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디자인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무기를 마련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디자인을 처음 접한 건, 대학교 1학년 가을 무렵이었습니다. 사실 저자는 공대에 입학해서 2학년까지 다니고, 디자인과로 전과를 했습니다. 재미없는 CAD/CAM 프로그램으로 매번 기계만 설계하다가 동아리방에서 C.G과 다니는 친구가 3D MAX라는 프로그램으로 공룡을 모델링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일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윈도우도 없던 시절에 DOS에서 돌아가던 열악한 3D 모델링 프로그램과 만남으로 저자는 당장 전공을 바꾸기를 결심합니다. 대학원까지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저자는 첫 직장에서 웹디자이너로 다녔던 경험을 제외하고는 디자인 업무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전공과는 무관하게 주로 기획과 사업관리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옮겨 다니며 중간중간에 디자인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는데, 덕분에 디자인툴을 사용하는데 어색하지 않았고, 디자인을 막 시작한 초보자들이나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디자인을 배울 때 어떤 마음인지, 어떤 어려움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긴 해야겠는데, 참 어렵기도 하고 배우면 잊어버리고 쉽지 않은 길이죠. 그런데 학원은 학교랑 다른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강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에서는 전공과목의 공부를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들이 가진 학점이라는 무기 때문이죠. 고3보다 잠자는 시간이 더 없었던 학부 시절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찌나 과제는 많던지 학교 실습실에서 라면상자를 깔고 침낭을 가져와서 밤을 새우며 과제를 했었습니다.
컴퓨터그래픽을 다루는 사양으로 컴퓨터를 사기에는 꽤 비쌌던 시절이라 학교 실습실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프로그램 매뉴얼과 예제도서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일본에서 출판한 책을 겨우 구해서 그림만 보면서 따라 해보고 했었죠.
어쨌든 학점은 받아야 하기에 꾸역꾸역 과제를 제출하고, 온갖 디자인 공모전에도 작품을 제출하면서 점점 실력을 좋아졌습니다. 아니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이 더 좋아졌다고 해야겠네요. 이런 강제적인 트레이닝의 시기가 있었기에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잊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금 디자인업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여전히 하고 있고,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편집 디자인 / 웹디자인 / 영상디자인 / 제품디자인 등 눈으로 표현해야 할 일이 있으면 외주를 주거나 하지 않고 전부 혼자서 합니다.
1인기업을 시작하면서 디자인은 더 필요한 기술이 되었습니다.
홍보, 영업을 위해서 온라인플랫폼에 광고해야 했고, 이때 반드시 디자인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쇼핑몰을 하면서도 상세페이지 디자인을 하려고 디자인툴을 다룰 수 있어야 했습니다. 유튜브를 해도 역시나 디자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저자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고, 디자인 도구도 다룰 수 없었다면, 해야 하는 모든 일을 직원에게 시키던지 돈을 주고 외주를 줘야 합니다. 모든 것이 돈이 드는 일이 됩니다. 그리고 100% 내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온다고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디자인으로 먹고살 것이 아닌데, 포토샵을 배우라고 하진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적정기술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저자가 만든 용어입니다.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하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기술만 익히고 써먹으면 된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단어입니다.
저자는 디자인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적정기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기도 하고 배우고 익혀서 능력치를 키워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좀 다릅니다. 저자가 아는 우수한 디자이너 중에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포토샵은 잘 다루고, 사진도 잘 찍고, 자신이 필요한 것은 다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림과 디자인은 별개입니다.
디자인은 편집 기술에 가깝습니다. 좋은 소스가 있으면 적당히 버무려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요리와 비슷합니다. 재료가 신선하면 재료의 맛을 끌어내고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양념으로 맛을 끌어내면 됩니다.
목표는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요리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놀라울 만큼 편해진 디자인 도구가 생겨나고 있고,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유/무료 소스가 온라인상에 넘쳐납니다. 이것들을 잘 조합해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면 되는 것, 요즘 필요한 디자인 능력치입니다.
저자는 그래서 미리캔버스라는 웹 기반의 디자인툴을 선택했습니다. 당연히 저자도 포토샵만큼 많이 사용하는 도구이고, 대부분 출강하는 강의에서 디자인해야 할 커리큘럼이 포함되어 있다면, 무조건 미리캔버스를 사용하고 알려줍니다.
딱 필요한 만큼 쉽게 배우고, 직관적으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