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주홍글씨』, 『톰 소여의 모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노인과 바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을 탄생시킨 실제 배경을 찾아 떠난 미국문학기행
■ 본문 - ‘글을 시작하면서’
2012년 9월에 영미문학여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우선 영국부터 시작하여 2014년 3월에 『영국 명작의 고향을 순례하다』를 출간하였다. 이번 미국문학여행은 그 후속편인 셈이다.
영국과 미국은 무슨 연유인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연을 만든 나라들이다. 떠밀려가듯 영문학과에 입학한 것이나, 그 후 영국과 미국에서 10여 년을 생활을 하고, 큰딸아이는 미국인이 되어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 등을 보면 나와 운명적인 관계이다. 그 운명을 따라 이번에는 미국작가들 12명의 흔적을 찾아 헤매었다.
필자가 30여 년 전 런던에 살면서 언젠가 본격적인 문학여행을 하리라 마음먹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영국편에 이어 미국편까지 책을 내게 되었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낀다.
미국문학여행은 작가의 집들이 전역에 분산되어 있어, 광대한 미국을 그것도 캐나다와 쿠바까지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번에 몰아서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여 여러 번 미국을 방문하였다.
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을 한 해에 한두 차례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한두 곳을 여행하였다. 비행기와 자동차로 다니는 여행이기에 미국은 필자에겐 꽤 익숙한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낯선 고장을 찾아간다는 것은 항상 긴장되었다.
이번 여행의 압권은 미국 최남단 플로리다의 키웨스트를 비롯하여 쿠바까지 네 곳에 흩어져 있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특히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쿠바 여행은 가장 인상적이다. 다행히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 많은 작가들의 흔적이 모여 있어 그나마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2012년의 9월
에 시작하여 2014년 11월에 끝냈으니 약 2년여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미국편에 있는 작가는 지난 영국편과 같이 일반 독자들의 선호도를 참작하여 필자가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선정하였다. 에머슨을 비롯하여 『주홍글씨』의 호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미첼, 그리고 스타인벡까지 출생연대순으로 모두 12명의 작가들을 선정하였다. 일반 기행문과는 다르게 문학 기행문으로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특히 작가의 삶, 작품 배경 등을 자세히 다루어 작가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하려고 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작가 평론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좀처럼 새로운 게 없다. 그게 그것이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된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자. 여행은 즐기면서 배우는 일상적인 사건이며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은퇴 후 맞는 제2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여행이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필자에게 왜 작가의 집을 찾아다니는가 하고 묻는 이가 많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아래의 글을 답장으로 내놓는다.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집을 찾아가는 이유
작가의 집 견학은 16세기부터 상류층 자제들의 유럽일주 필수 코스였다. 18세기부터는 영국 스트랫포드 어픈 에이븐에 있는 셰익스피어 집을 방문해 기념품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최대의 관광지이다. 스코틀랜드, 월터 스콧경의 애버츠 포드는 1832년 사망 직후 집이 공개되자 많은 관광객이 구경하러 몰려들었고, 『폭풍의 언덕』으로 알려진 브론테 자매들의 호워스의 집도 1928년에 공개된 이래 연일 북적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생가는 이미 1863년부터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위에 언급한 곳들이 오늘날에는 한국 여행사의 여행상품이 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피츠필드에 있는 『백경(白鯨, Moby Dick)』의 작가인 허먼 멜빌의 애로우헤드 집에는 많은 이가 그레이록 산등어리 풍경을 보러 온다. 멜빌이 글을 쓰던 2층 서재에서 이 산등선을 바라보면 산이 고래 등처럼 보인다고 하여, 은퇴 후 이곳을 찾아온 노인들이 하얀 고래의 모습을 떠올려 준 그레이록
산등성이가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2층 서재에 서서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미국의 문학 담당 고교 교사들 중 상당수는 은퇴 후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기념관에 가보기 위해 박봉에서 조금씩 떼어내어 적금을 붓는다고 한다. 그들에겐 헤밍웨이 집 방문은 순례이다. 헤밍웨이가 쓰던 타자기를 20달러 줄 터이니 한번 치게 해달라는 은퇴 노인들도 많다.
우리는 종종 작가의 집에 가서 당시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시 작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을지 상상해보고 공감하려 한다. 죽은 작가의 집에는 그의 역사와 생애가 보존되어 있다. 사람들은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하고 작가에게 닿고 싶어 한다.
작가의 집은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가 쓴 글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의 집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