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거울이 아니라 렌즈다. 우리가 비추는 방식에 따라 상(像)이 달라지고, 그 렌즈에 무엇을 어떻게 투사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초점과 해석이 만들어진다. 질문은 그 투사의 각도이며, 프롬프트는 그 조절기다. 생성형 AI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답을 얻는 것에만 집중했다. 멋진 글을 써주고, 표를 만들어주고, 요약을 척척 해내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마치 새로운 전기(轉機)가 열린 듯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먼저,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AI의 태도와 말투, 분석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흥미를 느꼈다. 단순히 무엇을 묻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AI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기도 하고, 날카로운 분석가나 조심스러운 중재자로도 바뀌었다.
이 책을 구상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바로 그 렌즈를 다루는 기술을 특히 비즈니스 실전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AI 시대는 질문의 시대이고, 질문은 도구가 아니라 전략이다. 우리는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질문이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설계로서의 질문을 바라본다. 그 전략의 구체적인 형식이 바로 ‘프롬프트’다.
이 책에서 다루는 프롬프트는 단순한 명령어나 입력문이 아니다. 문제를 구조화하고, 관점을 설정하며, 사고 흐름을 유도하는 일련의 설계 장치다. 프롬프트는 마치 로드맵과도 같아서, AI라는 강력한 운전자가 어느 길을 통해 도달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설계도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프롬프트 작성법’이 아닌 ‘프롬프트를 통한 사고 설계 매뉴얼’로 보고 접근했다.
프롬프트는 AI가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인간의 장치다. 사람에게도 질문의 방식에 따라 답의 수준이 달라지듯, AI에게도 마찬가지다. 같은 정보를 제공 받더라도 질문의 구조, 방식, 맥락, 전개 순서에 따라 전혀 다른 수준의 결과물이 도출된다. 그리고 이 차이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실질적인 성과 차이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 차이에 주목한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책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싶었다. 단순히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에게 이 책은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AI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에게는 기술적 설명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 사이, 즉 AI와 함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비즈니스 실무자들을 위한 책이다. 정확히는 질문을 기획하고, 문제를 구조화하며, 답을 전략적으로 끌어내려는 비즈니스 실천가, 즉 프롬프트로 중요한 일을 해야하는 사람을 위한 도구이자 파트너다.
책의 구성은 이론보다 비즈니스 실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연쇄적 사고, 제로샷-CoT, 전문가 패널 방식,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사고의 단계화 방식 등, 다양한 프롬프팅 기법을 그 원리와 함께 소개하고, 각 기법이 실제 어떤 비즈니스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한계와 함께 설명한다.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방식이 효과적인지, 어떤 사고 흐름을 유도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또한 이 책을 통해 프롬프트가 만능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모든 문제에 통하는 ‘정답 프롬프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프롬프트는 문제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설계되어야 한다. 그 설계 능력이 바로 이 책이 궁극적으로 독자와 나누고자 하는 핵심 역량이다. 단순히 좋은 프롬프트를 복붙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원리와 설계 구조를 이해하고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표다.
AI의 성능은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많은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롬프트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복잡한 추론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그 추론을 어떻게 유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질문은 기계가 해줄 수 없다. 질문은 사람의 몫이다.
우리는 이 책이 하나의 도구이기를 바란다. 사고를 넓히고, 관점을 전환하고, 문제를 더 깊게 들여다보기 위한 프레임워크로서의 도구. 독자들이 이책을 통해 AI에게 더 나은 답을 요구하기보다는, 더 나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좋은 질문은 단지 정보를 끌어내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고를 이끄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정답보다 더 나은 질문이다.
2025년
이진천, 전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