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몰리의 맥주 탐방기
단련된 입맛과
부드럽고도 강렬한 글솜씨로 풀어내는,
기분 좋게 톡 쏘는 만남!
홀짝홀짝 읽다보면,
영화와 맥주를 향한 일상적이고도 순수한,
오래 이어져온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맥주는 늘 운명처럼, 예기치 않은 공간을, 영화를 소환한다.
그래서 이 둘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 영화와 맥주!” _본문에서
맥주와 영화를 동시에 부르는
짭짤하고 고소한 팝콘 같은 입담 한 판
저자는 영화평론가다. 영화평론가가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가 영화만큼, 어쩌면 영화보다도 좋아하는 것이 있었으니……. 비록 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걸어가는 영화의 길에는 늘 마치 엔딩 크레디트처럼 맛있는 맥주가 뒤따라온다. 영화 한 편과 맥주 한 잔. 저자는 기분좋게 톡 쏘는 만남을 잘 단련된 입맛과 부드럽고도 강렬한 글솜씨로 풀어낸다. 그 여정에서 〈쇼생크 탈출〉 〈휴일〉 〈경마장 가는 길〉 〈생활의 발견〉 〈하바나 셀피〉 〈지옥의 묵시록〉 〈보헤미안 랩소디〉 〈박봉곤 가출 사건〉 〈눈먼 짐승〉 등 국내외의 다채로운 영화가 언급되고, 맥주를 만날 수 있는 전국 각지의 브루어리와 맥줏집부터 집앞 편의점까지 찾아간다. 장소마다, 맥주마다 영화 이야기를 끌어내어 짝을 지어주는 것은 두 분야에 능통한 저자만의 특기이자 재능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칸영화제를 가지 못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출근하다시피 했던 뤼미에르극장, 칸의 해변, 할리우드 배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크로아젯 주변 거리와 상가들이 모두 그립지만, 무엇보다 그리운 것은 라 켈리포니에서 날 맞아주던 그 잘생긴 청년……이 아니라 블랑 한 잔이다. 아직도 그 첫 모금을 떠올리며 블랑을 마신다. 따지고 보면 여행지나 특별한 장소를 기억해내는 것은 늘 머리가 아니라 코와 혀가 아니었던가. _본문 중에서
저자의 브루어리 탐방기는 전국팔도를 가리지 않는다. 저자의 본거지이자 주 무대인 서울에서부터, 춘천, 제천, 전주, 경주, 그리고 부산까지 종횡무진하며 특색 있고 매력적인 브루어리를 돌아다닌다. 그가 맥주 시음기에 곁들여 풀어내는 영화 이야기 역시 시공간을 넘나든다. 심오한 예술관과 세계관이 돋보이는 쿠바영화, B급 감성을 풀풀 풍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고릴라〉,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영화 흥행작 〈내부자들〉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시대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러닝타임이나 동원된 관객수와 상관없이 등장한다. 거기에 맥주 거품처럼 얹어 나오는 독특하고 신선한 저자의 맛 감상평은 청량한 탄산 소리 못지않게 맥주를 부른다.
지금 당장 브루어리로 달려갈 수 없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편의점 맥주로 방구석에서 세계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미국 유학생활 중에 마신 블루문이나 기네스 드래프트, 일본 출장이라는 명목하에 실컷 즐기고 온 아사히 수퍼 드라이, 비어 드링커로 거듭나게 한 1644 블랑과 영화 인생의 출발점이 된 버드와이저까지. 홀짝홀짝 읽다보면, 영화와 맥주를 향한 일상적이고도 순수한, 오래 이어져온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저자의 영화일에 좀더 초점을 맞추어 골목 곳곳에 숨은 맥주 맛집을 찾아본다.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했던 시절이나 단편영화를 만든 추억, 나아가 한국영화사의 추억이 담긴 충무로의 호프집까지, 애틋하고도 진솔한 이야기가 부드럽게 녹아든 따듯한 안주처럼 마음에 사붓이 스며든다.
코로나의 창궐 이후로 극장은 2년이 넘는 암흑기를 보냈다. 크고 작은 극장들이 운영을 중단했거나 사라졌지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극장은 꽤 만족스러운 부활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특히 맥주는 극장의 재기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바야흐로 ‘영맥’의 시대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맛좋은 맥주와 함께하는 것만큼 성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자, 이제 모두 잔을 들고 스크린 앞으로 전진! _본문 중에서
영화와 맥주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맥주 탐방기
이 책은 어렵고 생소한 용어를 쓰지 않고도 마치 방금 맥주 한 모금을 넘긴 것처럼 생생한 맥주맛 묘사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브루어리마다 깃든 추억이나 캔 맥주에 담긴 지난 시절의 향수, 추천할 만한 맥줏집 안주까지 저자의 맥주에 대한 사랑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한편 저자의 영화 목록에는 흥행작 외에도 고전영화나 비(非)영미권 국가에서 제작한 영화 등 우리가 영화관에서 다소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있다. 전문가로서 곁들이는 영화사의 배경지식이나 영화계 문화 등도 충분히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저자의 영화를 향한 사랑이다. 그래서 이 책은 둘도 없는 사랑 고백이자 맥주와 영화에 보내는 찬가 그 자체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옆에 맥주 한 캔을 끼고 홀짝홀짝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맥주와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집어들기를, 그리고 표지를 멋지게 장식한 보가트를 바라보며 외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영화와 맥주를 향한 사랑에 건배!