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날 법률가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패러다임 앞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혁신적 가능성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도의 전문성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고개를 듭니다.
이런 감정의 동요는 비단 변호사만의 일은 아닙니다.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개발자들 사이에서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논쟁이 뜨겁게 일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오히려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개발자들이 더 큰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변호사와 개발자의 상황이 크게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겉보기엔 전혀 다른 영역 같지만, 두 직업 모두 ‘문서를 해독하고 판단하는’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제 아무리 AI가 정교한 문서를 생성할지라도, 그 문서가 법적 맥락에서 타당한지 전략적으로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변호사만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바로 지금’ AI라는 기술의 변화를 공부해야 합니다. AI는 책임, 실제 재판에 참석하는 등의 부분에서는 변호사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AI를 활용할 줄 아는 변호사는 그렇지 않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2023년에만 해도 저는 한 대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여의도로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업무시간, 죽도록 바쁘지 않아 적당히 등이 따시고 안정적인 삶이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참석한 세미나에서 코파일럿 영상과 다양한 문서 자동화 AI툴을 접하며 머릿속이 어질해졌습니다. ‘이러다가는 따뜻한 물속 개구리처럼 익어버리겠구나’라는 위기감이 엄습했습니다. 그 무렵부터 저는 AI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모임에는 모두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AI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김변호사’ MVP(최소기능제품)가 탄생했습니다. 제가 발 들인 IT 분야의 모임에는 숱한 개발자와 창업가들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던 분들은 법률시장이 돈이 될 것이라 짐작하면서도, AI가 전문직인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저를 대하곤 했습니다. 사업적으로 저를 활용하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존재로 치부하는 시선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LLM(대규모 언어모델)이 보편화되면 고급 문서 작성이 중요한 변호사들이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개발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든 서비스들 ? 예를 들어 내용증명을 자동 작성해 준다는 ‘법률 서비스’ ? 을 살펴보면 기술은 훌륭하나 그 기술을 만든 기술자와 유저는 자신의 서면에 있는 법적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역설적이었습니다.
비변호사 기획자나 개발자들은 해제 주장 같은 핵심 법적 논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그럴듯해 보이는 문서 초안을 내놓고서는 “잘 됐죠?”라고 묻곤 했습니다. 그 서면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확신했습니다. 변호사를 밀어내는 것은 AI가 아니라 ‘AI를 업무에 적용할 줄 아는 변호사’라는 사실을요.
그로부터 2년이 지났습니다.
김변호사는 어느덧 1~2년 차 변호사의 60% 이상이 사용하고, 3,400여 명의 변호사님들이 찾아주시는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저희는 가장 성장에 대한 열망이 크고 역동적인 저년차 변호사님들을 대상으로 AI 스터디를 진행했으며, 모든 기수가 완판 됐습니다.
이 책은 60여 명의 변호사님들과 함께한 ‘김변호사 AI 스터디’를 바탕으로 ‘AI 시대의 변호사 업무 혁신’의 정수를 담았습니다. 또한, 고려대학교 ESEL 데이터·AI 법 최고위과정에서 최고의 후기를 받았던 강의 일부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법률 리서치와 문서 작성에 속도를 붙이고, 검색형 AI로 더욱 효율적으로 유용한 판례나 규정을 검색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도래는 비단 변호사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군에서 위협이자 기회입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고, 모든 산업 내 전문직의 역할이 재정의될 것입니다. 하지만 준비된 우리에게는 분명히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변호사는 그렇지 않은 변호사를 넘어설 것입니다. 제가 그랬듯 그리고 이 책의 공동저자이자 수많은 스터디 참가자들이 그러했듯 불안과 호기심을 동력 삼아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는 법률 전문가의 길을 이제 김변호사가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이 책으로 변호사님들의 업무 효율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