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2014년 경기도 감사관 시절에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최초 도입하면서 가졌던 마음이기도 하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감사원과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되었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는 공무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감사나 민원이 두려워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후임자에게 미루는 복지부동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판단이 어려운 업무에 대해 감사실에 검토를 신청하고 의견결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면 업무담당자의 책임이 면제된다. 업무담당자 입장에서는 감사나 민원을 핑계로 업무처리를 미룰 수 없고, 민원을 제기한 국민은 민원의 신속한 처리라는 혜택을 얻게 된다.
업무처리 후에 실시하는 사후감사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사전컨설팅 감사를 통해 해결되고 업무담당 공직자와 민원인 모두가 만족을 얻게 되었다. 업무담당자의 일 처리를 편하게 해 주니 국민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판단이 어려운 불분명한 사안은 비리에 노출되기 쉬운데, 제도적 검토를 통해 투명하게 처리되므로 부정의 소지도 원천 봉쇄된다. 우리나라 행정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이러한 제도를 필자가 도입하여 시행하기 전까지는 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는 사전컨설팅 감사제도가 감사실의 ‘자기희생’ 없이 도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에 대해 업무담당자가 판단하고 책임을 졌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의 도입으로 이제 감사실이 어려운 문제를 대신 검토해 주고 책임도 진다. 감사실은 그동안 소위 ‘갑(甲)’의 위치에서 업무담당자인 ‘을(乙)’의 업무처리를 사후에 감사하였으나 이제는 위치가 뒤바뀐 것이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는 감사의 관점을 사후에서 사전예방으로, 적발하여 처벌하기보다는 문제해결로 바꾸는 방법으로 공직자를 따뜻하게 대함으로써 국민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와 반대로 그간의 감사운영을 보면 ‘공직기강 확립’, ‘무관용의 원칙’, ‘일벌백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공직자에게 겁을 주고 적발 위주의 군기 잡기식의 관행이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복지부동’을 타파하고 ‘적극행정’을 도모한다고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걸리면 인정사정없이 시범케이스로 엄단하겠다고 하니 허위보고가 발생하고 보기에만 그럴싸한 형식행정이 넘친다. 이런 전근대적인 감사시스템으로는 행정을 일류로 만들 수 없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이다. 공직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잘못이 있더라도 사실대로 보고하는 솔직한 공직문화가 자리 잡아야 행정이 발전한다. 감사제도의 혁신으로 공직자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이 당면한 어려움의 해결에 집중하는 문제해결형 정부를 만들자는 것이 사전컨설팅 감사제도의 마인드다.
필자는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한 후인 1995년 감사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2013년 7월 경기도 감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하였다. 그 후 감사원으로 복귀하여 2022년 3월 명예퇴직하였고,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임감사로 근무하고 있다. 감사원 밖을 나와 사전컨설팅 감사가 운영되는 실태를 경험해 보니 필자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가 어떠한 원리와 의미를 갖고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떻게 우리나라의 행정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과 확신이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보급하다 보니 수동적으로 따르는 모습이다.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도입하게 된 행정현장의 절실한 상황과 논리, 어려움을 뚫고 혁신적인 제도를 추진했던 개혁마인드, 사전컨설팅 감사 마인드가 지향하는 문제해결형 정부에 대한 이해부족이 그 원인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사전컨설팅 감사제도의 정확한 이해를 통해 그 마인드를 확산시키고 공직사회에 생동감을 불어넣음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문제해결형 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에 따라 집필되었다.
아무쪼록 감사제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모든 공직자, 감사부서 직원, 행정혁신과 감사제도를 연구하는 행정학자 그리고 혁신적인 문제해결형 정부를 바라는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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