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중국에서는 82부작 ≪정관장가(貞觀長歌)≫라는 TV 드라마를 제작,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의 모습을 최고의 본받을 지도자로 대대적인 방영을 하였다. 그리하여 대당기상(大唐氣象)을 거울삼아 2007년을 신조어 “당나라 시대를 바라보는 해”(觀唐年)로 부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출판사들은 ≪대당제국(大唐帝國)≫, ≪정관정요≫, ≪대당정관(大唐貞觀)≫ 등 유행 판본을 만들어 서점의 진열대를 덮고 있으며, ≪정관지치(貞觀之治)≫(Control by Zheng Guan)라는 DVD 제작물은 천지를 좁다 하고 퍼져나가고 있다. 그만큼 지금 중국은 역대이래 가장 높은 자신감의 시대와 발전의 흥행 시대를 맞아 천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필자는 마침 중국 산서성을 집중적으로 답사할 기회가 있어 태원으로부터 그 근처 여러 곳을 돌아보았다. 그때 가는 곳마다 모두 당고조 이연과 태종 이세민의 전설과 역사가 서린 흔적이 너무 뚜렷하여 흥분을 감추지 못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정관시대는 어떠하였기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 진수만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정관정요≫이며 이는 이미 당나라 때 나온 책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그야말로 후대 제왕은 물론 일반인 누구라도 한번 읽고 나면 감동을 떨쳐버리지 못할 정도로 깊고 아름다운 사안들로 가득 차 있으며 지금도 누구나 그 가치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조목들이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수성(守成)이 창업(創業)보다 어렵다는 말로 널리 알려진 이 ≪정관정요≫는 이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다시 살아나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이 책이 출간되자 이름난 정치인들이 즐겨 읽었다는 보도도 있어 매우 고무적이며 기대를 가졌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경국대전(經國大典)≫ 등에 의하면 조선시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관리 선발의 과거 시험에 이 책이 필수 과목으로 올라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고 위정자나 행정가, 기업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와서 이 책의 아름다운 내용, 감동적인 지도자상, 남을 배려할 줄 알며 자신의 업적을 이세, 삼세 튼튼하게 이어가는 기업가상, 능력 있는 지휘자 모습을 갈구하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과연 그토록 대단한 내용이 이 책에 들어있다. 읽어보면 볼수록 “진정 지도자는 이래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선도자가 이런 당태종과 같은 덕망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내가 지도자라면 이 책을 한시도 손에 떼지 못하고 경(經)으로 삼으리라. 그리고 지금 위정자들이 그 당태종의 신하들 위징(魏徵)이나 두건덕(竇建德)처럼 자신 있게 우리 서민을 위해 바른말을 해준다면 얼마나 위안이 될까? 나의 작은 과실을 감싸주고 앞으로 잘하도록 격려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대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감탄할 것이다.
기성 세대로서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아오면서 반드시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고, 또 자신을 돌아보아 이제껏 이룬 업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인간관계를 설정하여, 나의 정체성, 고유의 가치를 이루어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있으며 그러한 면에 절대적으로 소용이 닿는 책이 바로 이 교재이다.
당태종은 아버지와 더불어 당을 건국한 창업자(創業者)이며 동시에 이를 지켜내고 뿌리를 내리도록 이끌어간 수성자(守成者)이다. 그리고 수성에 성공함으로써 그 거대한 당(唐)이라는 제국(帝國)이 역사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라나 사회, 개인과 조직 속에 무리를 이끌어나가면서 창업자로서는 어떻게 이세에게 물려줄 것이며 물려받은 후손은 어떻게 수성해 나갈 것인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위치에 속해있으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고민을 해야 한다.
책의 내용 중에 후세 교육에 대한 올바른 길이 적혀 있고, 형이상학적인 덕이 형이하학적인 재물을 창출하며 나를 비웠을 때 비로소 같은 뜻을 가진 자가 모여들며, 천하를 내 것으로 보았을 때라야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릴 수 있음이 곳곳에 들어있다. 정치서이면서도 수양서요, 교양서이면서 철학서인 셈이다.
그리고 시대를 규정지을 수 있는 잣대가 들어 있으며 이 시대 우리 모습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규칙이 들어 있다. 이러한 잣대와 규칙을 내 것으로 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이끌어나간다면 그야말로 이루어놓은 업적은 더욱 빛날 것이며, 앞으로 덕스러운 처리는 더욱 드러날 것이며, 나의 과거와 우리의 미래는 더욱 희망차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처럼 희망과 긍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차근차근 책장을 넘기며 음미해볼 아름다운 고전임에 틀림없으리라 자부한다.
甲辰(2024)년 아름다운 가을에 茁浦 林東錫이 醉碧軒에서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