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읽힐 옛날 이야기로써 이만한 자료가 있을까? 어런이에게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재료로 하는 것이 맞다. 그러한 면에서 이제껏 많은 중국 고전을 역주해 왔지만 이 ≪몽구≫처럼 유용한 책이 있을까 한다. 물론 책마다 고전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우선 중국 고전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가장 쉽고 흥미를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엮어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 가장 맞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어리고 몽매한 아이들에게 일러주기 위한 내용”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어른으로써 더 핍절하게 알고 있어야 할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다. 지금처럼 삭막하여 어른이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나아가 어른 다운 어른을 찾기도 쉽지 않은 세태에 어른들이 먼저 읽으라고 강요하고 싶다. 무려 296개의 주제에 592개의 성어, 581개의 고사는 그동안 피상적으로 듣고 알고, 그러려니 했던 주옥같은 일화와 명구들이 그 구체적인 출전과 명확한 원문 제시로 인해 근거를 가지고 말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나아가 이 책은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이미 번역과 연구서가 있었음에도 근래 일본을 통해 다시 들어와 소개되고 번역된 점은 아쉽기도 하고 우리가 옛사람만 같지 못하지 않을까 안타까움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역주하면서 큰 소득을 얻었다. 바로 이제껏 50여 종 넘게 역주한 내용의 정화(精華)를 언젠가는 초략(鈔略)하여 고전 입문자를 위해 정리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워왔었는데 이미 당대(唐代) 이한(李瀚)이라는 사람이 내가 원하던 작업을 그대로 해 놓았음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한 유서(類書) 정도로 여겼는데 막상 구절마다 역주를 하고, 원전을 일일이 찾아 대조해 보았더니 새삼 피상적인 독서가 위험하고 저급한 욕망을 발동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이 역주작업에서 또 얻은 것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사기로부터 ≪한서≫, ≪후한서≫, ≪삼국지≫, ≪진서≫, ≪남사≫, ≪북사≫까지 구석구석 빠짐없이 들여다볼 강제적 기회가 주어졌음에 대한 기쁨이다. 공구서로서의 정사(正史)가 아니라 읽어야 할 사서(史書)로써 내 곁에 더욱 가까워진 것이다. 이에 본 ≪몽구≫에 제시된 구절의 원전을 다시 찾아 모두 「참고란」에 그대로 전재하여 보았더니 앞뒤 생략된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고 숨겨진 의미라 훤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고전 역주란 한문 원문의 문장을 얼마나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있지 아니하고 이면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시공(時空)의 역사와 지리적 내용을 얼마나 충분히 숙지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늘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한 원칙이 이처럼 검증되는 경우를 만났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시대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고전은 그저 연구자의 몫으로 치부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 그러나 옛사람들이 왜 그러한 기록을 남겼고 어찌하여 그러한 내용을 금과옥조처럼 되뇌이며 긴 역사를 이어왔는가를 생각한다면 지난날과 미래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상식과 수양이 없이 옛것은 저버린 채 미래만을 향해 내닫는다면 성공과 성취를 이루었다 해도 허망함에 빠지고 말 것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가치는 물질에만 있지 아니하고 정신 세계에도 있으며 그 정신적 가치가 더 중시될 때나 적어도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삶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선 물질에 대한 욕구부터 채운 다음 나중에 정신적 가치를 찾겠다고 미루었다가는 자칫 때를 놓치지 않을까 한다. 옛사람의 지혜를 통해 지금 살아가는 과정마다 그 가치를 찾으며 병행해야 한다. 그러한 도구로써 이 책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부담 없이 낱개의 고사나 일화를 읽어보고 되새기며 마음 다짐을 하는 것도 무용한 시간 낭비는 아닐 것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나아가 더 깊이 그 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참고란의 원문이나 방증 자료를 섭렵하여 떨어진 이삭을 주워도 그 값은 충분히 얻을 것이라 여긴다.
이 ≪몽구≫ 책 한 권만 알뜰히 읽어도 중국 고사 반 이상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며 중국 역사 흐름과 각 시대의 가치, 그리고 문물 제도와 일상생활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줄줄 외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내용을 통해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살아 있음에 대한 가치를 확연히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표피의 가치에 집착하던 내가 다시 참 가치의 깊은 연못 속에 아름답게 잠겨 들어감을 고맙게 여기게 될 것이다.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소시민은 소시민대로 존재 가치를 아름답게 보며 세상 만물에 대하여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아니한 것이 없음을 발견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나로서는 세상에 태어나 이러한 책을 만나게 된 것을 행복하게 여기고 있다. 인류는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영원을 두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갈 존재라는 사실에 믿음이 선다.
줄포(茁浦) 임동석(林東錫)이 甲辰년(2024) 白露節에 부곽재(負郭齋)에서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