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남을 두려워하지않는 자가 마주하게 되는 깊은 고독의 심연
니체는 24세에 이미 전임교수가 되어 있었다.
26세가 되었을 때 《음악 정신으로서의 비극의 탄생》이 비밀스런 갱도를 뚫고 빛을 보았다.
30세에 접어들 무렵, 상당한 경력을 쌓았던 니체는 돌연 교수직을 그만두고 고전문헌학의 연단을 떠났다.
40세가 되자 그의 언어와 생각, 그의 본질은 17세의 청춘기보다 더 혈기 넘치는 육체와 색깔, 대담성과 열정, 음악에 대한 감수성을 갖게 되었다. 실스 마리아에 홀로 은거하여 살던 니체는 24세의 조로했던 교수보다 더 가볍고 자유로운 보폭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어느 누구도 니체처럼 이토록 철저하게 자신의 모든 과거를 떨쳐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과거의 흔적과 감상을 모조리 벗어던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그의 말년은 무서울 정도로 고독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과거와의 모든 관계를 그는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 그의 마지막 세월, 마지막 변전의 흐름은 너무 강렬했다.
*운명같은 병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다
지독한 병마와 싸우며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린 지 10년 뒤에 그는 “생명력의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요컨대 진실로 영감에 고취된 “극복”의 자세가 부각되는 것이었다. “병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병은 그에게 내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산파였다. 병 덕분에 삶은 그에게 습관이 아니라 신생, 새로운 것의 발견으로 바뀌었다. “나 자신을 고려해보건대, 나는 삶을 새롭게 발견했다.” 왜냐하면 고통만이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지식은 고통으로부터 나왔다. “고통은 늘 원인에 대해 묻는다. 반면에 쾌락은 제자리에 머물러 뒤도 돌아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점점 더 섬세해진다.” 살을 파고, 깎고, 벗길 것 같은 고통은 영혼의 대지를 갈아엎는다. 이렇게 갈아엎을 때의 고통스러움이 새로운 정신적 열매를 맺기 위한 토양을 창출하는 법이다. “처음에 큰 고통이었던 것은 정신의 최종적 해방자로 바뀐다. 오직 고통만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최종적 깊이로 침잠하게 해준다.”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교만한 말도 가능하다. “나는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삶을 잃을 수 있는 순간을 너무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통찰력있는 신랄한 예언자 니체, 외롭게 파괴되다
다른 사상가들이 온갖 미사여구를 써가면서 편안하게 안주할 때, 니체의 “폭넓은 사고”는 위기와 그 원인을 통찰하고 있었다. 니체는 “국가의 편협한 정서와 혈통이라는 독소, 바로 그것 때문에 지금 유럽에서는 민족과 민족이 마치 전염병 환자를 대하듯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준 낮은 “멍청이 민족주의”를 역사의 이기적인 사고로 보는 한편, 모든 힘은 벌써 더 높은 미래적 결합을 향해 진행되어 왔다고 파악했다. 파국을 예고하는 그의 성난 입은 신랄하기 그지없었다.
니체는 더 높은 원소에 존재하는 등대, 뇌우를 예고해주는 번개와 같았다. 다시 말해 그는 폭풍이 골짜기에 불어닥치기 전에 산 위에서 큰 소리로 신호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 문화의 닥쳐올 대재난의 힘을 그토록 예리하게 앞서 느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선견지명이 그 시대의 탁하고 정체된 공기를 변화시킬 수 없었다는 것은 영원한 비극이었다. 정신의 하늘에 어떤 징후가 나타나고 예언의 날개가 펄럭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아무것도 느끼거나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또한 비극이었다. 세기의 가장 명석한 천재라 해도 시대가 그를 이해하기에는 여건이 무르익지 못했다. 페르시아의 멸망을 목도하고 아테네를 향해 멀리 숨을 헐떡이며 달렸던 마라톤 주자가 오직 승리의 외침을 전하는 것으로 사명을 다했듯이(그런 뒤에 가슴에서 피를 쏟고 죽었지만), 니체 또한 우리 시대의 경악스런 참사를 알리기만 했을 뿐 막을 수는 없었다. 다만 시대를 향해 섬뜩하고 잊을 수 없는 절규를 던졌을 뿐이며, 그런 연후에는 그의 정신도 파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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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유는 니체의 종국적 의미, 삶과 몰락의 의미였다. 자연 자체의 지속성에 반기를 들어 엄청난 힘을 방출하는 회오리바람처럼, 정신은 때때로 저급한 사상과 도덕의 단조로움에 무섭게 항변하는 광적인 인간을 필요로 한다. 많은 것을 파괴하는 동시에 자신도 파괴되는, 그런 인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영웅적인 폭도들은 조용한 형성자들보다 적지 않게 많은 것을 이루고 형성해 왔다. 전자가 삶의 충일을 보여주었다면, 후자는 생각하기 어려운 삶의 폭을 해명해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는 언제나 비극적 인간에게서만 감정의 깊이를 깨달아 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절도를 초월한 인간에게서만 인류는 무한한 척도를 인식할 수 있다.
니체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원당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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