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의미의 종교학과 개신교의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신학은 그 범위에 있어서는 전자가 후자보다 포괄적이지만 양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원화된 현대사회, 특히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개신교 신학은 타종교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고, 기독교의 사회적 사명을 수행하기에 앞서 하나의 종교로서 보편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저술이라도 학자의 주관적 견해를 담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본서 역시 종교학자는 다양한 종교에 대하여 객관성을 견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신학자는 자신이 믿는 종교의 견해를 바탕에 둔다는 일반적인 차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도 기독교의 복음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개신교 신학자의 입장을 탈피할 수는 없지만 종교와 종교학에 대하여 논하는 부분에서는 가능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우리나라의 신학과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문맥의 흐름 기저에서 드러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신교 신학교육은 주로 미국의 학제를 그대로 수용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과거에 미국에서 목사로 안수 받기 위해서 학부에서 4년간 신학 교육의 과정을 이수하여 “신학사 학위”(Bachelor of Divinity)를 획득할 것을 요구했지만, 고학력화의 진행과 더불어 다원화된 사회에서 목사의 사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부에서 일반 전공으로 학업 과정을 마친 후에 석사 과정에서 3년간의 “교역학 석사”(Master of Divinity) 과정을 마치고 일정 기간 목회자로서 활동을 한 후에야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학부 과정의 신학 전공은 사라지거나 종교학 전공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학 교육은 여전히 학부의 신학 전공을 유지한 채, 학부 전공과 상관없이 신학대학원에서 교역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소정의 전도사 사역과 교단별 필수요건을 충족시키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속된 21세기의 융복합 상황이 대학교육에 있어서 학부와 학과를 통폐합하는 추세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신학 교육에서는 학부 수준의 교육과정은 사라지고 신학대학원 위주로 재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학부와 신학대학원 모두를 갖춘 교단신학교의 학부와 대학원 교육과정 중복의 문제를 해소하고, 보다 대학원 수준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신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진의 역량 제고 및 전공별 이기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종교의 태동 및 발전, 각 종교의 형성과 교리, 사회적 이슈 등을 조명하는 종교학은 신앙을 기반으로 시대와 소통하도록 하는 중요한 인문학적 수단이 될 것이며, 신학 교육의 깊이와 균형 감각에도 공헌하는 발판으로 기능할 것이다.
본서는 5개의 부(部)와 15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었다. 1부는 종교와 종교학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하여 1장 종교의 개념, 2장 종교학의 발전, 3장 현대사회와 종교 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하였고, 각 장은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각 장이 다루는 소주제를 조명하였다. 구체적으로 1장은 종교의 개념, 기원, 본질, 분류를 다루는 네 개의 섹션을 통해 종교에 대한 거시적 이해를 도모하였고, 2장은 종교 연구의 역사적 배경, 종교학의 태동 및 발전, 종교학의 분야, 21세기 종교학 등의 네 개의 섹션을 통해 종교학의 형성과 발전에 대하여 조명하였다. 현대사회와 종교의 관계를 점검하는 3장은 경영전략 수립을 위하여 유용하게 사용되는 거시환경분석(PEST Analysis)을 적용하여 종교와 정치, 종교와 경제, 종교와 사회문화, 종교와 과학기술의 네 개 섹션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2부는 고대종교를 소개하는데 4장 원시종교, 5장 고대종교, 6장 조로아스터교의 순으로 다루었다. 4장은 애니미즘, 토테미즘, 페티시즘, 샤머니즘, 5장은 메소포타미아 종교, 이집트 종교, 가나안 종교, 그리스-로마의 종교로 나누어 네 개의 섹션으로 조명하였고, 6장 조로아스터교는 형성과 발전, 경전과 교리, 의례와 절기 및 21세기의 이슈 등을 설명하는 네 개의 섹션을 소개하였다. 이후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유일신 종교를 소개하는 3부, 인도를 중심으로 전개된 힌두교, 자이나교와 시크교, 불교를 소개하는 4부, 그리고 도교, 불교, 신흥종교 등 동아시아의 주요 종교를 다루는 5부가 이어진다. 이는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중동과 인접 지역인 유럽을 기반으로 형성 및 발전했다는 사례를 포함하여 종교가 지역사회와 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3~5부는 각 장이 다루는 종교별로 형성과 발전, 경전과 교리, 의례와 절기 및 21세기의 해당 종교와 관련한 도전과 이슈를 소개하는 네 개의 섹션을 통해 해당 종교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구체적으로 첫째, 각 종교의 형성과 발전을 시대적 배경, 창시자, 조직의 구성 등을 통해 조명하였고, 둘째, 해당 종교에 경전이 있다면 경전을 중심으로 종교의 주요 교리를 점검하였고, 특별한 경전이 없다면 창시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가르침을 살펴보았다. 셋째, 개인의 수행과 공동체적 의례 및 절기를 통해 종교적 실천의 양상을 다루었고, 넷째, 21세기의 상황에서 다양한 이슈를 중심으로 해당 종교에 대한 평가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조명하였다. 11장 자이나교와 시크교는 해당 종교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 위하여 각 종교별로 형성과 발전 및 경전과 교리로 나눈, 두 개의 파트,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하였다. 신흥종교를 소개하는 15장 역시 각 섹션별로 개별적 종교를 다루어 네 개의 섹션이 각기 네 개의 종교에 대하여 소개하도록 배치하였다. 본서가 오늘날 21세기의 상황에서 종교의 본질과 성격을 이해하고 사회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기능하는지를 조명하는 가교가 되기를 기원하며, 기독교 신앙을 가진 모든 이들과 특별히 신학도들에게 유용한 인문학적 기반으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