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초등 교사,
‘이상한 나라’ 압구정에 들어가다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저자는 결혼 후 압구정동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다. TV 드라마 속의 이야기로만 경험해본 터라 편견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압구정으로의 입성 후 저자가 느낀 압구정은 여러모로 특이했다. 아파트의 외관은 허름하지만 주차장에는 외제차가 수입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집값과 물가가 터무니없이 높아 부모의 도움 없이 거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의 대물림이 실현되는 산 현장이다.
시간이 지나 저자가 임신 후 출산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압구정의 육아와 교육의 고찰이 시작된다.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태아 보험, 산후조리원,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놀이학교, 영어 유치원, 문화 센터 수업 등 많은 예비 엄마들과 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한 유용한 육아 관련 정보와 조언을 전한다.
‘프리미엄’과 ‘최고급’ 뒤에 가려진
내 아이의 찬란한 찰나의 순간
압구정의 육아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시작되고, 사교육은 돌이 되기 전부터 시작된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가치는 충분하나 결코 적지 않은 돈이 아니기에 쉽게 선택할 수 없는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서비스와 질적 차이에서 기인하지만 실상 산후조리원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산후조리원 동기, 일명 ‘조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조동끼리 시간이 흘러 조리원 동기 문화를 통해 내 아이의 첫 친구를 결정짓게 한다. 이처럼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은 내 아이의 인맥 형성을 위한 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맥을 위한 ‘돌 이전의 사교육’이라는 말이 주는 이질감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하는 시기를 지나면 육아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생활에 여유를 가지기 위해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곤 한다. 하지만 시터를 고용함에 앞서, 큰 비용을 들여 고용했다는 이유로 어렵고 힘든 일은 시터가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과 시터를 고용한 시간 동안 부모가 보호자로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육아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중요한 일인 경우가 많으니 시터에게 육아의 전반을 맡기는 일은 결국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존재로 각인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육아의 전반을 시터의 손에 의존하게 된다면 내 아이가 자라는 그 짧고 소중한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잃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는 결코 혼자 자라지 않는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반대로 충분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아이는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시터를 고용하는 것은 좋지만, 시터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정말 괜찮은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을 다 하면서 시터를 고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부모인가, 시터인가?
아이를 키우는 단 하나의 목표,
내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것
파닉스, 숏바울, CVC 단어 읽기, 영어 문장으로 대화 주고받기 등. 압구정의 좋은 영어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4살 아이들이 통과해야 하는 시험의 조건이다. 평범한 성장 속도에 따르면 4살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고난이도의 입학 테스트마저 이 테스트를 볼 수 있는 자격을 얻는 또 하나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볼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은 입시와 다를 바 없이 힘들고 치열한 과정을 겪어야만 이제 고작 영어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테스트들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은 또 사적으로 과외 수업을 받는다.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의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 너를 위한 일이야’ ‘우리 아이가 좋아해서…’라는 말로 부모는 자신의 눈을 가리고 부모를 위해 자유로운 생각과 그 나이에 맞게 놀고, 자랄 시간을 반납하는 아이를 보지 못한다. 학원은 이런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건드리고, 부모는 그 불안감을 아이를 위한 일로 단정 지어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누구를 위한 선행 학습인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불안인지 욕심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육아에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있고,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부모는 누구나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부모로서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고, 최고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은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육아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아이에게 최고급 제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사랑이다. 아이를 위해 돈이 아닌 본인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라면, 육아에 있어서 돈보다 더 중요한 무기를 가진 셈이다.
최고급 사교육, 최고급 제품에 가려 정작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생각하고, 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가졌던 부모로서의 다짐이 무엇이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나중에 맞이할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포기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부모는 없고 학부모만 가득한 곳에서 여러분은 부모가 될 것인가 학부모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