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일본 내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Nihon Hidankyo), 곧 ‘일본 원수폭 피해자단체 협의회’(이하, ‘피단협’)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국제사회에 핵무기 폐기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일본 정부에 피폭 지원을 요청하는 활동을 해 온 공로 덕분이었다. 일본 ‘피단협’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인 1954년 3월, 태평양 비키니 환초에서 미국이 행한 수소폭탄 실험으로 일본 참치잡이 어선이 피해를 본 일을 계기로, 일본 국내 각지에서 원자폭탄?수소폭탄(원수폭) 금지를 호소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던 일이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56년,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에서 ‘피단협’이 결성되었다. 원폭 투하로부터는 11년이 지난 뒤였다. 이후 각 도도부현(都道府?, 일본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구성된 ‘피단협’은 원폭 피해에 대한 국가보상 요구, 일본 정부와 유엔 및 각국 정부에 대한 핵무기 폐기 요청 행동, 피폭 체험을 국내외에서 증언하는 활동 등을 계속해 왔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러한 ‘피단협’의 활동을 언급하면서 “육체적 고통이나 괴로운 기억을 평화를 향한 희망이나 노력을 키우는 데 활용하기를 선택한 모든 피폭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늘날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금기가 압박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핵무기가 가장 파괴적인 무기임을 상기해볼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피단협’의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이어지는 전쟁으로 ‘핵무기 통제’ 고삐가 느슨해지는 상황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승기를 잡은 미국이 일본 제국에게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그해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폭에 의한 사망자 또는 피해자 규모가 약 74만 명이고, 그중 한국인은 10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두 명의 한국인이 참석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실을 좀더 언급하자면 1945년 당시 한국인 피폭자 10만여 명 가운데 5만여 명이 피폭사했으며, 생존자 가운데 4만 3천여 명이 광복 후 귀국하였다. 현재 1,600여 명의 원폭 1세가 생존해 있으며, 그 후손의 규모는 1만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실상은 관계자조차도 명확히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제국주의 전쟁의 도구로 식민국 일본에 강제 동원되어 고통스러운 노동환경 속에서 착취당하다가 피폭을 당한 원폭 1세들의 고통이 후손들인 2~3세에게 대물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국가와 우리 사회의 지원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부재 혹은 진실규명과 배상의 미해결 등의 문제에 대한 본 연구사업단의 인식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22년 5월부터이다. 본 사업단과 ‘합천원폭자료관’이 이른바 MOU를 체결하고 원폭 피해자 문제에 관한 연구 및 학술행사 교류를 활발하게 수행하기로 한 것이 출발점이 된 것이다. 이후 〈원폭의 기억과 증언-반핵 평화의 길 찾기〉라는 주제의 특별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한편, 매년 8월 5~6일, ‘합천평화의집’ 주관으로 진행되는 ‘합천비핵평화대회’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이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다 2024년 3월 16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1세 박윤규 님과 원폭 2세 환우인 한정순 님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매미와 들개〉 상영회에서 본서 원폭 2세 환우의 구술 채록집 간행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졌다. “원폭 2세에 관한 기록도 원폭 1세 어른들 기록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조선대학교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에서 그 작업의 첫 삽을 떠주면 감사하겠다.”라는 이남재 원장과 한정순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구술 채록집 간행을 착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원폭 1세인 부모의 ‘원폭으로 인한 처절했던 기억’에서 현재 후손들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는 고통의 원폭사(原爆史)를 원폭 2세의 증언과 현상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두 번 다시는 ‘1945년의 원폭’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염원에서 출발한 본서는 원폭 2세 환우의 원폭 재난사를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합천평화의집’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인 원폭 피해 관련 사안과 활동들에 관해서도 함께 정리함으로써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2세 환우의 현주소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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