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경제 정책을 썼을까?
해방 이후부터 1987년까지 40여 년간,
파란만장한 한국경제를 이끈 대통령들의 정책을
실증적이고 개관적으로 관찰한 한국경제통사!
내용 소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60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이 지금은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끼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과 함께 정치민주화도 함께 이룩했다. 이 같은 한국의 경제발전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한국경제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들 주장대로였다면 한국경제는 벌써 망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반대했던 굵직굵직한 투자들을 한국은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국민소득 50달러의 최빈국 주제에 공업 자립을 주장한 것이나, 박정희의 포항제철(지금의 포스코)이나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등은 국제적인 웃음거리였다. 그러나 세계가 반대했고 국내외 전문가들이나 언론들이 비난했던 일을 성공시켜서 오늘의 한국경제 기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한국경제 발전 과정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발전해 있다. 이런 경제발전을 과연 어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한국경제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경제 발전 역사는 경제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필수 과목이다. 당시 정부의 역할과 기업의 활약이 어떠했는지, 자기네 나라가 어떻게 경제대국이 됐는지 과정을 소상히 알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경제에 대해서는 많이 배워도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별로 배우는 게 없다. 경제학과에서도 미국에서 유행하는 이론을 가르치기만 할 뿐, 제 나라 경제가 무슨 고초를 겪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는 관심 밖이다. 경제학을 전공하나 영문학을 공부하나 한국경제를 잘 모르기는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은 지난 60여 년 동안에 경제적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이 노력한 결과지만, 그 중심엔 대통령의 리더십이 있었다. 그 중 한국의 산업화 40년을 이끈 대통령들을 살펴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토지개혁으로 공산화를 막아내며 자본주의 경제의 기틀을 다진 건국 대통령이었으며, 장면 총리는 단명한 정권이지만 경제 제일주의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성공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오늘의 한국경제를 있게 한 한국판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무모할 정도로 안정화 정책을 밀어붙여 40년 동안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구체적인 잘잘못을 떠나, 역대 대통령들이 각자의 시대에 저마다 역할을 해 왔던 셈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경제정책사』는 역대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경제정책을 썼으며 결과가 어떠했는지 정치적인 논리를 떠나 실증적이고 개관적인 관찰을 통해 기술하였다.
이 책은,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록을 담은 저자의 저서 『대통령의 경제학』을 쉽게 풀어서 재구성했으며, 일반인들이 전문 지식이나 경제용어를 몰라도 술술 읽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해방 이후의 현대 한국경제사를 리더십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경제와 대통령의 리더십을 정확하고 균형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한국경제의 만성적인 현상이었던 인플레이션을 퇴치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전두환의 업적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런 목표가 달성되리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독재자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경우는 많아도 인플레이션을 잡은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드물다. 박정희 시대에서 시동은 걸었으나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던 안정화 정책은 전두환 시대로 넘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원래 국민이 가장 꺼리는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정책이다. 결과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좋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이거나 임금을 억제하는 정책은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집권 초기부터 강력하게 은행 돈줄을 조이는 한편 정부 스스로도 예산을 쥐어짰고, 기업들한테는 임금 억제를 강요했다. 노조도 강력한 탄압 속에 정부 정책에 고분고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경제교육을 전 국민이 귀가 따갑게 들어야 했다. 1980년의 도매물가 상승률은 제2차 석유파동까지 겹쳐 무려 42.3%나 됐다. 이런 물가상승률을 한 자리 숫자로 낮추겠다는 것이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주도한 전두환 정권의 목표였다.
언론이나 경제학자들은 ‘한자릿수 물가’를 두고 꿈같은 소리라며 코웃음을 쳤다. 경제기획원의 물가정책국 실무자들마저도 1981년의 물가억제 목표를 잘해야 20% 정도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통계로 나타난 실적은 뜻밖이었다. 소비
자 물가 기준으로 1981년에 13.8%를 기록하더니, 1982년에는 2.4%, 1983년에는 -0.8%로까지 떨어졌다. 상상도 못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진 것이다. 비록 반대와 비판을 봉쇄한 가운데 독재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해도, 정부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는 비인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끝에 이 같은 결실을 일궈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