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淵不二龍”(한 못에 두 용이 있을 수 없다)라 하였다.
전쟁(전투)에는 승패가 있다.
패배는 그 말로 끝나지 않고 후과는 처절하다.
에에 ≪南史≫(61. 陳慶之傳)에는 “兵可千日而不用, 不可一日而不備”(무기는 천 일을 그대로 둔 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단 하루도 무비를 갖추지 아니할 수는 없다)라 하였고, 이를 인용하여 <乾隆語錄>에도 “兵可百年而不用, 不可一日而不備”라 하여 강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쟁에 승리하여, 그 공으로 왕후(王侯)에 봉해지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얼마나 안타까운 희생이 있는가?
그래서 “勸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그대에게 권하노니 봉후의 일 묻지도 말게나. 장군 하나 만들어지는데 만 명의 백골이 말라야 한다네!)라 하였다.
또 인간 세상에 살면서 마치 전투와 같은 세속의 경쟁에 느닷없이 화급한 패배가 다가 온다면 어쩌겠는가?
이에 누구나 “삼십륙계 줄행랑”이라는 우리 속담을 알고 있다.
이는 바로 이 책에서 유래된 것이며, ‘패전이나 불리할 때 우선 현장을 떠나라. 패배의 굴욕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말라’의 뜻으로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무경칠서(武經七書)>를 모두 역주하고 나서, 이 책을 덧보태어 작업해 보니, 이 ≪삼십륙계≫라는 책은 실제 궤휼(詭譎)과 기만(欺瞞) 전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기는 하나, ≪주역(周易)≫의 깊은 원리를 <무경칠서>의 여러 내용에 적용하여 36가지의 병법(兵法) 계책(計策)으로 정리한 것이며, 우리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병법서를 떠나 처세술(處世術)을 그대로 담은 책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책은 크게 ‘이기고 있을 때’, ‘비등하게 맞서 있을 때’, ‘패배하고 있을 때’의 3가지로 나누고, 다시 그 해당 상황마다 두 가지씩 짝을 이루며, 그 6가지에 여섯 개씩의 계책을 간단한 성어(成語)로 제목을 달아 36가지의 계략을 이루고 있다.
즉 3×2×6=36이 되는 것이다.
그중 패전계(敗戰計)의 제일 마지막 계책이 바로 ‘주위상책’(走爲上, 走爲上策)이다.
실제 원문은 몇 글자가 되지 않으며, 게다가 ≪주역≫의 괘사(卦辭)나 단사(彖辭), 상사(象辭), 효사(爻辭)의 구절을 인용하여 제시하고 있어, 얼핏보아 무슨 뜻인지 알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인용한 ≪周易≫ 구절을 찾아 그 원의(原義)와 상징(象徵)하는 추상적(抽象的) 의미를 구체적(具體的) 전투(전쟁) 상황에 맞추어보지 않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후대 사람이 이를 알기 쉽게 풀이하여 원문 아래 <按>이라는 형식 아래, 전체적인 뜻을 밝힘과 아울러 역사적으로 있었던 고사를 실어 매우 흥미롭게 꾸며놓았으며, 그 예화에 의해 우리는 접근하는 것이 본문의 함의(含意)를 알기 편하다.
특히 인용된 고사나 예화는 아주 적절하고, 또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정확한 내용으로, 이를 읽어보기만 해도 충분히 본책의 일면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내가 이 책을 역주해 놓은 것은 벌써 30년이 넘었다.
애초에는 매우 흥미있으려니 하고 자료를 찾아 작업을 했었지만, 워낙 본문이 어렵고, 게다가 원문이 너무 짧고 그저 주제어(主題語. keyword) 정도여서, 말로 풀어쓴다는 것은 낱자 풀이를 넘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용한 고사(故事)도 그 원전을 직접 찾아보지 않고는 선뜻 “이렇다”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없어, 미루어 두었다.
그러다가 마침 <무경칠서(武經七書)>, 즉 송(宋)나라 때 정리하여 완성된 역대 병법서 ≪손자(孫子)≫, ≪오자(吳子)≫, ≪사마법(司馬法)≫, ≪울료자(尉繚子)≫, ≪육도(六韜)≫, ≪삼략(三略)≫,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 등 7책을 모두 역주하고 나서 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윽고 ≪주역≫도 온전히 역주해 놓은 터라, 돌출식 원문의 구절도 ≪주역≫에서 찾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칠서(七書) 못지 않게 흥미롭고 내용도 풍부하며, 인용된 예화(例話. 按語)는 구체적이었다.
아울러 예화도 정사(正史)와 제자백가(諸子百家), 유서류(類書類) 등에서 찾을 수 있어, 구체적 사례(事例)도 맞추어볼 수 있었다.
이에 우선 다시 좀더 수정하고 정리하였으며, 특히 무곡(无谷)의 ≪회도삼십륙계(繪圖三十六計)≫에 실려 있는 주석과 백화 번역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이 책과 ≪중국전통병법대전(中國傳統兵法大全)≫에 실려 있는 원문이 달라, 다시 이를 조정하고 나아가 원전을 뒤져 교정(校訂)과 교감(校勘)을 거쳐 겨우 완성을 보게 되었다.
어찌 되었거나 그래도 소략(疏略)함과 오역(誤譯)이 있을 것이며, 원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를 <무경칠서>와 엮어 출간한 지도 꽤 여러 해가 되었다
작업을 하면서 미진한 채로 넘겼던 기억이 너무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삼호재(三乎齋) 박노일(朴魯一) 대표가 나의 기간(旣刊) 전체 총서를 다시 전자책으로 내어, 보전(保全)과 보전(普傳)을 목적으로 출간해보겠다고 나섰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아울러 미진함을 보전(補塡)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음에 환희(歡喜)를 맛보게 되었다.
박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좀 더 다듬어진 이 책과 <무경칠서>를 함께하여 활용해 주기 바란다.
兵不可一日而不備 건륭어록
2025(乙巳)년 釋誕日(5.5)에 茁浦 林東錫이 丹陽 黃庭山 圓通庵 아래 酉蝸廬에서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