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크림슨서클 살인사건
발행일 : 2021년 6월 28일
저자 : 에드거 월리스 지음 ∥ 양희경 옮김
정가 : 종이책 12,800원 / 전자책 8,000원
출판사 : 도서출판 양파
판형 : 128*188mm
페이지 : 360페이지
「킹콩」의 원작자 에드거 월리스의 미스터리를 만나다!
신출귀몰한 범죄집단 크림슨 서클이 제임스 비어드모어에게 큰 돈을 요구하는 협박편지를 보낸다. 제임스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유명한 사립탐정 데릭 예일을 초대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제임스의 아들 잭은 이웃이자 제임스의 동료인 하비의 비서 탈리아 드러먼드에게 연정을 품지만, 의문투성이 탈리아는 잭을 밀어내기만 한다. 한편 크림슨 서클 사건조사를 맡은 런던 경찰청 파르 경감은 사립탐정 예일과 공조수사를 벌이지만, 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경찰에서 그의 입지는 좁아져만 가는데…….
*줄거리소개
영국 런던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출귀몰한 범죄집단 크림슨 서클이 자산가 제임스 비어드모어에게 큰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살해협박 편지를 보낸다. 이미 많은 희생자가 있었던 터, 크림슨 서클의 협박에 순순히 응하기 싫은 제임스 비어드모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유명 사립탐정 데릭 예일을 초대한다.
런던 경시청의 파르 경감은 크림슨 서클 사건을 맡아 그들의 뒤를 쫓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여 사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립탐정 데릭 예일과 공조수사를 벌이지만, 데릭 예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으로 파르 경감의 입지는 좁아져만 가고 자리마저 위태롭다.
한편 제임스 비어드모어의 아들 잭은 이웃이자 아버지의 동료인 하비의 비서 탈리아 드리먼드에게 연정을 품지만, 의문투성이 탈리아 드러먼드는 잭을 밀어내기만 한다. 파르 경감을 도와 본격적인 수사에 참여하게 된 데릭 예일 탐정은 탈리아를 크림슨 서클의 배후로 지목하는데…….
*책속으로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9월 29일이 빅터 팔리온의 생일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크림슨 서클의 미스터리도 없었을 테고, 지금 죽어서 이 세상에 없는 십여 명의 사람들도 아직까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이며, 탈리아 드러먼드도 분명 무정한 경찰관에게 ‘도둑이자 도둑 패거리의 조력자’라는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팔리온은 부하 셋과 함께 툴루즈 시에 있는 <꼬끄도르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즐겼다.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새벽 3시. 이제는 팔리온이 이곳 툴루즈에 온 목적을 실행할 시간이었다. 바로 라이트먼이라는 이름의 영국인 악당을 처형하는 일이다. (p11)
가까이서 밤 11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종이 울릴 때였다. 자동차 한 대가 빠르고 조용하게 광장으로 들어서더니 그의 옆에 멈춰 섰다. 헤드램프 두 개가 희미한 불빛을 내뿜을 뿐, 닫힌 문 안에서는 아무런 빛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앞좌석에 앉은 운전자의 윤곽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문득 자신이 방금 내디딘 걸음이 얼마나 중대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고는 묘한 두근거림이 가슴에서 일렁였다. 차는 움직이지 않았고 운전석에 앉은 남자에게도 움직임이 없었다. 짧은 시간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흘렀다. 적막을 깬 것은 바로 그였다. (p14)
「크림슨 서클이에요!」 아들 잭이 놀라며 소리쳤다.
제임스 비어드모어는 아들의 목소리에 담긴 걱정에 큰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크림슨 서클. 벌써 네 번째야!」
젊은 청년이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며 되물었다. 「네 번째라고요? 세상에! 이게 예일 씨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이유예요?」
제임스 비어드모어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한 이유이긴 하지.」
「물론, 저도 예일 씨가 탐정이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이런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이 사악한 서클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 없단다.」 아버지가 약간은 충동적으로 아들의 말을 잘랐다. 「나는 그들이 두렵지 않아. 하비는 자기가 그 범죄조직에 찍히지는 않을까 두려워하지만, 나는 궁금하지도 않단다. 나와 그는 살면서 이미 몇 명의 적을 만들어왔으니 말이야.」 (p21)
그 소리를 오인할 수는 없었다. 가까이에서 뚜렷하게 들린 총성으로 분명 숲 쪽에서 소리가 났다. 잭은 순식간에 테라스 난간을 뛰어넘어 평원을 가로질러 내달렸다. 그리고 그 뒤를 예일이 따랐다.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스무 걸음 정도 들어갔을까, 비어드모어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잭은 소름 끼치는 눈으로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한편 저 멀리 나무 뒤에 한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손에서 붉은 무언가를 한 줌 풀로 닦아내자마자 프로이언트 저택 울타리의 그림자를 따라 몸을 숨기며 도망쳤다. (p42)
잭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몸을 옴짝할 수도, 어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그 여자는 잭 일행을 발견하지 못한 듯 택시를 불러 타고 사라졌다.
「그나저나 저곳에서 뭘 한 거지?」 파르 경감이 말했다.
「도둑 패거리 일원이라고요….」 잭이 기계적으로 그 말을 되풀이했다. 「오 이런! 경감님, 지금 어딜 가시려고요?」 형사가 차도 쪽으로 한 걸음 내려서자 잭이 재빠르게 물었다.
「저 인물이 전당포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야겠어.」 파르가 말했다.
「돈이 부족해서 갔겠죠. 돈이 모자라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요.」 잭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스로 자신의 변명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탈리아 드러먼드가 도둑이라니! 믿을 수 없는, 아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p53)
탈리아는 봉투를 램프 가까이 가져가며 미소 지었다. 봉투의 한 면에는 인쇄 활자로 주소가, 다른 한 면에는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다. 탈리아는 봉투를 열어 하얀색의 두꺼운 카드를 꺼냈다. 카드에 적힌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탈리아의 표정이 변했다.
네모난 카드 한가운데 커다랗게 크림슨 서클을 뜻하는 진홍색 원이 그려져 있었고, 원 안에는 다음의 내용이 활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오. 내일 밤 10시, 스테인 광장 모퉁이에 대기하고 있을 차를 타시오.」
탈리아는 카드를 탁자에 내려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크림슨 서클이 그녀를 찾고 있다! 그들이 자신을 소환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빨랐다.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