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판사 재직시 부산지방법원 건설전담재판부 재판장을 2년 동안 역임하였다. 각종 건설사건 등과 함께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이하 “아파트 하자소송”이라 한다)도 상당히 많이 처리하였다. 그러다 보니 부산판례연구회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권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자연히 아파트하자소송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하였다.
그것이 인연이 된 것인지 변호사 개업후에 아파트하자소송을 다소 많이 처리하게 되었고 2018년 경부터는 아파트하자소송을 전담하는 법무법인 해강 서울지사를 설립하여 아파트하자소송을 보다 더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00건 이상의 하자소송을 처리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아파트하자소송에 관한 자료가 많이 축적되어 이를 정리하여 간단한 책자로 출간하게 되었다.
아파트하자소송에 관하여 적용되는 기본적 법률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만 적용되는 주택법에서 분리된 공동주택관리법이 있다. 양자 모두 아파트의 하자보수에 관한 권리의 행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어 하자보수에 관하여 양 법률이 중첩적으로 적용된다. 그런데 양자의 관계에 관하여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올바른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
집합건물법에는 분양자(시행사)에 대하여 하자보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을 규정하면서 시행사가 무자력이면 시공사에 대하여서도 이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하자보수의 주체를 시공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사를 제외하고 시공사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경우도 보았다.
또 2013. 6. 19. 이후에 분양된 아파트 등에 적용되는 현행 집합건물법은 집합건물의 담보책임에 관하여 시설공사별로 2년, 3년, 5년, 10년의 제척기간을 두어 위 기간동안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동주택관리법도 이에 따라 2년~10년의 담보책임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며 입주자대표회의로 하여금 하자보수청구의 주체로 규정하여 하자보수청구의 방법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년, 3년, 5년 등의 담보책임기간이 도래할 때마다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내용증명우편으로 하자보수청구를 하여 두고서는 제척기간이 준수되어 권리가 보전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그러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구분소유자에 귀속하는 재산권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를 행사할 수 없고 따라서 구분소유자로부터 채권양도를 받지 않은 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이행청구를 하더라도 제척기간의 준수효과가 있는 이행청구가 될 수 없어 권리보전이 되지 않는다.
하자의 개념에 관하여 보면, 아파트 하자는 법규나 설계도면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미시공, 변경시공의 하자와 공사상의 잘못으로 균열, 뒤틀림 등 기능상, 안전상, 미관상 지장을 초래하는 하자로 나뉜다. 전자를 사용검사 전의 하자, 후자를 사용검사 후의 하자로 부른다. 하자에 관한 특별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사용검사 후의 하자만을 하자로 인식하고 사용검사 전의 하자는 하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사용검사 전의 하자의 분량이 사용검사 후의 하자의 분량보다 많다. 사용검사 전의 하자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하여 지급한 돈에 비하여 아파트의 가치가 부족한 것이므로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아파트하자소송이 많지 않았으나 지금은 아파트 소유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하자소송을 하는 아파트가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하자소송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하자소송을 통하여 아파트의 소유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권리주장을 통하여 건설사들로 하여금 법규에 위배되지 않고 하자가 적은 고품질의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유도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사회적으로도 순기능을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하자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여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법무법인 해강 대표변호사
이수철
아파트 하자소송을 진행해보면 입주민들은 하자와 관련하여 입주 당시부터 답답함을 많이 호소한다. 하자보수와 관련하여 시행사 및 시공사(건설사)와 원활하지 않은 소통문제, 해당 부분이 과연 하자인지 아닌지 여부의 궁금증, 보수를 하였지만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불안감 등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하자소송을 진행하기로 하였어도 낯선 용어와 절차들로 또다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채권양도를 하라고 하는데 내 권리를 이렇게 양도해줘도 되는지, 후일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내 집의 하자 부분만 보수하면 되는데 굳이 번거롭게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지’, ‘시행사 및 시공사에서는 합의를 하자고 하는데 질질 끌지 말고 합의를 보는 편이 낫지는 않을지’ 등 말이다.
아파트 하자소송은 집단소송으로 이루어진다. 한 세대가 자기 집의 하자를 보수받거나 혹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아파트 단지의 중의를 모아 대부분의 세대가 참여하고 위 권한을 위임받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원고가 되어 시행사와 시공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들은 생활이 바쁘고 법적인 용어와 절차가 낯설기에 소송 자체에 무관심해지거나 종종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의 후반부인 아파트 하자소송의 쟁점부에서는 아파트 현장에서 입주민들의 위와 같은 고민을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입주민들이 많이 하는 질문, 소송을 하면서 주의하여야 하는 부분, 소송에서 첨예하게 다투는 구체적인 하자 사례 등. 한국아파트신문에 2023년과 2024년, 약 1년간 2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컬럼을 쓴 내용과 인터뷰를 책으로 엮게 되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아파트 하자에 관하여 보다 관심을 가지고 하자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무법인 해강 변호사
이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