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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젊은 여성 ‘나’가 수목원에서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버지는 자신의 과오로 감옥에 갇혀 있고, 엄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겠다면서도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나’는 수목원의 꽃과 나무를 관찰해 그림으로 기록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가족에 대한 원망과 연민, 아버지를 향한 복잡한 감정을 되짚어간다. 그렇게 숲의 생명들을 오래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서 보이는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의 차이, 그리고 쉽게 말하거나 그려낼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삶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사진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꽃의 색. 사람의 손길과 수고로움을 통해서만 실물에 가까운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카메라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생명의 미세한 색과 질감을 놓친다. 반대로 사람의 눈으로 오래 바라보고 손으로 여러 번 색을 덧입히는 세밀화에는 그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살아 있는 꽃에 가까워진다. 생각해보면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한 사람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가까이 다가가 오래 바라보고, 그가 지나온 시간을 헤아려보아야 겨우 조금씩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람이나 나무나 홀로 살아가지 않고 서로 기대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죄 많은 아비로서 자식과 아내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폐를 가진 아들을 돌보는 수목원 관리자 역시 아들을 측은하게 여기면서도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앞에서 현실적인 부담을 느낀다. 사랑한다고 해서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안함과 연민, 원망과 책임감,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까지 한 사람 안에 함께 존재한다. 그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피의 인연 없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숲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가족이 완벽하게 아름답고 희생적인 관계가 아니라 해도, 서로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와중에 상대를 측은해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까. 원망스럽고 미운 사람을 여전히 측은해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끝내 매몰차게 내치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진 한 장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꽃의 미세한 색을 알아보기 위해 오래 들여다보고 수없이 색을 덧입혀야 하듯, 사람의 아름다움 역시 세밀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오래 바라보고 수고를 들여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에서 반복되는 ‘본다고 해서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는 감각이 좋았다. 숲도 멀리서는 그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하나의 풍경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저마다 다른 나무와 풀과 꽃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족,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한 사람의 삶이 가까이 다가가 오래 들여다볼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세밀화가 꽃을 단번에 그려내는 일이 아니라 수없이 관찰하고 색을 겹쳐가며 그 생명의 현재성을 종이 위에 옮기는 일이라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쉽게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안다고 단정하지 않고, 오래 들여다보는 일. 어쩌면 그 수고로움 속에서야 비로소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사람의 진짜 색깔이 드러나는지도 모르겠다. _________ 마음의 일은 말하기 어렵다. 마음의 나라는 멀고멀어서 자욱하다. 마음의 나라의 노을과 바람과 시간의 질감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아버지를 면회가면서 알았다.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저 #내젊은날의숲 #김훈작가 #문학동네
세밀한 관찰을 글로 표현하는 김작님의 필력에 경의를 표한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무덤덤하게 누군가의 삶을 드려다보는 시간이었다.
쓸쓸한 것들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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