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별 테마! 시대별 핵심!
굵직한 사건을 정사 중심으로 서술한 한국사의 맥!
문고본 최초로 시도되는 한국사 왕조실록 시리즈,
가야왕조실록 출간!
살림출판사에서는 지난 15여 년간 문・사・철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과, 과학기술・예술・실용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살림지식총서≫를 500종 이상 출간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문고’임을 자처하는 ≪살림지식총서≫가 이번에는 ‘한국사 왕조실록 시리즈(전19권)’를 준비했다. 문고본으로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기획이다.
‘한국사 왕조실록 시리즈’는 고조선에서부터 대한제국까지 반만 년을 지속한 한국사의 맥을 왕대별로 묶었다. 여기에 중국의 황하문명보다 2,000년 이상 앞서고 고조선의 흔적이 많이 발견되는 요하문명도 포함시켰다. 이는 동북공정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중국에 대항할 역사관을 심어주고자 한 것이다.
2015년 조선왕조실록(전6권)을 시작으로 하여, 2016년 고조선왕조실록, 고구려왕조실록(전2권), 백제왕조실록(전2권), 발해왕조실록과 더불어, 이 책 가야왕조실록을 펴낸다.
‘잃어버린 왕국’의 귀환
가야는 한국사에서 무척 독특한 나라다. 그 역사의 시작부터 특별했고, 존속 과정과 결말이 또한 특별했다. 이 독특함의 핵심에 ‘소국 연맹체’라는 결국 벗어나지 못한, 아니 어쩌면 끝내 버리지 않은 정체성이 자리한다. 여기에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낀 약소국이라는 현실적 특수성이 또 한 겹 더해진다.
최근 가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이와 함께 여러 연구 성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혼란 또한 적지 않다. 가야 역사 자체가 워낙 알려진 바가 적고, 그래서 이런저런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저자는 이른바 ‘사국시대론’을 든다. 왜 가야를 고구려, 백제, 신라와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고 차별하느냐는 논리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마한은 왜 빼느냐며 오국사기라는 책까지 나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모두는 가야의 특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결과이자, 그 자체로 가야 역사의 독특함을 부정하는 또 다른 역사 왜곡일 수 있다. 이 책 가야왕조실록에서 저자는, 가야 역사는 주변 세력들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봐야만 올바로 이해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럴 때 ‘잃어버린 왕국’ 가야의 실체를 더 잘 복원해낼 수 있음을 역설한다.
소국 연맹체의 숙명과 강인한 생명력
가야가 소국 연맹체였다고 해서 중심 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최초의 중심 세력이 바로 수로가 왕으로 있던 김해의 금관가야였다. 금관가야는 풍부한 철 자원과 지리적 이점에다, 특히 수로왕의 탁월한 중재자로서 능력 덕분에 연맹체의 지배 국가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렇지만 이후 가야의 행로는 험난했다. 3세기 초 이른바 ‘포상팔국의 난’이라는 내분이 일어난다. 이에 금관가야는 그때까지 적대관계였던 신라의 군사력을 빌려 난을 진압한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가야는 신라의 통제 아래 들어가고 만다. 4세기 중반에는 근초고왕의 가야와 마한 정벌로 백제의 통제를 받는 처지가 된다. 4세기 후반 백제의 위협에 직면한 신라는 고구려와 동맹을 맺고, 여기에 백제, 가야, 왜가 또 다른 동맹을 이루어 맞서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와중에 가야는 광개토대왕이 이끄는 5만 대군에 정벌당한다. 이후로도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강대국들이 벌이는 혼란스러운 다툼과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생존을 위한 가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된다.
주목할 사실은 가야 연맹체가 반복되는 위기 가운데서도 금관가야, 아라가야, 대가야로 중심 세력을 바꿔가며 끊임없이 독립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자 노선을 향한 노력은 소국 연맹체라는 약소국의 숙명인 반면, 가야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측면이기도 하다. 가야는 잇따른 강대국들의 압박과 위협에 결코 완전히 무릎 꿇지 않고 600여 년간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며 찬란한 문화를 일구어나갔던 것이다.
임나와 임나일본부
가야 역사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일제 식민사관의 대표 학설인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이다.
임나는 실상 백제 근초고왕이 정벌한 가야 지역을 간접 통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정치 연맹체였다. 여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왜를 파트너로 끼워준 셈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쉽게 말해서 임나일본부란 임나에 파견된 왜의 대표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임나 주재 일본대표부(일본이라는 용어는 8세기에나 가서야 쓰였으니 실제로는 왜대표부라 해야 옳다)쯤 될 것이다.”
이처럼 가야는 동아시아 고대사에서 독특한 연맹체 국가로 존립하며 오랜 세월 그 위상을 잃지 않았다. 비록 끝내 신라에 병합되고 말았지만, 그 후예가 훗날 신라의 삼국 통일에서 혁혁한 역할을 해냈음은 또한 익히 아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