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오컬트 소설의 1인자, 박해로 SF 호러 연작소설
#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우주적 공포소설
# 앞으로 계속될 《귀경잡록》 이야기의 시초
완전히 새로운 공포가 찾아온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우주적 공포소설(Cosmic Horror)
‘귀경잡록’ 시리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SF 호러 연작 소설이다. 미국의 H.P 러브크래프트가 《네크로노미콘》이란 가상의 서적을 빌어 우주의 공포 신화를 완성해냈듯이, 이 시리즈도 각 작품은 철저히 독립된 이야기지만 조선 선비 탁정암이 저술한 《귀경잡록》이란 예언서를 중심으로 외계인의 실존과 위협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몰랐던 비밀스런 태고적 공포신화가 그려진다. 조선시대의 초능력, 무덤에서 되살아난 존재, 반인반수, 비행접시, 정체모를 괴수의 대학살, 장벽 너머의 성역 등 인간의 감각을 뛰어넘은 초자연의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 박해로는 조선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그의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은 인간에게 내재된 공포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게 한다.
세종 20년(1438년), 건국신화를 부정하고 백성들을 미혹시킨다 하여 금서 처분을 받게 된 《귀경잡록》은 당대의 악명 높은 도참비서(圖讖秘書, 미래의 모습을 예언과 그림으로 담은 비밀스러운 책) 가운데 하나였다. 시간을 초월하고 공간을 오로지하는 무변유일극존신(無變唯一極尊神) 육십오능음양군자(六十五能陰陽君子)가 우주 삼라만상의 진정한 창업자이며, 그가 부리는 이계 별천지의 원린자(遠麟者)들이 호시탐탐 인간세상을 노린다는 해괴한 예언서는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전대미문의 공포를 전염시켰다.
이제부터 소개할 이야기들은 조선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종의 야사인데, 읽다 보면 어느 이야기든지 《귀경잡록》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강조하지만 귀경잡록은 허구의 저서가 아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네크로노미콘(Necronomicon)》처럼 《귀경잡록》도 실제로 존재했던 책이다.
줄거리
전율의 환각
구현담은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렸다가 탄핵을 받아 귀양길에 올랐다. 구현담은 소가 끄는 함거에 갇힌 채로 귀양을 가는 길에 갑자기 커다란 개구리가 튀어나왔다. 호송하던 군관이 함거를 끄는 소가 놀랄까봐 개구리를 죽였는데, 그 개구리를 신으로 모시는 금와교주는 "너희들은 돌아가지 못한다"는 저주를 퍼부었다. 일행은 추종자들이 추격해올 것을 피해 걸음을 서둘렀다. 하지만 금와교 추종자인지 산적인지 모를 도적 떼들에게 습격당해 소를 빼앗기고 귀양가는 구현담, 금부도사 나인철, 군관 장소규를 제외한 모두가 죽임을 당했다.
길잡이 없이 헤메던 일행은 섭주에 도착한다. 섭주는 현실을 초월하는 괴사건이 일어난다는 저주받은 땅이다. 섭주 경계의 장승 주변에서, 구현담 일행은 피투성이에 눈이 파인 한 사내가 쓰러져 있는 걸 목격한다. 사내에게 말을 걸자 그가 소리쳤다. "너희들에게 환각이 일어난다! 속지 마! 믿지도 마! 아무도!"
검은 소
조선 후기, '간촌' 마을은 까마득한 산중 오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 자신이 관찰서의 명을 받아 왔다는 아전 한 사람이 소를 끌고 나타났다. 마을에 소를 하사하니 잘 받들면서 마을을 발전시키라는 이상한 명이었다. 촌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달가운 일이 아니었지만 해꼬지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소를 키우기로 했다.
소는 엄청나게 힘이 셌다. 채찍질에 일을 하기는 했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자기 실력을 간단히 확인만 시켜주고 진면목까지는 보여주지 않은 천하장사처럼, '나 이런 존재니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소가 온 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상한 악몽에 시달렸다. 치매가 있던 덕구 노인은 소가 따라오라고 말을 걸더니 자기 머리 위에 오줌을 누었다고 주장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다음에는 성격이 순한 반달곰 한 마리가 죽어 있었고, 입에는 아이의 팔이 나와 있었으며, 절벽 아래에는 부모가 떨어져 죽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곰이 가족을 습격했다기보다는, 소가 세 사람과 곰을 죽인 후 곰이 사람을 죽인 걸로 위장한 모습처럼 보였다.
촌장은 천 서방을 불러 섭주 사또께 소를 데려가 달라는 간청을 전하기로 했다. 이를 들은 섭주 사또는 간촌 마을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장교를 파견하기로 한다.
지옥에서 온 사무라이
고바야시 야스오는 '낮 올빼미'라고 불리는 최고의 도둑이다. 세 나라 말을 하는 그는 사실 조선 어부의 아들이다. 그는 영주 사가모리 도시로에게 붙잡혀 특명을 받게 된다. 전쟁이 일어나 혼란한 틈에 김국도라는 사람에게 가서 어떤 물건을 빼앗아 오라는 것이었다. 야스오는 가기 싫으니 죽이든 놓아주든 알아서 하라며 배짱을 부렸으나, 영주가 여동생을 인질로 잡아 협박하는 데는 어쩔 수 없었다.
영주 아들인 류노스케, 그의 가신 도쿠베이, 그리고 통역을 맡은 야스오 등은 일본 군사로 위장해 조선땅에 와서 진격하다가, 야밤을 틈타 비밀 임무를 시작했다.
야스오 일행은 김국도를 찾아가 그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검은 연기가 나는 돌'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김국도는 의연하게 대처하다가, 류노스케가 야스오의 팔을 긋자 선명한 녹색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그리곤 야스오 일행에게 돌을 전해주기 위해 어느 동굴로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