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사실, 내면과 외부의 경계에 서 있는 나도향 인간과 시대에 대한 환멸의 수사학, 이는 나도향 소설을 읽는 하나의 키워드이다. 루소는 도덕적 타락은 사회적 불평등에서 기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나도향 소설 속 여성 주인공이 성적 타락을 일삼는 일, 남성 주인공이 노름을 하는 일 등은 분명 개인의 기질과 관련되어 있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인물들이 살고 있는 소설 속의 사회는 신분 계층의 부당함이나 경제적 배분의 불평등이 지배하고 있다. 현실과 타인에 대한 환멸의 감정을 과거나 이상향으로 도피하여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려 보낼 수도 있지만, 나도향은 인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한없이 밀어 넣는 과정에서 그 암울함의 밑바닥에 도사린 환멸을 직시한다. 나도향의 소설을 낭만적이면서도 사실주의적 면모를 지녔다고 평가하는 것은 바로 환멸과 절망의 사회성에서 기인한다. 나도향의 창작 활동의 시작과 뿌리는 낭만주의 계열이었다. 그런데 작가 안에 내재되어 있다가 외부로 향한 사회적 인식은 사실주의 작품으로 형상화되었다. 내면과 외부의 경계에 서 있는 작가가 바로 나도향이었다. 이 책에는 나도향의 대표작 다섯 편이 실려 있다. 「물레방아」는 도덕성을 상실한 아내와 그 아내를 되찾는 데 실패한 남편이 저지르는 처절한 복수를 다룬 소설이다. ‘돈’의 욕망이 정상적인 부부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는 열두 살 어린 화자가 어른들의 갈등을 보며 느낀 불안한 감정을 미세하게 묘사한 소설로서 낭만주의의 특성이 많이 보인다. 「행랑 자식」은 궁핍한 생활이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부끄러운 감정을 일으키는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벙어리 삼룡이」는 ‘기계와 같이 이 집에 노예’로 살아오던 하인이 자기의 운명을 거역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뽕」은 돈이 최고의 미덕이며, 도덕성을 상실한 여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가난을 벗어나려 한다는 점에서 「물레방아」와 유사하지만 등장인물이 이에 분노하기는커녕 아예 무감각해진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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