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조여오는 서스펜스, 인간 심리 밑바닥에 도사리는 광기, 예기치 못한 반전…!
‘심리 스릴러의 대가’ 마거릿 밀러의 압도적 걸작
“그렇게 믿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그게 진실입니까?”
도박으로 집도, 차도, 돈도 한 푼 없이 캘리포니아 황야 한가운데 낙오된 사립탐정 퀸은 근방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신흥종교단체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그중 특히 퀸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축복 자매’가 은밀하게 다가와, 어떤 남자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금지된 부탁을 하는데…… 외부인과 깊이 교류하지 말라는 교단의 규율을 어기고서라도 알아내고 싶은 그 남자는 누구이며, 그는 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실종된 남자와 축복 자매는 어떤 관계일까? 그자는 정말로 이미 죽은 사람일까?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의 40번째 작품으로 마거릿 밀러의 『얼마나 천사 같은가』가 출간되었다. 심리 스릴러의 대가이자 20세기 최고의 여성 범죄소설가 마거릿 밀러의 대표작이며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캘리포니아 황야를 근거지로 삼은 신흥종교 공동체라는 폐쇄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그 뒤에 숨은 기만과 불안, 광기를 파고드는 심리 서스펜스의 정수를 담고 있다. 장르 소설 비평의 권위자 앤서니 바우처로부터 “밀러가 도달한 가장 완벽한 성취”라는 찬사를 받은 『얼마나 천사 같은가』는 독자를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아넣으며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작가의 명성을 재확인시킨다.
가장된 평온 속에 도사리는 추악한 진실
소설은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고 캘리포니아 황야 한가운데에 낙오된 사립탐정 퀸이 신흥종교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시작된다. ‘외부인과 교류를 금지한다’는 교단의 규율을 어기고 퀸에게 접근한 ‘축복 자매’는 사라진 ‘패트릭 오고먼’이라는 남자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몰래 의뢰하고, 얼핏 단순해 보였던 실종 사건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얼마나 천사 같은가』에는 세상에서부터 도망쳐 구원을 바라며 평온한 삶을 갈구하는 한편, 마음속에 어둠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한 심리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광기가 작품 전체에 흐른다. 그들만의 ‘교주’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신흥종교집단의 구성원들은 어딘가 기묘한데, 제각기 개종하기 전까지 바깥에서 보낸 삶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속세에서보다 높은 차원에 이르렀다’는 말과는 달리 황야에서의 삶은 팍팍하고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듯하다. 한편 실종자의 아내 ‘마사’에게 남편 ‘패트릭 오고먼’은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으나, 그의 행방을 뒤쫓는 퀸이 마사가 최선을 다해 되찾은 고요한 삶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오래된 실종 사건을 다시 파헤치려는 퀸에게 마사는 적대감을 내보이지만, 동시에 그는 마사가 내내 묻어두었던, 남편의 실종의 진실을 알아내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각 인물의 심리적 간극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과 혼란은 작품 전반에 소용돌이치는 긴장감과 서스펜스의 근원이 된다.
가장 명민하고 예측할 수 없는 심리 서스펜스의 대가
마거릿 밀러는 전작 『엿듣는 벽』에서, 실종된 여성에 대해 갖는 주변인들의 제각기 다른 이해로부터‘정말로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불확실성을 역설적으로 쌓아가며 서스펜스를 선사했다. 『내 무덤에 묻힌 사람』에서는 ‘남이 원하는 나’와 ‘내가 원하는 나’ 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는 주인공으로 대표되는, 내면에 양면성을 품은 인물상을 섬뜩하게 묘사해내기도 했다. 이처럼 밀러의 작품에서 다뤄지는 개인의 심리적 불안정성, 정체성의 모호함, 이중성 등은 심리학, 정신분석학에 대한 그녀의 오랜 관심을 드러낸다.
학창 시절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던 마거릿 밀러는 결혼과 출산을 동시에 겪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녀는 엄마이자 아내로만 사는 삶에 회의를 느꼈고, 결국 십대에 어머니를 여의면서 나타났던 우울증이 재발하여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지루한 입원 생활 동안 밀러는 무수히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는 자신의 정신병에 관한 정신분석학, 심리학 서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후 소설을 한번 써보라는 남편 로스 맥도널드의 권유에 따라 집필을 시작했고, 마침내 1941년 그녀의 첫번째 소설 『보이지 않는 벌레(The Invisible Worm)』가 탄생했다. 심리학자 폴 프라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시리즈를 통해 밀러는 정신분석학, 심리학과 추리소설의 접목이라는 최초의 시도를 훌륭하게 해냈다. 우울증 경험과 정신분석학에 대한 지식, 그리고 작가로서 타고난 재능이 마거릿 밀러를 심리 서스펜스 대가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현재 마거릿 밀러의 이름은 하드보일드 작가이자 남편인 로스 맥도널드의 후광에 다소 가려져 있는 듯하나, 사실 그들이 함께 활동할 당시에는 ‘서스펜스의 대가’ 마거릿 밀러의 명성이 맥도널드를 압도했으며 남편이 밀러의 재능을 부러워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인물이 지니는 양면성,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위기를 드러내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능력에 있어 마거릿 밀러를 따라올 자가 없었으며, 여기서 비롯되는 서스펜스를 소재로 삼은 밀러의 작품은 가히 혁신적이고 독보적이다. 이처럼 독특한 인물을 창조하는 데 능하고, 플롯을 비틀어 독자를 함정에 빠뜨리는 데 선수였던 밀러의 실력은 『얼마나 천사 같은가』에서도 가감 없이 발휘된다.
1994년 마거릿 밀러가 샌타바버라에서 생을 마치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부고를 전하며 작가 마거릿 밀러를 이렇게 묘사했다. “여성 해방 수십 년 전부터 소설가와 결혼한 소설가로 자신의 입지를 다진 그녀에게 독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