사랑은 안타깝고 아름답고 슬픈 것 ─ 아름다우니까 슬픈 것 ─ 슬프리만치 아름다운 것입니다. 내가 우는 것은 그 아름다운 정을 못 잊어서지요. 사랑 앞에 목숨이란 다 무엇 하자는 것일까. 희망과 야심과 계획의 감격이 일찍이 사랑의 감동을 넘은 때가 있었던가. 나는 사랑 때문이라면 이 몸이 타서 금시에 재가 되어 버린다 하여도 겁나지 않으며 도리어 그것을 원하고자 하오. 사랑하는 님이여! 나를 태우소서. 깨트리소서. 와싹 부숴 버리소서. 그 순간 나는 얼마나 아름답게 빛날 것일까. 흩어지는 불꽃 같이도 사라지는 곡조 같이도 아름다울 것은 미의 특권 그대의 특권같이 세상에서 장한 것이 있겠소. 그 특권의 종 됨이 내게는 도리어 영광인 것이요.

작가 소개

소설가(1907~1942). 호는 가산(可山). 1928년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온 이후, 초기에는 경향 문학 작품을 발표하다가, 점차 자연과의 교감을 묘사한 서정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다. 작품에 <메밀꽃 필 무렵>, <화분(花粉)>, <벽공무한(碧空無限)> 따위가 있다.

리뷰

0.0

구매자 별점
0명 평가

이 작품을 평가해 주세요!

건전한 리뷰 정착 및 양질의 리뷰를 위해 아래 해당하는 리뷰는 비공개 조치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1.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2. 비속어나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
  3. 특정 종교, 민족, 계층을 비방하는 내용
  4. 해당 작품의 줄거리나 리디 서비스 이용과 관련이 없는 내용
  5.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
  6. 광고 및 반복적인 글을 게시하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내용
  7. 저작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
  8. 다른 리뷰에 대한 반박이나 논쟁을 유발하는 내용
*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리뷰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건전한 리뷰 문화 형성을 위한 운영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은 담당자에 의해 리뷰가 비공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 번째 리뷰를 남겨주세요!
'구매자' 표시는 유료 작품 결제 후 다운로드하거나 리디셀렉트 작품을 다운로드 한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작품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작품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내 무료 작품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작품을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작품을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포르투나 한국근현대문학선집더보기

  • 그 여자의 일생 (이광수)
  • 도시와 유령 (이효석)
  • 처를 때리고 (김남천)
  • 어머니 곰네 (김동인)
  • 아편전쟁 (김동인)
  • 대탕지 아주머니 (김동인)
  • 전제자 (김동인)
  • 적도 (현진건)
  • 신문지와 철창 (현진건)
  • 만세전 (염상섭)
  • 임종 (염상섭)
  • 백금 (최서해)
  • 봉변 (윤기정)
  • 안류정 (윤백남)
  • 무명 (이광수)
  • 논 이야기 (채만식)
  • 종로의 주민 (채만식)
  • 상록수 (심훈)
  • 소년의 비애 (이광수)
  • 결별 (지하련)

한국소설 베스트더보기

  • 혼모노 (성해나)
  • 홍학의 자리 (정해연)
  • 소년이 온다 (한강)
  • 퇴마록 외전 1 (이우혁)
  • 파과 (구병모)
  • 퇴마록 세계편 1 (이우혁)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강보라)
  • 개정판 | 채식주의자 (한강)
  • 퇴마록 : 국내편 세트 (전2권) (이우혁)
  • 입속 지느러미 (조예은)
  • 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 칼의 노래 (김훈)
  • 급류 (정대건)
  •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김초엽, 김혜윤)
  • 펀홈 (앨리슨벡델, 이현)
  • 퇴마록 말세편 1 (이우혁)
  • 작가의 말 (천희란)
  • 구의 증명 (최진영)
  • 살림하는 판도라 (김청귤)
  • 퇴마록 혼세편 1 (이우혁)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앱으로 연결해서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대여한 작품은 다운로드 시점부터 대여가 시작됩니다.
앱으로 연결해서 보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로 자동 연결됩니다.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