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톨스토이가 평생 천착한 주제인
죽음에 대한 사유가 집대성된 가장 완벽한 작품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이자 세계문학사의 거장 레프 톨스토이는 평생 죽음이라는 주제에 골몰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형제들을 잇달아 떠나보내며 그는 죽음의 고통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이러한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완벽하며 또한 가장 정교하다”라고 평한 나보코프의 말처럼,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톨스토이의 죽음에 대한 사유가 가장 완벽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죽음이란 개연성 없는 사건이자 대비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삶을 통해 불시에 죽음을 맞아야 하는 인간의 실존적 공포를 보여준다. 또한, 아무리 죽음을 피하려 발버둥쳐도 인간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으며, 운명을 수용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주제의식을 선명하고 깊게 다룰 뿐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높은 경지에 이른 소설이다.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 세밀한 심리 분석,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결론을 이끌어내는 영혼의 변증법 등 톨스토이 고유의 기법이 확연히 드러나는 걸작이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어! 고통, 죽음…… 도대체 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예리하고 깊은 통찰
레프 톨스토이는 “예술가이자 심리학자”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잘 그리는 리얼리즘 작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도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죽음과 죽음의 고통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공포와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이반 일리치는 성실하며 적당히 속물적인 현대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법률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에 부임한 이반 일리치는 상류층 사회로 편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경력을 쌓고 인맥을 넓히며 예심판사로 승진한 뒤, 그는 좋은 가문의 여성과 결혼해 부와 명성을 쌓는다. 우여곡절 끝에 평생 꿈에 그리던 집을 장만하게 된 이반 일리치는 이사를 준비하다가 사다리에서 넘어지는 작은 사고를 겪는다. 이 일이 원인이 되어 그는 병을 얻게 되고, 가볍게 봤던 상처가 깊어지며 시름시름 앓는다.
때론 희망이 한 방울 반짝이다가 때론 절망의 파도가 몰아쳤고, 끊임없는 통증과 연이은 울적함, 모든 게 똑같았다. 혼자 있으면 끔찍하게 울적해져서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상태가 더 악화된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 모르핀이라도 맞아서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다면 차라리 좋을 텐데. 의사에게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해야겠어.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100p)
아무리 애써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운명을 부정하고 분노하며 우울감에 빠진다. 유명하다는 의사를 찾아다니고, 동료들과 카드놀이를 하며 아프지 않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 가족을 원망한다. 이내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죽을 운명을 수용해야 함을 깨닫고, 그 순간 고통만 가득했던 ‘검은 자루’에서 빠져나와 마침내 빛을 본다. 죽음의 공포와 고통, 울분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한 것이다.
한 생명에게 탄생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사건인 것처럼, 대부분 사람에게 죽음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사건이다. 언제, 어떻게 도래할지 모르는 삶의 종말과 존재의 소멸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실존적 공포인 것이다. 톨스토이는 우리가 느끼는 이 두려움과 허망함, 고통을 해부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다룬 20세기 러시아문학의 정수를
아구스틴 코모토의 강렬하고 모던한 화풍으로 만나다
아르헨티나 출생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아구스틴 코모토가 그린 삽화 24점을 더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한층 강렬하고 극적인 외형을 입게 되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멕시코,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작품을 출판한 경력이 있는 아구스틴 코모토는 2001년 자신이 쓰고 그린 『700만 마리의 딱정벌레』라는 책으로 멕시코에서 그해 가장 아름다운 어린이·청소년 그림책에 주는 ‘바람의 가장자리 상A la Orilla del Viento’을 수상한 베테랑 작가다. 그는 이반 일리치의 고뇌와 고통을 선명한 색상 대비를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삽화에 화살표, 좌표 등 기호를 활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독자들은 한층 풍성하고 다채로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