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거울 건너편에 서 있는 나야”
미국, 독일, 프랑스 전세계 16개국 수출!
한국 대표 심리 스릴러 ‘하영 연대기’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이 이야기를 끝맺지 못하면 다음 소설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악은 태어나는가, 길러지는가’라는 주제로 한국 미스터리사에 이름을 깊게 새긴 두 작품 『잘 자요, 엄마』,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잇는 ‘하영 연대기’의 마지막 작품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나에게 없는 것』은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의 대가, 서미애 작가의 신작이자 오랜 세월 독자들과 유대를 쌓아온 ‘하영 연대기’의 끝을 장식할 마지막 소설이다. 『잘 자요, 엄마』 속 열한 살짜리 여자아이였고,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에서는 질풍노도 고등학생이었던 하영이 『나에게 없는 것』에서는 ‘나유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아빠와 다시 살기 위해, 새엄마와 동생을 구하려 ‘죽음’이라는 연장을 착실히 사용했던 하영은, 종장에 이르러 살인을 부추겼던 머릿속 목소리와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한국 미스터리 사상 가장 우아한 결말
선과 악, 그 뿌리에 관한 순도 높은 질문
“내가 너를, 어떻게 알아챘는지 알아?”
스무 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한 하영. 지금은 하영이라는 이름을 버린 채 유진이라는 이름으로 뉴욕에서 산다. 끔찍한 물가와 월세, 모든 것이 돈 빠져나갈 투성이인 뉴욕 생활에 점차 지쳐가던 유진에게 은밀하고 달콤한 제안이 들어온다. 한국인 유학생 세나와 친구가 되어주면, 수고비와 더불어 쾌적하게 지낼 아파트도 구해주겠다는 것.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재벌 그룹 소속의 아트센터, 세나 엄마 한 관장의 제안에 유진은 망설인다. 세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달라는 부탁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고민도 잠시, 유진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길고양이를 길들이듯, 세나의 일상에 천천히 스며드는 유진. 그렇게 세나와 한 관장의 연락에도 익숙해졌을 무렵, 또다시 유진 곁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친구는 있냐’는 유진의 걱정에 화답하듯 데려온 친구들이 그 발화점이었다. 친구라곤 할 수 없는 미묘한 관계, 그중 하나가 유진의 심기를 거슬렀고, 그 친구의 애인이 지하철역에서 떠밀려 사망한다. 수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한발 앞서 그 뒤를 밟은 유진은, 승장장에 선 세나를 목격했었다. 세나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유진은 평생 주위를 떠돌던 익숙한 냄새를 맡는다. 죽음을 도구로 휘두르는, 자신과 같은 인간에게서 풍기는 체취를.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과거의 자신과 닮은 세나. 유진은 망설이지 않고 달아나 이가인이라는 이름으로 첼시에 자리잡는다. 어릴 적 꾸준히 상담해준 희주의 영향일까, 첼시에서 가인은 다시 붓을 잡는다. 자신을 살인으로 이끄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지지 않겠다는 듯 물감과 붓과 캔버스의 세계에 온전히 몸을 맡긴다. 거침없는 터치, 죽음과 맞서려는 듯 보이는 도발적인 주제, 어디서나 눈에 띄는 외모로 첼시의 유명 갤러리에서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가인. 한국을 버린 하영과 맨해튼을 떠난 유진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공교롭게도 첫 전시회에 세나가 등장한다. 유진의 무관심에 응답하듯 다시 한번 살인이 벌어지고, 또다시 죽음과 마주한 가인, 아니 하영은 이제 과거의 자신과 작별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읽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작가,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의 여왕 서미애의 최신작
“한국 미스터리의 거장, 서미애의 손길이 닿은 하영의 마지막 이야기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_피에르 비지우(프랑스 출판인번역가)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가 아닌 현재’라는 박인성 평론가의 말처럼, 서미애는 데뷔 30년을 넘긴 지금도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2010년대는 일본 미스터리가 주류로 올라서며 독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시기다. 게다가 판타지나 로맨스 같은 다른 장르에 비해 한국의 미스터리 스릴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던 때이기도 하다. 불모지와도 같던 국내 미스터리 시장에 내놓은 장편소설 『잘 자요, 엄마』는 국내는 물론 해외 독자들까지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충격적인 반전과 그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결말, 한국 사회의 병폐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가 일으킨 파급력은 상당했다. 16개국에 수출되며 전세계에 K-미스터리의 저력을 알린 것이다. 이후 발표한 후속작이자 ‘하영 연대기’의 2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역시 국내외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이 시리즈를 통해 서미애는 한국의 독보적인 미스터리 대가로 올라섰다. ‘악’이라는 주제를 서미애만큼 깊게 탐구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한국 미스터리 역사에 남을 걸출한 작품인 『잘 자요, 엄마』의 출발점이 ‘악은 태어나는가, 길러지는가’였던 만큼, 서미애는 오랜 시간 그 근원적 물음에 깊게 천착해왔다. 이런 작가의 고민이 만들어낸 순수한 ‘악’이자 명실상부 한국 미스터리 사상 최고의 캐릭터 ‘하영.’ 연대기를 이어가는 15년 내내 하영을 키우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는 서미애는, 마지막 작품 『나에게 없는 것』을 통해 묵혀왔던 고민에 대한 마침표를 거침없이 찍는다. 이제 그 끝을 확인할 기회는 독자에게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