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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한국소설

내 젊은 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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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저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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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0원
소장
출간 정보
  • 2010.11.09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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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14.3만 자
  • 0.9MB
지원 환경
  • 앱
  • 웹
  • PC뷰어
  • PAPER
ISBN
9788954628495
UCI
-
내 젊은 날의 숲

작품 정보

쟁쟁쟁…
김훈의 손끝에서 꽃이 열리고 숲이 열리고 사람이 열린다!
_김훈 신작 장편소설 『내 젊은 날의 숲』

나는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랐는데, 풍경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풍경은 미발생의 말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적막강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거느리고 풍경과 사물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 거기서 미수에 그친 한 줄씩의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걸 버리지 못했다. 이 책에 씌어진 글의 대부분은 그 여행의 소산이다. (……)
산천을 떠돌면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산천은 나의 질문을 나에게 되돌려주었다. 그래서 나의 글들은 세상으로부터 되돌아온 내 질문의 기록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강 건너 저편으로 가지 못하고 결국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장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들로 보여주었던 『공무도하』(문학동네, 2009) 이후 꼬박 일 년, 김훈이 신작 장편소설 『내 젊은 날의 숲』을 선보인다.
기자 시절의 그로부터 삼십여 년, 김훈의 글을 앞에 놓고 책장을 펼치기 전,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것이 있다면, 『내 젊은 날의 숲』에서 작가는 우리가 원하던 바로 그것(혹은 그 이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또한 작가가 그토록 원하던(비록 자신은 미수에 그친 문장이라 밝혔지만) 바로 그것,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라며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본 세상의 풍경, 그 풍경이 돌려준 그의 질문의 기록이기도 할 것이다.
때문인지, 이번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에서는 나무와 꽃이, 숲이, 그리고 사람이 열리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그것은 풍경과 사람이 (함께) 열리고 깨어나고 열매맺고 소통하는 장면에 다름아니다.

풍경과 풍경, 풍경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문장

“화가가 팔레트 위에서 없었던 색을 빚어내듯이 나는 이미지와 사유가 서로 스며서 태어나는 새로운 언어를 도모하였다. 몸의 호흡과 글의 리듬이 서로 엉기고, 외계의 사물이 내면의 언어에 실려서 빚어지는 새로운 풍경을 나는 그리고 싶었다. 나는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 (……) 나는 삶의 일상성과 구체성을 추수하듯이 챙기는 글을 쓰려 한다.”_『풍경과 상처』,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지난해의 어느 즈음, 작가 김훈은 그렇게 밝혔다. 『공무도하』를 펴낼 즈음이었고, 그 안에서 그는 일상의 언어, 구체성의 언어를 추수하여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가 구현해내는 일상의 언어, 구체성의 언어 안에서 이미지와 사유가 하나로 섞여드는 것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김훈의 신작 『내 젊은 날의 숲』은 어쩌면, 그가 지금까지 모색해온 새로운 언어, 사람과 사람, 사람의 몸과 꽃과 나무와 숲, 자연이 서로 엉기어드는 풍경을 가장 잘 그려 보이는 작품이 될 것이다.

비가 그친 아침에 젖은 숲이 흐리고 나무들의 밑동이 물안개에 잠겨 있을 때, 그 물안개 속에서 도라지꽃이 멀리 보였다. 도라지꽃은 김소월의 말대로 ‘저만치’ 피어 있었는데, 꽃이 눈에 띄는 순간 ‘저만치’라는 거리는 소멸해버리고 도라지는 내 곁에서 보라색 꽃의 속살을 벌리고 있었다. 도라지는 별처럼 피어난다. 색깔이 짙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눈에 잘 띄는 꽃이다. 멀리서 봐도, 고개를 옆으로 돌린 꽃들조차 나를 향해 피어 있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봐도, 안요한 실장이나 신우가 봐도, 김민수 중위나 그 부하들이 봐도, 자등령 능선에 백골들이 살아나서 봐도, 도라지꽃은 그 각각의 사람들을 향해서, 그 멀어져가는 또는 멀리서 다가오는 보라색의 속살을 드러내서 피어 있을 것이었다.

라고 그가 쓸 때, 그리고

숲에 눈이 쌓이면 자작나무의 흰 껍질은 흰색의 깊이를 회색으로 드러내면서 윤기가 돌았다. 자작나무 사이에서 복수초와 얼레지가 피었다. 키가 작은 그 꽃들은 눈 위에 떨어진 별처럼 보였다. 눈 속에서 꽃이 필 때 열이 나는지, 꽃 주변의 눈이 녹아 있었다. 차가운 공기와 빈약한 햇살 속에서 복수초의 노란 꽃은 쟁쟁쟁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꽃은 식물의 성기라는데, 눈을 뚫고 올라온 얼레지꽃은 진분홍빛 꽃잎을 뒤로 활짝 젖히고 암술이 늘어진 성기의 안쪽을 당돌하게도 열어 보였다. 눈 위에서 얼레지꽃의 안쪽은 뜨거워 보였고, 거기에서도 쟁쟁쟁 소리가 들리는 듯싶었다.

라고 그가 쓸 때,
우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에게로 향한 도라지꽃의 그 보라색 속살을 마주하게 되고, 온기를 품고 눈을 녹이며 올라온 얼레지꽃의 쟁쟁쟁, 소리를 듣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꽃이 열리는 순간이 아니라, 내가 함께 열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풀을 들여다보면서,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식물들의 시간을 나는 느꼈다. 색깔들이 물안개로 피어나는 시간이었다.
숲이 저무는 저녁에 가끔씩 아버지가 생각났다. 어두워지는 시간에는 먼 것들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여름의 숲은 크고 깊게 숨쉬었다. 나무들의 들숨은 땅속의 먼 뿌리 끝까지 닿았고 날숨은 온 산맥에서 출렁거렸다. 뜨거운 습기에 흔들려서 산맥의 사면들은 살아 있는 짐승의 옆구리처럼 오르내렸고 나무들의 숨이 산의 숨에 포개졌다.

라고 그가 쓸 때,
그가 그려내는 나무와 꽃과 숲이 태어나고 숨쉬고 자라고 열리고 스러지는 풍경 안에서, 우리는 사람이 태어나고 만나고 관계짓고 헤어지고 역시 스러지는 모든 순간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묘사하는 언어로 그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살이의 풍경을 그리는 언어로 끝나지 않고, 한 줄의 문장 안에서 함께 태어나고 소통하는 것, 그래서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이 말해지는 현장, 그 현장이 김훈이라는 숲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 번도 '사랑'이나 '희망' 같은 단어들을 써본 적이 없다.
중생의 말로 ‘사랑’이라고 쓸 때, 그 두 글자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부재와 결핍을 드러내는 꼴이 될 것 같아서 겁 많은 나는 저어했던 모양이다.
그러하되, 다시 돌이켜보면, 그토록 덧없는 것들이 이 무인지경의 적막강산에 한 뼘의 근거지를 만들고 은신처를 파기 위해서는 사랑을 거듭 말할 수밖에 없을 터이니, 사랑이야말로 이 덧없는 것들의 중대사업이 아닐 것인가. (……)
여생의 시간들이, 사랑과 희망이 말하여지는 날들이기를 나는 갈구한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라고, 그는 또한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메말랐다. 그의 목소리는 음성이 아니라 음량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 목소리는 뭐랄까, 대상을 단지 사물로써 호명함으로써 대상을 밀쳐내는 힘이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러서, 내가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자리에다 나를 주저앉히는 듯했다. 그렇게 낯선 목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첫 순간에 이미 그 이후의 시간과 마음과 관계를 결정짓는 어떤 만남의 순간을 김훈은 보여준다. 그전 김훈의 인물들이 각 개인 안에서 인간 일반의 희노애락의 어떤 모습을 그려냈다면, 『내 젊은 날의 숲』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가 닿고, 서로에게 서로를 관계짓는다. 그의 소설이 풍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람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한번 서로에게 가 닿는 현장인 것이다.

작가

김훈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48년 5월 5일
학력
고려대학교 영문학 중퇴
경력
2002년 한겨례신문 편집국 민권사회2부 기동취재팀 부국장
2000년 시전문계간지 편집위원
1999년 한국일보 편집국 편집위원
1999년 국민일보 편집국 편집위원
1998년 국민일보 출판국 국장
1998년 국민일보 편집국 특집부 부국장
1997년 시사저널 심의위원 이사
1997년 시사저널 편집국 국장,편집인
1995년 시사저널 편집국 국장직대
1994년 시사저널 사회부 부장
1994년 한국일보 편집국 문화부 기자
데뷔
1994년 문학동네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수상
2009년 제29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
2007년 제15회 대산문학상
2005년 제5회 황순원 문학상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2002년 제18회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기획취재상
2001년 동인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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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4.5

구매자 별점
17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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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젊은 여성 ‘나’가 수목원에서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버지는 자신의 과오로 감옥에 갇혀 있고, 엄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겠다면서도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나’는 수목원의 꽃과 나무를 관찰해 그림으로 기록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가족에 대한 원망과 연민, 아버지를 향한 복잡한 감정을 되짚어간다. 그렇게 숲의 생명들을 오래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서 보이는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의 차이, 그리고 쉽게 말하거나 그려낼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삶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사진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꽃의 색. 사람의 손길과 수고로움을 통해서만 실물에 가까운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카메라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생명의 미세한 색과 질감을 놓친다. 반대로 사람의 눈으로 오래 바라보고 손으로 여러 번 색을 덧입히는 세밀화에는 그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살아 있는 꽃에 가까워진다. 생각해보면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한 사람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가까이 다가가 오래 바라보고, 그가 지나온 시간을 헤아려보아야 겨우 조금씩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람이나 나무나 홀로 살아가지 않고 서로 기대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죄 많은 아비로서 자식과 아내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폐를 가진 아들을 돌보는 수목원 관리자 역시 아들을 측은하게 여기면서도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앞에서 현실적인 부담을 느낀다. 사랑한다고 해서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안함과 연민, 원망과 책임감,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까지 한 사람 안에 함께 존재한다. 그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피의 인연 없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숲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가족이 완벽하게 아름답고 희생적인 관계가 아니라 해도, 서로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와중에 상대를 측은해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까. 원망스럽고 미운 사람을 여전히 측은해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끝내 매몰차게 내치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진 한 장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꽃의 미세한 색을 알아보기 위해 오래 들여다보고 수없이 색을 덧입혀야 하듯, 사람의 아름다움 역시 세밀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오래 바라보고 수고를 들여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에서 반복되는 ‘본다고 해서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는 감각이 좋았다. 숲도 멀리서는 그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하나의 풍경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저마다 다른 나무와 풀과 꽃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족,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한 사람의 삶이 가까이 다가가 오래 들여다볼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세밀화가 꽃을 단번에 그려내는 일이 아니라 수없이 관찰하고 색을 겹쳐가며 그 생명의 현재성을 종이 위에 옮기는 일이라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쉽게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안다고 단정하지 않고, 오래 들여다보는 일. 어쩌면 그 수고로움 속에서야 비로소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사람의 진짜 색깔이 드러나는지도 모르겠다. _________ 마음의 일은 말하기 어렵다. 마음의 나라는 멀고멀어서 자욱하다. 마음의 나라의 노을과 바람과 시간의 질감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아버지를 면회가면서 알았다.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저 #내젊은날의숲 #김훈작가 #문학동네

    geo***
    2026.09.12
  • 세밀한 관찰을 글로 표현하는 김작님의 필력에 경의를 표한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무덤덤하게 누군가의 삶을 드려다보는 시간이었다.

    mav***
    2022.03.30
  • 쓸쓸한 것들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 .

    pog***
    20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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