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냉전(new cold war)의 도래,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세 력 전이(power transition) 이론, 차가운 평화(cold peace) 담론 등은 21세기 국 제 관계의 최대 화두인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을 설명하는 다양한 개념이 다.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로 결론이 난 이후 바이든과 트럼프 시기를 거치면서 지금은 새로운 차원 의 질문들이 속속 등장 중이다. 트럼프의 중국 압박용 상호관세는 미국 의 어떤 국내법에 기초한 정책인가? 바이든의 중국 견제용 반도체 과학 법에서 지급하기로 정한 보조금은 대선 패배 후에도 유효한가? 공화당 의 미국 우선주의와 민주당의 소다자주의는 미국 정치 양극화 상황 속 에서 지속가능한 중국 견제 전략인가?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것 인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왔던 국제정치 이론과 개념들을 통해서는 분석하기 쉽지 않은 미국 정치의 제도와 과정에 관한 질문들이다. 실제 로 트럼프 2.0 행정부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하의 자유주의적 국제주 의 질서, 특히 동맹 및 무역 영역과 관련하여 정반대 방향인 분담금 압 박과 관세 압박을 내세우고 있다. 2028년 대선을 위해 절치부심 중인 민주당 역시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유권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대외 정책을 놓고 고심 중이다. 안으로부터의 변화가 미국의 중국 대응을 어 떻게 바꾸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때다.
이 책은 미국의 중국 정책에 초점을 두면서 미국 정치와 외교를 내부 적으로, 통시적으로 연구하는 시도다. 18(8년 최초의 조약 체결부터 트 럼프 2.0 시대 중국 견제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가 중국 문제를 어떻 게 다루어 왔는지 미국의 정치 제도, 외교 역사, 선거 동학 등의 차원에
서 분석한다. 그동안 국제정치학은 미국의 정치 제도와 정치 과정에 대 한 본격적인 연구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미국의 의회-대통령 관계 및 정 당정치를 전면적으로 다루지 않은 셈이다. 반대로 미국 정치학의 경우 국제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정치만을 별도로 다루어 온 경향이 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전적으로 국제정치학의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본 연구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미국의 정치 관점에서 분석 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어떤 정 책을 펼쳐 왔는지 그 원인과 결과를 살피고, 동시에 미국 정치의 이론적 틀 안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서론에 이어 2장은 외교정책을 둘러싼 미국 대통령의 권력과 의회 관 계, 그리고 정당정치를 이론적으로 탐색한다. 미국 대통령의 외교 권력 이 알려진대로 제왕적인지 혹은 예상보다 제한적인지 살펴보는 작업이 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이 가진 권력에 대한 최초의 논쟁은 대통령의 외 교정책 결정을 둘러싸고 의회 내에서 벌어진 적이 있다. 한편 “미국 외 교사는 미국 정당사”라는 문제 의식에 기초하여 정당정치와 외교정책 간의 상관성을 연결지어 본다. 정당 내부의 계파 정치 및 대통령과 정당 관계 등 기존의 미국 정치 연구들이 주로 다루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서 도 관심을 두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3장부터는 미국의 중요한 중국 정책을 역사적으로 분석하되 미국 정 치를 둘러싼 주요 질문들의 맥락에서 이해해 보기로 한다. 미국과 중국 간 최초의 최혜국 대우 조항과 이민 정책을 담은 18(8년 벌링게임 조약 체결 과정을 탄핵 직후의 존슨 대통령과 공화당 간의 초당파적 합의 관 점에서 살펴본다.
4장은 남북전쟁 이후의 재건 시대가 종결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로 복 귀한 민주당이 중국인 입국 금지 법안을 통해 공화당을 어떻게 분열시 켰는지 알아본다. 1882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중국인 배제법안에 대한 분석인데 극심한 경쟁 시기에 들어선 두 정당의 대선 전략을 배경으로
한다.
5장은 1)50년대 트루먼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국 국민당의 몰락(1)4) 년), 1)50년 11월 중간 선거 직전 중국 인민군의 한국전쟁 개입 등 급격 한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아본다. 3차 세계대 전 발발을 염려했고 한국전쟁으로 인기가 폭락하여 재선에 나서지 못 했던 미국 대통령의 정치와 외교 행태를 중국 정책과 연관지어 추적해 본다.
(장은 한국전쟁 이후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던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이루어낸 카터 대통령 시기에 관한 주제다. 1)7)년 워싱턴과 베이⑨의 국교 정상화 합의 시점에 대해 민주당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 패배한 이 후 대외정책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역사적 유사성 차원에서 파악해 본 다. 선거 주기라는 예측 가능한 변수가 외교적 돌파구라는 예측 불가능 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는 1))5년 클린턴 대통령의 베트남 국교 정상화,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관계 정상 화와 궤를 같이한다.
7장은 1))0년대 미국의 중국 정책을 상⑨했던 최혜국 대우(MFN) 조 항 지속과 관련된 의회 정치에 관해 다룬다. 1)8)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국의 하원과 상원,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 등 정권과 의회 차원 에서 벌어진 정치적 역학 관계를 살펴본다. 의원 개인이 가지는 외교정 책 입장의 유지 혹은 변경의 동기를 찾는 것이 이론적 질문이다. 대외 문제 현안 그 자체 못지않게 정당 경쟁, 양원제 등 정치적 요소가 중요 함을 살펴본다.
8장은 현재 미국 정치 양극화가 미국의 중국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장이다.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 조야가 중국 견 제에는 초당파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러한지에 대해 재검토해 본다. 중국 인권과 민주주의 등 몇몇 상⑨적 성격의 분야를 제외한 실질 적 정책 영역에서 여전히 양극화 현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해
지고 있는 미국 정치 양극화는 현재 미국의 중국 정책을 이해하는 데 필 수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장은 바이든 시대의 중국 견제 법안들로 알려진 인플레이션 감축법 과 반도체 과학법을 유기적으로 분석한다. 어떤 내용의 중국 견제가 트 럼프 시대의 행정 명령과는 다른 방식으로 법제화되었는지 알아봄으로 써 두 정당의 서로 다른 중국 견제 방식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장이 다. 미국의 중국 정책에는 대통령과 의회 관계, 입법 절차의 복잡성, 그 리고 정당의 정책 철학 등이 뒤섞여 있음을 재확인한다.
10장은 결론적으로 트럼프 2.0 시대와 중국 견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점들을 간략하게 짚어본다.
본서의 장들 중 이론적 접근을 담고 있는 2장은 결론 장과 더불어 이 책을 준비하면서 새로 저술한 내용이다. 3장 역시 초당파 외교에 관한 저자의 최근 관심에 기초한 연구 성과물이다. 4장부터는 미국의 중국 정책을 역사적으로 다루어 온 기존의 영어 및 국문 논문들을 대폭 수정 및 보완한 것임을 밝혀 둔다. 모두 필자의 단독 저술 논문이며 그 출처 는 각 장의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Wedge Issue Dynamics and Party Position Shifts: Chinese Exclusion Debates in the post-Reconstruction U.S. Congress, 187)-1882,” Party Politics 17((): 823-847; “전시 대통령의 초당파적 리더십 연구: 한국전쟁과 미국 정치를 둘러싼 트루먼(Truman)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학』 45(2): 143- 170; “Do Election Cycles Matter for Foreign Policy? A Case Study of U.S. Normalizing Relations with Former Adversaries,”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33(4): 57)-5)(; “Vote Switching on Foreign Policy in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American Politics Research 38((): 1072-1101; “Strange Bedfellows and US China Policy in the Era of Polarized Politics,”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1): 47-(); “미국 국내 정치와 경제안 보: 미국은 ‘어떻게’ 중국을 견제하는가?” 『국가전략』 2)(3): 5-31.
미국의 정치와 외교에 주된 학문적 관심을 가진 지 오래 되었지만 공 부의 원동력은 늘 우리 가족이다. 내년이면 함께 울고 웃은 지 30년인 내 동반자 경선과 이제는 멀리 뉴욕에서 변호사와 대학생으로 각자의 삶을 개척 중인 우리 두 딸 나현, 재현을 생각하면 부족한 능력이지만 사명감을 새로 품게 된다. 홀로 남으셨지만 평안을 찾으신 어머님께 이 책을 바친다. 원고 출판을 위해 애써주신 박영사의 장규식 차장님, 정연 환 과장님, 전혜민 대리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는 미국 과 중국을 넘어서서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고민해야 할 때다. 이 책이 우리의 국격을 높이고 미국과 중국을 휘어잡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국 가전략을 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소망한다.
2025년 가을에
서정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