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던 지구가 더욱 창백해지고 있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닌 경우가 많다. 기후 변화 탓이다. 그야말로 악화일로에 놓인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숙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기후 위기 문제로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생물종이 임계점에 임박한 상태에서 고통받고 기후난민으로 전락할 처지이다. 그런 까닭에 ‘여섯 번째 대멸종’ 담론까지 넘쳐난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인문학적 대응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창백한 푸른 점’이 우리에게 전송되던(1990년 2월 14일) 무렵을 전후한 시기부터 2020년대까지 한국문학이 ‘적색’의 지구 환경에 도전하면서 펼친 생태학적 상상력을 ‘녹색’ 수사학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생태학적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은 프롤로그와 본론 3부 14장 및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프롤로그에서는 ‘창백한 푸른 점’의 지속 가능한 희망을 위한 생태학적 상상력의 문제를 설정한다. 가이아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생태 비평의 방법론적 성찰을 비롯하여, 문학에서 추구하는 생태 윤리와 그 구현을 위한 녹색 수사학에 대한 예비적인 논의를 펼친다.
Ⅰ부 ‘생태 위기와 생태 윤리’는 생태 위기 상황에 대응한 문학 상상력과 생태 윤리의 문제를 다룬다. 1장 ‘생태 위기와 생태 서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생태 위기의 상상력을 극적으로 묘출한 생태 서사들을 통해 지구의 건강과 인간의 건강이 하나일 수밖에 없는 팬데믹 상황의 생태 윤리를 논의한다. 2장 ‘하나뿐인 지구에서의 생태 윤리와 그 적들’은 근본적이면서 구체적인 생태 환경 문제의 특성을 밝히고, 생태 환경 문제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양상을 황순원에서 최성각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일별한 다음 복합오염 문제를 다룬 총람적 생태소설인 우한용의 생명의 노래를 비평한다. 3장 ‘생태학적 무의식과 생태 윤리: 이청준’에서는 이청준 문학에 나타나는 생태 윤리를 ‘감싸안기’, ‘기다리기’, ‘묻어두기’ 등의 맥락에서 논의한다. 4장 ‘섭생의 정치경제와 생태 윤리’에서는 먹고사는 문제의 정치경제학과 생태비평의 맥락을 설정한 다음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나타난 섭생의 생태 윤리를 분석한다. 5장 ‘‘쓰레기-치유’를 위한 생태 윤리’에서는 현대 생산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인 쓰레기의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들을 다루면서, 쓰레기를 통한 대지 공동체의 치유 가능성을 모색한다.
Ⅱ부 ‘반생태시대의 생태시학’은 생태학적 동일성이 훼손된 반생태 시대를 비판적으로 거스르면서 생태시를 창작한 대표적인 시인들의 생태시학을 논의한 부분이다. 6장 ‘생태학적 동일성에 대한 시적 몽상’은 Ⅱ부의 문제 설정을 보여주는 도입부이다. 7장 ‘문명 비판과 환멸의 생태시학: 최승호’에서는 그로테스크한 공장지대와 세속도시를 가로지르며 환멸의 파토스를 통해 역설적으로 생태학적 동일성을 추구하는 최승호의 생태시학을 살핀다. 8장 ‘생명의 연대와 만공(滿空)의 생태시학: 김지하’에서는 정치적 포에지에서 생태학적 상상력의 바다로 변화된 김지하의 시적 역정을 살피면서, 시인이 가여운 생명에 보내는 연민의 비장미를 수사학적으로 성찰한다. 9장 ‘가이아 명상과 황홀경의 생태시학: 정현종’에서는 대지 공동체의 뭇 구성원들에게 하염없이 교감하며 생명의 구경(究竟) 탐색을 탐색하며 생명의 황홀경을 해학적으로 노래하는 정현종의 생태시학을 조명한다. 10장 ‘오랑우탄-시인과 야생의 생태시학: 최계선’에서는 야생의 상상력을 통해 절멸 위기의 지구 공동체를 살리고자 하는 생태시의 특성을 비평한다.
Ⅲ부 ‘‘푸른 광장’과 녹색 수사학’에서는 녹색 수사학의 지평을 더욱 심화한다. 11장 ‘포괄의 언어와 복합성의 생태학―이문구의 관촌수필’에서는 관촌수필을 대상으로 생태 언어와 생태 서사의 특성 및 융섭(融攝)의 감각과 복합성의 생태학 등을 논의한다. 12장 ‘슬픔의 사회생태학과 신명의 미학성: 신경림’에서는 신경림 시에 나타나는 역설적 발견과 사회 생태학적 상상력 등을 비평한다. 13장 ‘유기적 순환과 무위(無爲)의 이삭: 이상인’에서는 이상인 시에 나타나는 생태학적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을 살피면서 특히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무위’을 생태학적으로 실천하면서 유기적 상호작용으로 빚어내는 상상력을 특성을 해명한다. 14장 ‘‘푸른 광장’을 응시하는 녹색 수사학’에서는 분단 환경과 경계선의 생태학적 상상력을 보이는 세 작품을 비교 분석한다. 냉전시대를 비판하면서 푸른 광장을 탐문하고자 했던 최인훈의 광장과 탈냉전시대에 냉전의 비극적 조건을 재성찰한 박상연의 DMZ, 디지털 시대의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의 경계 생태를 다룬 강희진의 유령 등이 그 셋이다.
‘에필로그: 대전환의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에서는 생태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들의 생태학적 상상력의 공분모로 ‘대전환의 상상력’을 주목하여 심화된 논의를 한 다음, 지속 가능한 희망을 위한 녹색 수사학을 전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