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우리나라 초등교육에서 『도덕』 교과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신문화와 역사적 · 사회적으로 도덕교육을 중시하는 전통에 그 근거를 두고 있
다. 따라서 초등학교 『도덕』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며,
미래에도 줄곧 지속될 우리나라 교육의 본질적이면서도 중핵적인 교과라고 말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볼 때, 유네스코 「21세기 세계 교육 위원회」에서는 21세기를
준비하는 교육의 기본 원리로 ‘알기 위한 교육’, ‘행동하기 위한 교육’, ‘존재하기 위
한 교육’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한 교육’을 제시하면서, 그중 ‘함께 살기 위한 교육’을
가장 중요한 원리로 강조하고 있다. ‘함께 살기 위한 교육’을 가장 뒷받침할 교과가
『도덕』이라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국내 · 외의 요구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덕과 교육의 이론적 기
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초등학교 교
사가 될 예비교사인 교육대학교 대학생들에게 도덕과 교육과 관련된 윤리사상과
제반 이론을 소개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교육대학교 대학생들
이 교단에 서게 되면, 그들은 거의 반평생을 초등학생들과 함께 도덕 수업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도덕 혹은 도덕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지니게 되면, 교단에
서는 반평생 동안 학생들을 잘못 인도하게 된다. 교육대학교의 교수가 예비교사들
을 가르치는 일, 그리고 이를 위해 제대로 된 교재를 만드는 일은 결코 녹록한 일
이 아니다. 그렇지만 저자들은 용기를 내어 도덕과 교육 관련 윤리사상과 이론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한 역할을 다하고자, 도덕교육 입문서로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2022년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도덕과 교육 관련 윤리사상
과 이론을 예비교사들에게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전국의 교육대학교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한 학기는 주로 도덕과 교육의 이론적 기초를 소개하고, 그다음
학기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도덕 교과를 실제로 지도하고 평가하기 위한 방법과 기
술을 숙달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도 이와 같은 교육대학교 교
육과정과 일관되게, 도덕과 교육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는 첫 학기의 교재로 사용
할 수 있도록 도덕과 교육의 이론적 기초를 다루고자 하였다. 문제는 엄청난 양의
내용을 한 학기의 강좌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가 어떻게 가르치더라
도 만족할 만한 내용을 내놓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서도 가능한 많은 내
용을 포괄적으로 소개하고자 무척 노력하였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이 있음을
저자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도덕과 교육 관련 윤리사상과 이론을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핵심 개념, 토의 · 토론 거리, 추가적인 읽기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대학생들
이 스스로 도덕 혹은 도덕성에 대하여 탐구하고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
고자 하였다. 특히 이 책은 초등학교 『도덕』 교사용 지도서의 총론에 소개된 도덕
과 교육 관련 윤리사상과 이론을 충실히 설명함으로써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교육
대학교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차적인 목적이 있음을 밝힌
다. 이를 위해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들이 참여하여 각각의 전공 영역을
집필하였고, 상호 교차 검토를 통해 내용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다
음과 같이 총 4부로 이루어졌다.
‘제1부 동양윤리사상과 도덕교육’에서는 공자, 맹자, 순자의 윤리사상을 소개하
였다.
‘제2부 서양윤리사상과 도덕교육’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프랑케나의 윤리사상을 소개하였다.
‘제3부 교육사상과 도덕교육’에서는 뒤르켐, 듀이, 피터스의 교육사상과 도덕교
육 이론을 소개하였다.
‘제4부 심리학과 도덕교육’에서는 콜버그, 길리건, 나딩스, 반두라의 심리학과
도덕교육 이론을 소개하였다.
또한 저자들은 교육대학교의 한 학기가 15주임을 고려하여, 교수자의 재량으
로 강의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총 12강으로 이 책을 구성하였다. 각각의 강의 개
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강] 사람다움[仁]의 실천: 공자
유학은 흔히 말하는 동양의 삼교, 즉 유儒 · 불佛 · 도道 중 유교를 포괄하는 동아시
아의 대표적인 사상이다. 선진 유학의 중심인물로는 공자, 맹자, 순자를 들 수 있
다. 공자는 유학을 선도한 인물로서, 인학仁學의 창시자이다. 공자는 ‘사람다움’을 뜻
하는 인仁 개념의 천착을 통해 예의 진정한 기초를 확립하고자 하였으며, 덕치德治와
예치禮治를 주장하여 당시 횡행하던 형벌 위주의 통치에 반대하였다. 공자는 혈연적
정감에 기초한 친친親親이 윤리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효제孝悌가 사람
다움, 즉 인을 실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인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충서忠恕를 제시하였다.
[2강] 도덕성의 회복과 확충에 대한 탐구: 맹자
맹자는 공자의 인仁 사상을 계승 · 발전하여, 사람다움의 특징이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에 있다고 보았다. 맹자는 네 가지 도덕적인 마음, 즉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
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에 근거하여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
을 주장하였다. 맹자의 성선설은 생물학적 본능을 인간의 본성으로 보았던 당시
주류적 주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인성론적 토대 위에 맹자
는 구방심求放心, 과욕寡欲, 부동심不動心의 확립과 같은 수양론을 수립하였으며, 정치사
상으로는 왕도정치王道政治와 민본주의民本主義를 제시하였다.
[3강] 욕망의 조절과 사회적 규범의 확립: 순자
순자는 공자의 예론을 계승 · 발전시켰으나, 그의 인성론은 공맹의 인성론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 순자는 타고난 것이 곧 본성이라고 보는 전통적인 인성론에
입각하여, 인간의 본성을 생물학적 본능과 동일시하였다. 순자에 따르면 인성은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순자는 ‘화성기위化性起僞’를 제시하여, 인간의 자각적 노력으로 본성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점에서 순자의 예치론은 공맹의 예치와는 달리 형벌의 사
용을 긍정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순자는 여전히 예禮에 의한 욕망의 교화를 주장
하였다는 점에서 형벌 위주의 법치를 주장한 법가 사상과는 다르다.
[4강] 덕 이론의 탄생: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소크라테스는 누구나 좋음을 추구하므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기만 하면 행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소크라테스는 덕을 가지는 삶이 최선의 삶이라는
프로타고라스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은 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고백
함으로써, 대화 상대자에게 일방적으로 덕을 가르치는 대신 대화 상대자를 덕에
대한 탐구로 초대한다. 마찬가지로 플라톤은 교육을 ‘동굴 속 죄수를 동굴 밖으로
인도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동굴 속 죄수를 동굴 밖으로 이끌 인도자 내지 교육
자가 바로 철인 통치자라고 생각했다. 소크라테스의 지행합일론과 플라톤의 철인
통치론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서양 윤리사상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 우리에게도 덕이 무엇이며 어떻게 교육 가능한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5강] 덕 이론의 완성: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덕은 인간 삶의 본질적 가치이며 행복을 위해 필요
한 수단이자 행복의 핵심 요소이다. 그런데 인간 영혼이 이성적 부분과 비이성적
부분으로 구성되므로, 덕도 영혼의 이성적 부분에 따르는 덕(사고의 덕 또는 지적 덕)
과 비이성적 부분에 따르는 덕(품성의 덕 또는 도덕적 덕)으로 구별된다. 특히 품성의
덕은 습관의 결과로 생겨나며 덕을 다른 품성 상태와 구별해 주는 본질적 특징이
바로 중용(지나침과 모자람의 중간)이다. 한편 도덕적 행위의 인지적 요소를 강조한
소크라테스와 달리,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 덕 교육은 인지적 요소(올바른 것을
파악하고 판단함)뿐만 아니라, 정의적 요소(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을 느낌)와 행동적 요
소(반복된 행동을 통해 올바른 품성 상태를 습관화)까지를 포함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맥킨타이어의 덕 윤리의 기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토마스 리코나의 통합
적 도덕교육론의 선구가 되었다.
[6강] 의무와 덕의 종합: 칸트와 프랑케나
칸트에 따르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도덕성이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까닭은 자연적 필연성만을 가지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에게는 자유가 있
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신처럼 절대적으로 거룩한 선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
니라 감성적 욕구와 경향성에 따라 살 수도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도
덕적 의무가 부가되며, 그리하여 인간에게 도덕법칙은 일종의 명령이다. 이처럼
칸트는 이성적 행위자의 초월적 자유에 기초한 의무 윤리를 제시했지만, 도덕교육
과 관련해서는 의무론적 규칙 제시와 더불어, 이성을 통해 획득 가능한 인식 내용
을 아동의 내면으로부터 이끌어 내는 소크라테스적 문답법, 그리고 도덕법칙을 실
행할 품성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프랑케나는 의무 윤리에 품성 교육을 가
미한 칸트의 도덕 교육론을 계승해서, 도덕교육을 두 측면(의무의 윤리에 기반을 둔
규칙 중심의 도덕교육과 덕 윤리에 기반을 둔 품성 중심의 도덕교육)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즉 의무와 덕은 상보적이므로 종합되어야 한다는 것이 프랑케나의 주장이다.
[7강] 사회화로서의 도덕교육: 뒤르켐
뒤르켐에게 있어 도덕교육은 전적으로 (종교적 권위가 아닌) 이성의 권위에 근거
하는 도덕성을 교육하는 일련의 제도적 행위이자 과정을 의미한다. 그에게서 도
덕성은 규율 정신, 사회집단에 대한 애착, 자율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도덕교육의 목표는 세속화된 시대가 초래한 아노미, 그리고 이기주의의 만연으로
인한 집합적 규율 및 이상의 부재에 맞서서 이 세 가지 도덕성을 함양하는 일이다.
그는 도덕교육을 광범위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현대 도덕교육 이론가들의 관심을
끄는 쟁점과 문제, 개념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현대 도덕교육의 접근법들의 상당
수가 뒤르켐의 접근법에 대한 반응과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도덕 사회화
론의 선구자이며, 교사 중심과 교사 주도의 교육방법을 강조하였다.
[8강] 통합적이고 합리적인 인격 형성: 듀이와 피터스
듀이는 20세기 초 미국의 철학과 교육에 지배적 영향을 미친 철학자이자 교육
학자이다. 그의 저서는 방대하고 그가 주장한 이론은 아직도 교육적 토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피터스는 도덕교육의 본질과 목적에 있어서, 합리적 도덕성의
형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그는 윤리 이론에 입각한 권위, 책임, 자유와 사회 철학
에 깊은 관심을 두었다. 이론의 구조 및 전개 과정의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도덕교육
을 바라보는 듀이와 피터스의 관점은 충동의 조절 및 좋은 습관의 형성을 도덕성 발
달의 중요한 토대로 고려하면서도, 이것들이 반성적 성찰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강
조했다는 점에서 통합적이면서도 합리적 인격 형성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9강] 도덕성에 대한 인지발달론적 접근(1): 피아제
피아제는 개별 인간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사물의 이치와 올바른
행위의 방향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도덕성의 핵심 요소를 ‘인지’로 보
았으며, 학습자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보았다. 피아제에 따르면, 학습자
들은 환경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위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도덕성을
발달시킨다. 이는 개인의 도덕적 책임과 자유를 중시한 칸트의 도덕철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피아제 이론은 이후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이론에 많은 영향
을 미쳤다.
[10강] 도덕성에 대한 인지발달론적 접근(２): 콜버그
콜버그는 도덕성의 발달을 인지발달로 설명하고자 한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는
도덕적 추론의 수준과 단계를 3개의 수준과 6개의 단계로 제시하면서, 위계적으
로 배열된 수준 및 단계가 변하지 않는 불변의 계열성을 갖는다고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콜버그는 도덕적 추론의 수준 및 단계가 상승할수록, 인간이 보다 도덕적
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도덕성에 대한 콜버그의 인지발달론적 접근은 도
덕성의 정서적인 측면을 간과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평가되었지만, 이후 도덕 심리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11강] 여성의 목소리와 배려 윤리: 길리건과 나딩스
길리건과 나딩스는 전통적인 서구의 자유주의 윤리학이 남성 중심적 편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도덕성을 보다 온전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도덕적 목소리인 ‘정의와 권리’ 지향의 도덕성은 물론, 여성 고유의 도덕적 목소리
인 ‘배려와 책임’ 지향의 도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도덕성에 성
차가 존재한다는 길리건과 나딩스의 주장은 이후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우리나라
의 도덕교육이 ‘인지’나 ‘정의’ 외에도 ‘정서’나 ‘배려’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12강] 행동주의 도덕 심리학과 반두라의 사회인지이론
행동주의 도덕 심리학이 제공하는 아이디어는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광범위하
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행동주의 도덕 심리학은 비인간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두라는 강화와 벌을 통한 인간 행동의 변화를 주장한 행동주의 도덕 심
리학을 계승 · 발전시켰다. 그는 모델링과 대리적 경험을 통한 관찰학습을 통해 학
습이 이루어진다는 사회학습이론을 제시하였다. 이후 그는 학습에 있어 학습자의
사고, 신념, 기대, 예측, 자기조절 등과 같은 인지적 요소의 중요성과 가치에 더 많
은 관심을 두면서 사회인지이론을 전개하였다. 아울러 인간이 부도덕한 행위를 하
게 되는 심리 · 사회학적 기제들을 밝혔다.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교과는 하나도 없다. 하지
만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물음, 즉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
야 하는가’라는 존재의 근본 의미를 다루는 교과는 단연코 도덕 교과이다. 아무쪼
록 초등학교 교단에 서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초등학생을 가르칠 예비교사
들이 이 책을 통해 도덕과 교육에 대한 더 나은 소양과 자질을 함양하기를 희망한
다. 끝으로 독자 여러분의 애정 어린 비판을 통해 더 발전된 교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집필에 참여한 교수들이 더 정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2025년 3월 1일
공주교육대학교 집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