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분야: 판타지/책빙의 * 작품 키워드: #마탑주공 #미남공 #강공 #수한정다정헌신공 #빙의자수 #병약수 #다정수 #쌍방구원 #로맨틱코미디 * 공: 노아 아타나스 – <독배에 입맞춤> 속 악역이자 서브남주로, 비참한 죽음이 예정된 인물이다. 하지만 제이를 만난 뒤 삶의 목표가 바뀌기 시작한다. * 수: 제이 – 피폐물이 가득한 ‘내 서재’를 헤매고 있는 빙의자. 98번째 죽음 이후 99번째로 <독배에 입맞춤>이라는 작품에 떨어진다. 원하는 것은 오직 행복한 작품 속에서 맞이하는 편안한 죽음뿐이다. * 이럴 때 보세요: 무수한 배드엔딩 속, 단 하나의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무력하게 죽음들을 겪던 수가 공을 만난 뒤 스스로 해피엔딩을 거머쥐는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글귀: 입술에 와닿는 삶의 온기가, 누군가 욕심내는 나의 찰나가, 슬플 만큼 기꺼웠다.
이번 생에는 비참하게 죽지 않았으면 해서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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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 조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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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내 서재’ 속 99번째 작품에 빙의했다.
이 정도면 직업이 빙의자인 게 아닐까?
‘죽기 전에 내 서재를 털고 죽었어야 했는데…….’
그동안 무수히도 죽었다.
사인이 몇 개인지 헤아릴 수도 없다.
공통점을 꼽자면 모두 비참한 죽음이었다는 것.
그야…… 내 취향은 ‘피폐물’이었으니까.
그렇게 98번째 죽음 후, 맞이한 99번째 빙의.
비참하게도 이번 생 역시 피폐물 속에서 눈을 떴다.
상황이 이쯤 되니,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
무병 단수.
비참하고 아프지 않게, 오직 편안하게 죽는 것.
“조수 한번 들여 보시라니까요. 분명 후회 안 하실 텐데.”
“신원도 확인되지 않았고, 악마일 수도 있는 이를 곁에 두었다가 무슨 일을 겪을 줄 알고?”
“아니다 싶으면 죽이면 되잖아요.”
그 목표를 위해 <독배에 입맞춤> 속, 서브 남주에게 딜을 걸었다.
그가 만든 독약을 먹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그런데.
“독약 하나로 손 털 수 있는 걸 어렵게 돌아가는 거야, 너.”
“나는 너를 만난 일을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으니, 궂은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비참한 죽음이 예정돼 있던 그가 달라졌다.
뜨거운 온기가 나를 붙잡았다.
“내게 조금만 시간을 줘.”
이 세계는 내가 찾던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러니 계획한 대로 죽고, 그 세계를 찾아 떠나야 하는데.
“응.”
모르는 척 그의 곁에 남고 싶어졌다.
내 단 하나뿐인 소원은 비참하게 죽지 않는 것이고, 그의 곁에서라면 어떤 죽음을 맞이하든 비참하진 않을 것 같았기에.
*
[본문 중]
어떤 세계에서는 멸망의 상징이라고 산 채로 태워서 죽였다. 또 어떤 세계에서는 반역자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그들과 한데 묶어 절벽에서 떠밀었다.
어느 곳에서는 높은 분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교수형을 당했고, 또 어딘가에서는 그 모든 것이 지겨워져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다시,
다시,
또다시.
그렇게 겹겹이 쌓아 올린 처참하고 비참한 죽음 위에 선 나는.
‘적어도 좋은 꿈을 꿀 수는 있을 거다.’
따뜻한 방을 안내 받았다. 조그마한 창 너머로는 별이 보였고, 누군가 남긴 물건들로 외로울 틈 없는 공간이었다.
“미친놈이라고는 한 주제에…….”
나는 누군가 주기적으로 드나들면서 청소한 티가 나는 양탄자 위에 가볍게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사람 취급은 해 주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에는 그렇게 비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만으로도, 아주 오래도록 눌러 두었던 희망이 성마르게 고개를 들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쩐지 조금 겁이 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