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되고 지워진 ‘건국대통령’의 역사를 소환한다
■ 책 소개
이승만(李承晩, 1875~1965)은 새삼 발굴되거나 재조명해야 할 이름이 아니다. 4·19 이후 특정 세력에 의해 가려지고, 지워지고, 왜곡 조작된 장막을 걷어내고 ‘있었던 역사’ 그대로를 회복하기만 하면 된다. 막연히 이승만은 ‘친일파, 분단의 원흉, 살인마, 독재자’라고 귀로만 들었던 당신이 반드시 눈으로 봐야 할 책.
■ 책 리뷰
『이승만 건국여행 100장면(A Journey to Independence)』(e북 전 3권, 기파랑 刊)은 저자의 30년에 걸친 이승만 연구의 총결산이다.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에 ‘이승만 건국사’라는 제목으로 2022년 1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113회에 걸쳐 연재한 원고를 깨끗하게 손보고 사실 재확인을 거쳐 전자책(e북)으로 펴냈다. 200자 원고지 7,500매, 일반 종이책이라면 2,000쪽이 훌쩍 넘을 분량이다. 실제 장면 수는 연대기순으로 111장면이고 따로 서문과 서론, 맺음말을 두었다. 마치 대하 성장소설 같은 구성이어서, 이승만 자신의 일기 영문 제목을 따라 ‘Log Book of S. R’이라는 문패를 얹었다. “이승만의 눈으로 이승만의 역사를” 따라갈 수 있도록 방대한 이승만 저술과 신문기사를 곳곳에 직접 인용했다.
세 번의 개안(開眼): 미국, 자유민주·시장경제, 기독교
1948년 건국정부 초대 대통령에 취임할 때 이승만의 나이 이미 73세였다. 그 전까지 이승만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승만의 역사가 가려지고 지워졌다는 증거다. 굵직한 것만 역순으로 간추리면,
• 1948년(73세) 제1대 국회(제헌국회) 의장
• 1941년(66세) 『일본내막기(Japan Inside Out)』으로 일본의 진주만 기습 예언
• 1923년(48세)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비판 논문 「공산당의 당부당」 발표
• 1919년(44세) 한성임시정부 집정관총재(수반),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 1905~10년(30~35세) 미국 조지워싱턴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국제법)
• 1899~1904(24~29세) 반역죄로 한성감옥 수감 중 『독립정신』 집필
• 1898년(23세) 최초의 민간 일간지 <매일신문> 등 3개 신문 창간,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주도하고 연사로 참여
알려진 대로 만민공동회는 만민평등과 입헌군주제를 주창한 집회였고, 늦깎이로 배재학당을 갓 졸업한 이승만은 만민공동회의 스타 선동가였고, 그로 인해 옥고를 치렀다. 바로 배재학당과 ‘제2의 학교’ 한성감옥에서 20대를 보내며 이승만은 세 번의 개안(開眼)을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그 미국의 ‘자유민주 공화정치와 시장경제’, 그리고 ‘기독교’다. 오로지 대한 독립을 향한 이후 60년 여정의 출발점이다(제1부 청년 혁명가).
스탈린과의 40년 전쟁
‘이승만 건국사’ 연재 당시 주안점은 ‘스탈린과의 40년 전쟁’이었다.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거기 혹한 독립운동 진영 내 사회주의자들과의 싸움, 본격적으로는 일본 패망 후 스탈린 소련의 한반도 탐욕과 6·25전쟁, 그리고 스탈린 사후 한반도 분단까지, 이승만의 ‘독립을 향한 여정’은 일본도 공산주의 소련도 몰아내고 ‘통일 독립 한반도에 자유민주 공화국을’ 세우려는 싸움이었다.
설령 세상이 다 공산당이 되며, 동서양 각국이 다 국가를 없이 하여 세계적 백성을 이루며, 군사를 없이 하고 총과 창을 녹여서 호미와 보습을 만들지라도, 우리 한인은 일심단결로 국가를 먼저 회복하여 세계에 당당하게 자유국을 만들어 놓고 군사를 길러서 우리 적국의 군함이 부산 항구에 그림자도 보이지 못하게 만든 후에야 국가주의를 없이 할 문제라도 생각하지, 그 전에는 설령 국가주의를 버려서 우리 이천만이 모두 다 밀리어네어(millionare, 백만장자)가 된다 할지라도 우리는 원치 아니할지라.
우리 한족에게 제일 급하고 제일 긴하고 제일 큰 것은 광복사업이라. 공산주의가 이 일을 도울 수 있으면 다 공산당 되기를 지체치 않으려니와 만일 이 일에 방해될 것 같으면 우리는 결코 찬성할 수 없노라. (제1권 제2부 장면 18. 「공산당의 당부당」, 1923)
친일파이기는커녕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조차 거부했고 독도 수호는 물론 대마도(쓰시마) 반환까지 줄기차게 요구했다. ‘미국의 주구(走狗)’라는 왜곡과 반대로 통일 독립에 걸림돌이 되는 한 미국은 언제나 걸림돌이었고 실제로 미국은 몇 차례나 이승만을 제거하려는 작전을 수립했다.
식민지 신민(臣民), ‘대륙 끝의 파란 점’ 대한민국이 강대국 일본·소련과 싸우려면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한 자유세계 전체를 뒷배 삼는 외에 현실적 대안이 없었다. 이승만 ‘외교독립론’의 실체다. 당시 자유세계를 대표하는 미국을 알고, 미국과 친하고, 그 미국을 이용하는 ‘지미(知美)·친미(親美)·용미(用美)’는 이승만 건국외교의 툴(tool)이었다. ‘정읍 발언’은 분단의 빌미가 아니라 유엔을 이용해 남한에만이라도 자유민주 공화국을 세우게 한 ‘정읍 선언’이었고, 전시작전권 이양은 자주국방의 포기가 아니라 스탈린 남침전쟁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자유세계와의 전쟁이 되도록 하는 포석이었다.
정치적 술수라고 아무리 깎아내려도 어쨌거나 전쟁 중 최초의 지방자치선거를 실시한 것도,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것도 이승만이다. 연이은 선거에서 대통령만은 이승만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을 달리 무슨 수로 깎아내릴 텐가? (제2부 망명정부의 글로벌 외교, 제3부 건국투쟁, 제4부 제2의 건국 ‘호국투쟁’)
4·19는 이승만의 성공작이라는 아이러니
북진통일이 좌절되고 ‘타의에 의한 휴전’을 강요받았으니 이승만 평생의 목표 ‘대한 독립’은 절반의 실패다. 그러나 대가로 따낸 ‘새우와 고래의 동맹’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으로 소련과 남으로 일본의 재침(再侵)을 영구히 막아 줄 ‘안보와 번영의 만리장성’이었다(제5부 번영의 만리장성).
그러나 또 하나의 목표, 자유민주 공화국을 세우고 지켜 나갈 ‘똑똑한 국민 만들기’는 성공했으니, 그것이 바로 4·19에 뒤이은 자진 하야(下野)라고 저자는 말한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평생의 꿈, 그 국내적 목표는 실현되었고 국제적 목표는 실패하였다. 국내적 목표는 ‘똑똑한 국민’ 만들어 자유·민주·공화 체제의 현대적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일이다. 국제적 목표는 미·소가 갈라놓은 조국을 미국의 힘을 이용하여 통일하겠다는 갈망이다.
국제사회의 거친 풍파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독립 회복, 건국은 성공하였으되 강대국들이 키를 쥔 통일의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자신을 과신(過信)한 절반의 실패였다.
순풍인 줄만 알았던 국민이 어느새 불의에 분노하는 태풍이 되어 정부를 전복시켰다. 숙원의 ‘똑똑한 국민’을 만들어 놓으니 국민들이 일어나 이승만을 끌어내리고 말았다. (제6부 장면 108)
‘건국대통령’ 기리지 않는 나라
그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참다운 후계자는 ‘부국대통령’ 박정희이고(김일영, 『건국과 부국』, 기파랑, 2010), 책은 이승만 12년과 1년의 시차를 두고 이어진 박정희 18년, 합해서 30년을 ‘혁명아 쌍두마차, 건국의 아버지들’의 국가만들기(Nation-Building) 기간으로 규정한다(맺으며).
그 이승만의 성취는 물로 쓴 것처럼 지워지고, ‘사사오입 개헌’으로 대표되는 몇 가지 과오들만 청동에 새겨졌다(복거일 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 한반도 공산화를 막아 낸 공(功)이, 지난 65년 동안 줄기차게 ‘건국대통령 지우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에겐 씻을 수 없는 죄(罪)로 여겨지는 것일까?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 박정희기념관과 함께 건국정신, 호국정신, 자유정신, 부국정신, 통일정신, 평화정신을 세계와 국민들에게 가르치는 대한민국 역사교육 센터로 활용해야 한다. ‘건국의 아버지들’을 모르는 국민을 대한민국 수호 국민으로 거듭나게 무장시켜야 한다. 국가의 정통성과 국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자유도 국가도 떠내려간다. (제3권 ‘맺으며’)
저자 인보길은 서울대 문리대(현 인문대·사회과학대·자연대 전신) 학보사 기자로 4·19 현장에 있었다. 1995년 조선일보 편집국장 때 안병훈 당시 편집인(기파랑 대표)의 해방 50주년 ‘이승만의 나라세우기’ 기획에 참여, 특집 지면을 만들고 전시를 개최하며 이승만에 눈을 떴다. 2025년 10월 16일 저자의 기자 인생 60년과 그가 설립한 <뉴데일리> 창간 20주년을 맞아 『이승만 건국여행 100장면』을 냈다. e북 전 3권을 184쪽으로 간추린 미니 종이책 『이승만 건국여행 100장면 샘플북』을 기파랑과 협의해 비매품으로 동시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